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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Aug 17. 2024

예술가의 동네 소호

[뉴욕 지역 소개 시리즈] 'Soho' 멋을 맛을 다 잡은 세련된 도시

소호는 뉴욕 맨해튼 남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South of Houston Street"의 약자이다. 이 이름은 이 지역이 휴스턴 스트리트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술과 문화, 쇼핑, 패션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은 뉴욕의 독특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현대의 소호는 역사적인 주철 건축물과 현대적인 상점들이 어우러져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주철 건축물은 소호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그 독특한 건축 양식은 지역의 역사적 유산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원래 소호는 상업 및 공업 제대로 발전했던 곳이다. 19세기 중반부터 주철 건축물로 유명해진 소호는 그 당시의 산업 기술을 반영한 상업 지구로 자리 잡았다. 20세기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공장들은 점차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고, 소호에는 비어 있는 산업 건물들만 남게 되었는데, 이때 저렴한 작업 공간을 찾던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소호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버려진 건물들은 그들의 작업실과 스튜디오로 변모했고, 점차 소호는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하게 되었다.

특히 1960년대와 70년대에 소호는 예술의 중심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앤디 워홀과 같은 유명 예술가들도 이곳에서 활동하며, 소호는 뉴욕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되면서 소호는 급격히 변화했다. 부유한 계층들이 소호로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고급 상점과 주거지가 많이 생겨났는데, 이러한 변화는 소호의 예술적 정체성을 일부 상실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소호를 오늘날 패션과 쇼핑의 중심지로 변모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의 소호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장소다. 역사적인 주철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상점들이 어우러져 소호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고급 브랜드 부티크부터 개성 있는 독립적인 패션 상점, 그리고 갤러리, 레스토랑, 카페까지 다양하게 밀집해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패션의 중심지이자 뉴욕의 유명 관광지다.


처음 소호를 방문했을 때, 거리를 빼곡하게 메운 상점들과 사이사이에 자리한 예술가들의 갤러리, 그리고 개성을 뽐내는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가 나를 반겼다. 이곳은 그야말로 꿈과 낭만이 가득한 예술가의 지역이었다. 소호를 걷다 보면 뉴욕의 멋쟁이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특히 패션 위크 때 소호를 방문한다면, 길거리가 마치 런웨이로 변한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화려한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며, 그 자체로 하나의 패션쇼를 연출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미국에서 1년 중 가장 큰 세일 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소호의 많은 가게들이 대규모 할인을 진행하기 때문에,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시기다. 물론, 세일을 노리고 몰려든 인파 속에서 쇼핑을 하려면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소호는 패션 거리로서, 특히 명품 브랜드들이 즐비한 곳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손에 한가득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소호에는 엄청난 크기의 컨버스 매장과 루이비통, 입생로랑 등 유명 브랜드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내부는 현대적이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꼭 사지 않더라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다. 한국 브랜드인 젠틀몬스터도 소호에 자리 잡고 있는데, 갈 때마다 자주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며 괜스레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 이곳의 독특한 조형물들은 마치 해양 박물관에 온 듯한 기분을 준다. 소호 메인 거리를 벗어나면 곳곳에 개인 작품 전시장이 있으며, 화장품이나 향수 가게, 아기자기한 소품 샵들도 있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새로운 가게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소호는 쇼핑만이 아닌, 맛집들로도 유명하다. 쇼핑도 중요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듯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서야 제대로 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법. 소호에는 다양한 레스토랑들이 있어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뉴욕 대학교가 근처에 위치해 있어, 학생들이 자주 찾는 가성비 좋은 맛집들도 많다. 오늘은 내가 소호에서 특히 애정하는 몇몇 레스토랑들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먼저 소개할 곳은 'Il Corallo Trattoria'다. 이곳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와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뉴욕에서 인당 30달러 정도로 맛있는 이탈리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자주 찾았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백발의 부부가 아내분의 생일을 맞아 디저트를 주문하며 초를 부탁했는데, 한 직원분이 센스를 발휘해 음악을 틀어주고 부부에게 춤을 권유했다. 두 분은 수줍어하시면서도 손을 꼭 잡고 춤을 추었고, 그 순간 식당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변했다. 이곳은 단순히 음식 맛만 좋은 곳이 아닌, 그런 낭만적인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곳이다.


다음으로 소개할 곳은 'Song'E Napule'라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가게 내부가 축구 테마로 장식되어 있어 축구 팬들이라면 특히 좋아할 만한 곳이다. 이곳의 피자는 바삭한 도우와 풍미 가득한 재료들이 조화를 이루어 정말 맛있다. 후식으로 제공되는 티라미수도 달콤 촉촉하니 아주 훌륭하다.


혹시 파스타나 피자가 당기지 않는다면, 태국 음식점 'Tai Diner'는 어떤가? 이곳은 다이너 스타일의 태국 식당으로, 정통 태국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다. 내부는 정말 태국에 온 듯한 분위기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현장 방문 시에만 웨이팅 신청이 가능하니, 소호를 구경하기 전에 미리 가서 웨이팅을 걸어두는 것을 추천한다. 향신료를 좋아한다면 그린 커리와 똠양꿍을 추천하는데, 태국 특유의 오묘한 향신료 맛이 아주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정말 애정하는 베트남 음식점 'Saigon Shank' 쌀국수와 반미 등 베트남 음식을 파는 곳인데, 특히 생선튀김 반미가 정말 최고다. 따뜻한 생선튀김과 바삭한 빵, 당근 라페가 조화를 이루어 최고의 반미를 맛볼 수 있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 근처에 위치해 있어, 샌드위치를 사서 공원에 앉아 피크닉을 즐기기에 딱이다. 뉴욕에서 지내는 동안 이곳을 주기적으로 방문했을 정도로 이곳을 사랑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입에 저절로 침이 고인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디저트가 빠질 수 없겠지? 'Eileen's Special Cheesecake'는 아마 한국인 사이에서도 꽤 유명한 치즈케이크 집일 거다. 이곳은 작고 아담한 가게지만, 그 맛은 정말 일품이다. 치즈케이크는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한입 먹어보면 그 값어치를 알게 될 거다. 나는 여러 가지 맛을 먹어 봤지만, 역시 기본 맛이 제일 좋았다. 카푸치노 맛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디저트 샵은 'Dominique Ansel Bakery'다. 이곳은 크로넛과 쿠키샷으로 유명한 곳인데, 크로넛은 매달 새로운 맛이 출시되니 어떤 맛이 있을까 기대되는 마음으로 방문할 수 있다. 이곳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기 때문에 특히 주말엔 줄을 설 각오를 하고 가야 한다. 더 말을 하자면 끝이 없지만 나만의 맛집을 찾아나가는 것 또한 재미있을 테니 아쉬운 마음을 안고 오늘의 추천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소호는 다양한 맛과 멋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며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룬 뉴욕만의 독특한 매력을 담고 있는 곳이다. 뉴욕을 방문할 때, 소호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은 잊지 못할 추억의 한 조각이 되어 줄 것이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의 개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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