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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ynthia May 12. 2019

나는 어떤 섬이 될까.

개인은 모두 하나의 '섬'이다. 

이 섬을 어떻게 가꾸어 나갈 것인지가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숙제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정말 많은 섬이 있다. 3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섬이라고 해도 다리가 놓이고 배가 자주 오가는 섬에는 사람의 냄새가 베이게 마련이다. 사람들이 오가는 흔적,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이는 섬이 있다.

반면 사람이 오가지 않고 수풀만이 무성한 섬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섬들도 섬으로서의 가치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그런 섬이 되고 싶지는 않다. 아무런 이야기가 쌓이지 않는,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섬들 말이다.


하루에 몇 번 다니지 않는 작은 배를 타고, 몇시간을 들어가 겨우 다다를 수 있는, 세상과 단절된 섬. 그런 섬들에서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까? 진짜 섬이라면 한적하게 쉬거나 자연을 만끽할 수 있기라도 하지만, 사회에서 단절된 개인이 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해안가를 차로 달리다보면, 저멀리 멀찌감치 떨어진 무인도들을 보게 된다. 그 섬을 바라보며 우리는 그 섬에는 수풀이 많고, 사람의 흔적이 닿지 않았구나, 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섬에 직접 발을 딛고 땅을 밟으며 그 섬에서 무엇인가를 할 생각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무리에서 멀리 떨어져 고립된 사람,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은 사람, 그 어떤 이야기도 건져올릴 수 없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매력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는 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성적인 매력'을 갖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사람, 유용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관광지로 발전한 제주도나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처럼, 어트랙션이 많거나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중요 거점이 있다면 매우 번성하는 섬이 될 것이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한산도나 돌산도처럼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육지에서도 가까운 섬이라면 이 또한 나름의 매력을 갖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 섬이 될 것이다.

여의도처럼 도시 속에서 사람들의 안식처와 휴식처가 되는 섬이 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울릉도나 독도처럼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면 암자의 현자처럼 사람들이 지혜를 구하기 위해 찾는 섬이 될 수도 있겠다(그러나 이것은 지금 당장 내가 추구하는 지향점은 아니다).


사람은 결국 무리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이 무리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맡고 어떠한 존재감을 드러내는지가 개인과 그 사회의 가치와 성숙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이는 수치적으로나 표면적으로 바로 표현되지 않아 어떠하다고 즉시 정의내리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멀리하고 싶어하고 즐겨찾지 않고 어떠한 의미도 건져올릴 수 없는 섬이 되고 싶지 않다.

물론 번성하는 섬이 된다면 가장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 섬이 되고 싶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의미를 주는 섬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생각하고 써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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