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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Aug 15. 2024

뉴욕에서 제일 작은 무대장

꿈을 향해, 꿈을 싣고 나아가는 기차

처음 뉴욕 지하철에 들어섰을 때, 나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낙사 사고를 예방하는 스크린도어, 전광판으로 알려주는 지하철 도착 예정 정보, 지하철을 타기도 전부터 시원한 에어컨과 무료 와이파이까지! 모든 역마다 있는 깨끗한 화장실은 당연하게 자리 잡았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엔 편의점과 다양한 가게들도 보인다. 한국의 지하철은 정말이지 없는 게 없다.


미국에서, 특히나 번쩍번쩍하기로 유명한 뉴욕에선 더욱더 모든 것이 세련되고, 현대식일 거라 생각했다. 단단한 착각이란 걸 깨닫기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첫날부터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닌 덕에 전반적인 뉴욕 지하철을 파악할 수 있었다. 뉴욕 지하철 역의 벽에는 낡은 타일과 그라피티가 가득했고, 선로 주변으로는 쥐들이 사이좋게 뛰어다녔다. 쥐들이 선로를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몇몇의 노숙자 분들이 의자 위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이곳에서 내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한 번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승강장에서 쥐 한 마리가 선로를 벗어나 이리저리 방황하는 걸 보고 깜짝 놀라 허겁지겁 의자 위로 뛰어올랐다. 쥐가 사라질 때까지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긴장한 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애니메이션 속에서나 귀여운 쥐는 현실에서 여전히 두렵고 피하고 싶은 존재다. 뉴욕 생활 덕분에 쥐에게 조금은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건 여전하다. 심지어 ‘라따뚜이’처럼 쥐가 내 머리 위에 올라와 세계 일류 요리를 만든다고 해도, 나는 심각하게 고민해 볼 것 같다.


다른 여러 가지 불편함도 적지 않다. 스크린 도어는 물론, 전광판이나 에어컨 같은 편의시설도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한 번 탈 때마다 삼천 원이 넘는 돈이 들다 보니, 교통비 부담이 꽤 크다. 지하철 역은 마치 동굴을 파서 기차 노선만 깔아 놓은 듯한 모습이다. 화장실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인데, 내가 본 유일한 화장실도 사용 시간이 제한되어 있었고, 사람들이 드나드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여름철에 냉방 시스템이 부족해서 덥진 않지만, 꿉꿉한 느낌과 냄새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


뉴욕 지하철에는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가끔 사람들이 선로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개인의 부주의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를 뒤에서 밀고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는 소문을 종종 들었다. 실제로 출근길에 '00역에서 열차 사고가 발생해 지연됩니다'라는 방송을 몇 번 들은 적도 있다. 그래서 특히 치안이 걱정되는 지역의 지하철 역에 가면, 벽 쪽에 붙어서 대기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지하철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뜻밖의 만남도 있었다. 한 번은 지하철을 기다리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남자가 다가와 대마를 권유하는 일이 있었다. 우리는 순간 당황해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정말 뉴욕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지니, 놀람을 감추기 어려웠다. 우리는 정중히 거절했지만, 그 순간은 뉴욕 지하철의 어두운 면을 직접 체험한 생생한 기억으로 남았다. 반면에, 뜻밖의 만남 속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으며, 오늘 스쳐갈 인연일지라도 하루를 응원해 주는 따뜻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작은 소통들이 뉴욕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지하철 안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겨울철이 되면 지하철은 노숙자들에게 임시 피난처가 되곤 한다. 한쪽 구석에는 노숙자가 자리를 깔고 잠들어 있고, 자리가 부족하면 너무 지친 나머지 그들의 발치에 앉아 잠시 몸을 쉬게 하기도 한다. 처음엔 겁이 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존재에 익숙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인간은 참으로 적응의 동물인 것 같다.


뉴욕 지하철은 그 낡은 모습 속에서도 독특한 매력을 품고 있다. 타임스퀘어 정거장에서 우연히 마주한 버스킹 공연은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쁨을 선사했다. 첼로를 연주하는 사람, 플라스틱 통을 두드리는 드러머,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들. 그들의 음악은 지하철의 소음 속에서도 빛을 발하며 내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앞에 서서 멍하니 아름다운 선율을 듣는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좋은 음악을 듣는 순간, 숨겨둔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하철 안에서도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악기를 들고 타거나, 지하철 봉을 이용해 화려한 댄스를 선보이는 이들도 있다. 오가는 길에 심심할 겨를이 없다. 이들의 목적이 팁일 수도, 자신의 꿈을 위한 발걸음일 수도 있지만, 연주하는 그 순간만큼은 많은 사람들에게 미소를 선사하고 있다.



뉴욕 지하철은 24시간 운행되어 퀸즈, 브루클린, 맨해튼 등 모든 곳에 연결되어 있다. 덕분에 뉴욕 어디든 갈 수 있고, 그 속에서 나는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났다. 지하철의 탁한 공기와 냄새, 불편함 속에서도 뉴욕의 생생한 문화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이곳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뉴욕 지하철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이 도시의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담고 있는 공간이다. 특히,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이나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짧지만 의미 있는 대화들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그들이 건네준 따뜻한 미소와 서로 다른 배경에서 비롯된 다양한 이야기들은 이 도시의 다채로운 색깔을 더욱 깊이 있게 느끼게 해 주었다. 예상치 못한 공연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일상과 소통은 내게 뉴욕이라는 도시를 더욱 사랑하게 만든다.


뉴욕 지하철의 낡은 모습과 쿰쿰한 냄새 속에서 발견한 따뜻한 사람들, 그리고 각기 다른 꿈을 안고 달리는 그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꿈을 태워 달리는 지하철 안, 이 작은 무대에서 만난 다양한 삶의 단면들이, 내 여정에 조용히 스며들었다.





뉴욕 지하철 타는 방법


    메트로 카드 구매: 대부분 개찰구 쪽에서 Regular Metro Card, Unlimited Ride 정액권과 1회용 중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습니다.    Regular Metro Card   1회용 메트로 카드 / 7일 무제한 (32불 + 보증금 1불)  / 30일 무제한 (126불 + 보증금 1불)      


    애플페이 사용: 메트로 카드 대신 애플페이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찰구 통과: 메트로 카드를 스캔하거나 애플페이를 사용하여 개찰구를 통과합니다.  



뉴욕 지하철 요금


1회권: 3불


7일 무제한 정액권: 32불 (보증금 1불)


30일 무제한 정액권: 126불 (보증금 1불)

버스에서도 메트로 카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뉴욕 여행 시 7일권을 추천합니다.



뉴욕 지하철 이용 팁


 Uptown & Downtown: 뉴욕 지하철은 입구에서부터 Uptown과 Downtown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확인 후 계단을 통해 내려가시면 됩니다.

   Uptown: 도심에서 외곽으로 가는 노선 / Downtown: 외곽에서 도심으로 가는 노선      


익스프레스 노선: 한국의 급행처럼 뉴욕 지하철에도 익스프레스가 운행됩니다. 익스프레스는 노선 위의 하얀 점에만 정차합니다. 목적지를 확인하고 탑승하여 반대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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