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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ynthia Mar 30. 2019

30대, 독신, 아파트

이제 나도 누가 물어보면 이렇게 쓸 수 있다

오랜 자취생활 내내 아파트에서의 삶을 꿈꿔왔다. 그 아무리 좋은 빌라라도, 심지어는 신축이라 하더라도, 아파트가 주는 '거주지'로서의 느낌을 주지 못했다. 어느 구석에서 꼭 '아 대충 지었구나' 하는 티가 났다. 단열, 수도, 방 구조, 광열 등에서 부족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었다. 오피스텔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번 이사에서는 약 십여년간 꿈만 꿔오던 아파트로의 입성을 고려해 보았다.

사실 거의 확실한 사실이었다.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었다. 회사 선배들이 많이 사시는, 한명 살기 딱 적절한 아파트가 회사 근처에 있었고, 단 하나의 요소는 '돈'이었다. 돈만 되 들어갈만한 아파트 후보가 있었기에 고민할 일이 없었다.

대출을 최대한도로 받고 이때까지 모든 돈을 더해 봤을 때 가장 작은 평수로 들어갈 수 있는 예산이 나왔다. 그래서 집을 많이 볼 필요도 없었다. 단지와 평수가 정해지니 그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몇개의 매물을 봤고, 그 중에서도 남향, 소음이 적은 안쪽 단지의 집을 계약했다. 맘같아서는 좀 더 고층으로 가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저층 매물만 계속 나오기에 할 수 없이 저층으로 고를 수 밖에 없었다.

그 뒤에는 수많은 전화와 예약 그리고 부동산과 은행을 오가는 일이었다. 그렇게 한바탕이 지나고 이사날이 되었다. 난생처음 사다리차를 불러보았고 사다리차의 무브먼트를 그렇게 가까이서 본 것도 처음이었다. 미리 주차공간을 확보해 둬야 하고 설치를 하고 짐을 올려 사다리차가 오르내리는 것을 지켜보니, 생각보다 많이/빨리 싣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렇게 유익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사나오는 집에서는 사다리차를 쓰지 않고 엘베로만 운반을 했는데 2시간 반 걸리던 것이 사다리차로 짐을 올리니 한시간 내외로 완료되었다.


짐을 대충 바닥에 부려놓고, 식기류는 싱크대에 내팽겨진 채, 가구와 가전만 겨우 제자리를 잡은 채 어찌저찌 이사를 완료했다. 이제 이 짐들을 치우는 데에 몇날며칠이 걸릴 것이다. 며칠 후에는 침대도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침대 들어올 공간이라도 겨우겨우 확보를 해 놓을 것이다.


아직은 낮설고 어수선한 나의 새 보금자리. 차츰차츰 정리해 가며 안정을 찾고 정을 붙여가며 (일단은) 2년간 평화로운 나의 세계로 가꾸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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