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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민 Oct 14. 2019

마지막 잎새의 무대, 그리니치 빌리지의 가을

뉴욕의 가을

워싱턴 광장 서쪽의 한 작은 구역은 길들이 질서 없이 뻗다가 몇 개의 길고 작은 마을로 갈라져 들어갔다. 이 마을에는 복잡한 갈림길이 많았다. 어떤 길은 그 길 자체가 한 번이나 두 번씩 교차되기도 했다..... 그래서 미술가들은 방값이 싸면서도 창이 북쪽으로 나 있고, 18세기 박공과 네덜란드식 다락방과 아치가 있는 집을 찾아 그리니치 빌리지로 몰려들었다.
[마지막 잎새] 오 헨리 단편선(문예출판사)

1905년 작,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 그 서두에 묘사된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모습은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도시 뉴욕에 속해 있는데 '마을'이라 불리다니. 그리니치 빌리지는 어떤 곳일까?

뉴욕 맨해튼에는 동네의 특색에 따라 오랜 세월에 걸쳐 붙여진 '동네이름들이 있다. 뉴욕 타임스 본사가 생기면서  불리게 된 '타임스 스퀘어'라든지, 영국 총독의 관저 이름을 본뜬 '첼시'라든지, 쇼핑가로 유명한 소호 등등의 명칭은 뉴욕 여행을 떠나기 전 알아두면 여러모로 재미있다.

멋진 아치와 분수가 있는 공원, 워싱턴스퀘어파크를 중심으로 그 동쪽을 '이스트빌리지,' 서쪽의 보다 좁은 구역을 '웨스트빌리지'라 부르는데 오늘 소개할 '그리니치빌리지는' 웨스트빌리지를 포괄하는 좀 더 넓은 범위이고, 뉴욕에서 그냥 'Village'라 부를 때에는 바로 이 그리니치 빌리지를 뜻한다.

위성 사진으로 본 그리니치 빌리지

소설 속 묘사 그대로, 그리니치 빌리지의 길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바둑판처럼 정돈된 미드타운이나 업타운과 달리 그리니치 빌리지는 말 그대로, 대도시 뉴욕 안에 숨어있는 마을 같은 곳이다. 고층 빌딩 대신에 길 양옆으로 서로 나란히 붙어 있는 주택-타운하우스가 늘어서 있다. 대부분 19세기 중반에 지어진, 나지막한 Row Houses 들이다.

브라운스톤으로 건축된 그리니치 빌리지의 고급주택

'마지막 잎새' 내용에 따르면 로어 맨해튼의 한 레스토랑(델모니코스)에서 만난 수와 존시는 그리니치 빌리지의 어느 아파트에 화실을 얻었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으니 그 방은, 고급스러운 타운하우스가 아니라 뒷골목 깊숙히 숨겨진 작은 방이었을 것이다.

수와 존시가 살았을 법한 뒷골목

'마지막 잎새'가 쓰여진 무렵인 20세기 초 그리니치 빌리지는 미국 보헤미안 문화의 정점에 있었다. 많은 예술인들이 비교적 방값이 쌌던 이곳에 정착했고, 동네 선술집과 카페는 당대 문학인들이 치열한 토론을 펼치던 문학 살롱 역할을 했던 것. 그래서 이 부근에는 '마지막 잎새'의 작가 오 헨리의 단골 술집이라든지, '작은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알콧의 자택, ‘리더스 다이제스트'잡지가 처음 만들어진 장소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오 헨리와 피츠 태번

1864년부터 영업 중인 '피츠 태번'은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선술집 중 하나다.

오 헨리는 근처 55 Irving Place 살면서 술집을 자주 찾아와 단편 "크리스마스의 선물"을  집필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팩트였는지는 확인된 바 없으나 어쨌든 이 태번은 '오 헨리를 유명하게 만든 태번'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으며, 오 헨리는 여러 편의 소설에서 당시 뉴욕의 모습을 자세히 묘사했다.



시간이 흘러 21세기의 그리니치 빌리지의 타운하우스는 가난한 예술가의 작업실을 대신하여 고급 상점으로 채워졌고, 타운하우스의 집값은 치솟았지만, 그래도 그리니치 빌리지는 예나 지금이나 뉴욕의 다채로움과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아름다운 동네로 남아 있다.

그리고 매년 11월이 되면 담쟁이덩굴도 황금빛으로 변하고,


가을은 점점 깊어간다.

고풍스러운 타운하우스와 가로수의 단풍이 만들어낸 그리니치 빌리지의 풍경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뉴욕의 '차분한 매력'을 접하고 싶다면,
그리니치 빌리지를 꼭 여행해보기를 바라면서.....


글•사진 <프렌즈 뉴욕>저자 제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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