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주는 사람들

제7화 살만한 세상

by Henry Hong
슬픔 속에 진행된 결혼


결혼의 주인공인 신부의 어머니가 근래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이틀 전에 전달받았다.

한 달 전, 신부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뉴스. 슬픔에 잠겨 있을 가족을 위해 촬영팀에게, 과한 행동을 주의하라는 지침이 있었다. 신부의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날이 날이다 보니, 신부는 헤어와 메이크 업을 받으며 억지웃음을 보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더욱 슬퍼 보이기만 했다.

암투병 중이었던 어머니는 안타깝게도 딸의 결혼식을 얼마 안 남겨두고 숨을 거두었다.

슬픔의 공기가 집안 가득했다.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입은 신부의 아버지와 태어나서 처음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마주 해서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만 흘렸다. 그 두 사람을 애써 외면하는 두 오빠


원래의 웨딩 날짜는 한 달 전이었지만 그때는 결혼식을 상상 조차 할 수 없었고, 한 달을 연기한 오늘에야

결혼식을 치를 수 있었다.

사실, 신부는 결혼을 한 달 정도 더 연기하려 했지만 이미 편의를 봐준 교회와 연회장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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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신부 아버지의 옆 자리는 비어 있었고, 의자에는 생전에 어머니가 좋아했다는 분홍색 백합이

놓여있었다.


결혼식 내내 신부는 눈물을 보였다.


신부의 모습은 어머니의 빈자리를 전혀 못 체우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신랑도 안쓰러워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평소 신부의 가족이 다니는 교회에서 거행된 결혼이라 교회의 분위기는

모두가 가족 같았다.

신부 가족을 잘 아는 가톨릭 신부님이 주례를 맡아 생전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고 추억을 이야기하며 분위기 전환을 위해 노력했지만 2남 1녀의 막내로 어머니의 큰 사랑을 받던 신부의 슬픔을 달래지는 못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진행된 슬픔 속 결혼.

결혼식에 참석 한 모든 이가 경건한 마음을 갖었고 슬픔 속에 진행된 결혼을 축하했다.



교회에서 예식이 끝나고 파티가 열리는 연회장에 도착했다. 촬영 장비를 셋업하고 주위를 둘러보다,

웨딩 케이크를 보게 됐다.

단순하게 보이는 케이크 옆에는 신부 어머니의 사진이 조그만 액자에 진열되어 있었다. 어디서든 어머니가

신부를 지켜볼 것이고 함께 한다는 의미의 사진이었다.

미국에서는 종종 할머니나 할아버지의 사진을 케이크 옆에 진열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은 돌아가신 어머니 사진 옆에 특별한 상자가 하나 놓여있었다. 암환자의 가족들을 돕기 위한

기부금 모금 상자였다. 암으로 가족을 잃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모금 상자였다.


신랑, 신부에게 돌아갈 축의금 같은 건 아예 없었다.


축의금을 포함해 기부금 전부가 암환자 가족을 위한 재단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애틋한 마음이 들고 한 없이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바라는 거 없이 남에게 선의를 베푼 게 얼마나 됐던가!

나 같이 베풀 줄 모르고 살아온 사람은, 절대 이해 못할 사람들.


결혼 케이크 옆에는 커플의 어릴 적 추억과 연결된 소중한 것들이 같이 할 때가 있다. 그들이 키우던

반려 동물의 사진이 자리를 같이 하기도 하고, 왠지는 모르지만 어릴 적 장난감이 놓이기도 한다.

그리고 간혹 기부금 상자를 볼 때가 있다. 오늘 신부처럼 축의금까지 전부를 기부하지는 못하더라도 파티가 끝나고, 연회장의 잔금을 지불한 후에 남은 돈을 기부하거나 따로 기부금을 모으기도 한다.

보통 상자에는 어디에 쓰일 기부금인지 쓰여있는데 동물 보호소, 지구 온난화 방지, 뉴욕 공공 도서관 등이

기억에 남는다. 커플이 평소에 관심을 갖거나 활동을 하는 곳에 기부를 하는 거 같은데

마음이 부자인 사람들 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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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부자인 사람들을 접하며, 인생.. 배울게 아직도 많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경건하게 진행된 오늘의 결혼에 참으로 난처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신부의 슬픈 소식을 알고 있던 디제이(D.J) 토니가 그 사람이다. 그는 신나는 음악으로 하객들의 흥을 돋울 수도 없었고,

조용한 음악만 들려주며 분위기를 처지게 할 수 도 없는, 너무 힘든 처지였다.

디제이 장비를 연회장으로 갖고 들어 올 때부터 고뇌의 얼굴을 하고 있던 토니....

세상에 쉽게 갈 일은 없나 보다.


사진은 글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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