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뜻대로 될 리가 없다
서서히 선착장을 벗어나는 배
누구나 한 번은 상상해 봤을지 모를, 밤바다의 선상 결혼식. 뉴욕의 야경이 커플을 빛내주는 결혼.
해질 무렵, 맨해튼의 선착장을 떠난 배는 빌딩 숲을 뒤로하고 매끄럽게 흘러간다. 베테랑 선장은 석양이 웨딩
커플의 배경이 되도록 그 큰 배를 세심히 조정해 완벽한 자리에 닻을 내린다.
가까이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은 커플의 결혼을 축하 해주 듯 서 있고 횃불을 든 손이 더욱더 믿음직해 보인다.
뱃고동 소리가 힘차게 커플의 첫출발을 알린다.
재즈 음악이 한층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선상에는 아름다움 만이 존재하는 거 같다.
맨해튼의 화려한 불 빛이 강물에 여운을 남기고 배 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커플을 비춰준다. 배 위의 모든 이가 분위기에 한 껏 취해 신혼을 축복해준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더욱 아름다워지는 밤.
마치 모두가 꿈을 꾸고 있는 거 같다.
시간은 흐르고 예정된 시간을 아쉬워하며 배는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마지막 키스로 웨딩 파티는 끝이 난다. 하객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신혼은 배에서 내려 대기 중이던 리무진에 오른다. 리무진에 오르자마자 커플은 하객들이 보란 듯 키스를 나눈다. 그들을 지켜보던 리무진 기사는 미소 띤 얼굴로 차에 시동을 건다. 하얀색 리무진은 바하마로 떠날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는 공항으로 향한다.
신혼부부의 뒤로는 그들에게서 눈을 못 떼는 하객들이 여전히 손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꿈은 꿈일 뿐이다. 선상 결혼식이 그렇게 쉽게 내가 원하는 대로 될 리가 없다.
이제 현실을 살펴보자. 내가 경험했던 100% Real Story!
보통 5시간에서 6 시간 정도 진행되는 선상 결혼식은 엄격한 출항 시간으로부터 시작된다.
하객 중, 선착장에 늦게 도착해 배를 못 타는 경우도 있었다.
뉴욕의 허드슨 강은 대서양을 만나는 교통 혼잡이 심한 강이다. 쉴 새 없이 유람선과 화물선, 개인용 요트까지 오가고 결혼식이 열리는 배는 당연히 예정된 스케줄과 루트를 지켜야만 한다.
결혼 날짜를 잡았다고 날씨까지 선택할 수는 없는 법. 예상 못한 일들이 수시로 벌어진다. 비라도 오게 되면
배의 갑판에서 진행되어야 할 모든 행사가 실내의 좁은 공간으로 옮겨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배에서 진행되는 모든 식순은 운이 따라줘야 한다.
가장 설레고 긴장되는 입장 순서도 움직이는 배에서는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 멋지게 입장하려던 신랑이
난데없이 호랑나비 춤을 추기도 하고, 신부의 베일이 바람에 날리며 얼굴을 가려 얼굴 없는 신부 사진을
만들기도 한다.
출발 전 정착된 배에서부터 칵테일을 즐기기 시작한 하객들, 누군가에게는 비극의 시작이다. 곧 배는 떠나게
되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고통이 시작된다. 선상 결혼식이 열리는 배는 보통 정원이 백 명
또는 백오십 명 수준의 배다. 조그만 낚싯배 보다야 낫겠지만 흔들림이 꽤 심하다.
더구나 옆으로 화물선이라도 지나치면 파도 수준으로 배를 위아래로 흔들어 놓는다.
배가 항구를 떠나고 몇 분이 지나면 배 밖으로 머리 내놓고 먹은걸 확인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심한 경우에는 주인공인 신부가 뱃멀미를 심하게 해 사진과 비디오를 제대로 못 찍은 경우도 있었다.
별로인 음식
하객들이 기다리던 만찬 시간이 돼서는 음식에 실망하게 된다.
생각보다 별로 일수밖에 없는 음식. 대 부분의 선상 음식은 육지에서 공수해온 음식을 가열하거나 반 제품을
요리한다. 맛이 있을 수 없다.
예약할 때 봤던 음식 샘플 사진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무한정 제공이라는 술을 더 마시게 되는 이유가 된다.
파티 예약 전에 본 음식 샘플 사진에 속은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이제 시간이 흘러 모두가 기다리던 맨해튼의 야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신혼에게는 걸림돌이 있다. 맨해튼의 야경이 너무 아름답다는 것이다.
신랑, 신부만을 지켜보고 있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전경이 펼쳐진다. 하객으로 참석한 선남선녀들이 본연의
임무를 잊은 채, 야경에 넋을 잃고 배의 갑판으로 흩어져 자신들만의 로맨틱한 시간을 갖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갑판으로 몰려 가고 그들이 차지하고 있던 실내의 무대에는 신랑, 신부와 나이 든 가족들만 남게 된다. 따로 수고비를 주고 고용한 음악 디제이가 계면쩍게 웃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
선실에만 머물기에는 맨해튼의 야경이
너무 유혹적이다.
배에서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비행기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상상해 보자.
10번이 조금 넘는 선상 결혼식 경험 중, 커플이 만족한 결혼식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선상 결혼식은, 배의 규모나 음식, 시간에 따라 비용이 다르지만 보통 미화로 3만 불 정도가 시작 가격(Starting Price)이라 할 수 있다.
싸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까지 만족하지 못하는 웨딩이라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은 결혼이다. 뉴욕의 야경 사진이 목적이라면 내가 소개해줄 곳 많다.
그래도 선상 결혼식을 원하는 커플이 있다면 날씨라도 좋게 해달라고 기도라도 열심히 하기 바란다.
비 내리는 선상 결혼식, 상상하고 싶지 않다.
잊지 마세요! 선착장을 떠난 배는 정해진 시간까지 절대 돌아오지 않습니다.
하객 중 마음에 안 드는 사돈이 있든, 누군가가 술김에 싸웠든.. 모두가 한 배에 있어야 합니다.
사진은 글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