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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Hong Nov 15. 2022

미션

묘한 인연의 영화

 기회가 정말 많았는데

미루기만 하다가 30여 년이 흐른 영화가 있다.


고등학교 다닐 때 개봉한 미션(Mission)이라는

영화다.

여학생 자매님들을 만나러 열심히 교회에 다니 던 종석이가 영화를 추천했다.

아주 감동적인 영화란다.


시험이 끝나고 친구들과 보려 했는데

좀 더 흥미로운 오락 영화에 밀려 못 보게 됐다.

그 후에도 미션이라는 영화는 많은 영화에

밀리고 밀렸다. 성룡이나 탐 크루즈에 밀리는가 싶더니

'차탈레 부인'이나 '뽕'에도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적 허영 때문에 아쉬워하던 영화 '미션' 


때마침, 종석이의 교회에서

단체 관람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도 같이 가기로 했다.

또래의 여학생들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들뜬 마음으로 무려 2주를 기다렸지만 영화는 볼 수 없었다.

개봉관에서 영화를 종료해 버린 탓이었다.

개봉 극장에서 영화가 사라지면

변두리 극장의 재 상영까지 기다리려야 할 때였다.




당시 스크린 잡지에 실렸던 기사


정작 기다림 끝에 찾은 재상영 극장은 너무 먼 곳에 있었다.

시기 놓친 영화를 먼 곳까지 가서 볼 열정은 사라졌고, 

종교 영화를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야한 영화와 동시 상영하는 극장마저 있었다.

이렇게 '미션'은 아쉬움만 남기고 멀어진 영화였다.

그 후 미국에 오게 되었고 '미션'은

미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다.

유럽 영화라서 그랬는지, 비디오 대여점에서 조차 찾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렀다.

학교를 다녔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 아빠가 되었다.


어느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이었다.

오래간만에 후배를 만나 수다를 떠는데

자기의 인생 영화라며 DVD를 내 앞으로 내밀었다.

선명하게 쓰인 단어 미션


"이 영화 보셨나요?"


"아니.. 이 영화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너무 식상한 대답과 함께 어린아이 같았을 내 얼굴..

괜히 오버하는 것 같아 창피하기까지 했다.

입에 발린 립서비스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잘됐네요..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Special Edition MISSION DVD


그러나

바로 보려고 했던 영화는 책장에 꽂혀 또 몇 년을

흘려보냈다.

노력 없이 볼 수 있는 영화가 되니 더 게을러지는 아이러니. 

언젠가는 보겠지 하지만 그런 날은 쉽게

오지 않았다. 

새로운 영화가 계속 개봉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볼 영화는 많고 시간은 한정적이기만 하다.


왠지 경건한 마음으로 봐야 할 것 같았던 '미션'은

이렇게 영화를 보지 말고 소장만 할까?라는

생각마저 갖게 했다.

어떤 부적 같은 느낌의 크리스천 영화


결론을 말하자면

팬데믹 기간 우리 세 식구가 서로에게 지쳐갈 때쯤

'미션'을 보게 됐다.

종석이가 감동하고 35년이 흐른 뒤였다.


한 인간의 참회 그리고 희생

비극적인 영화의 결말이 길게 길게 여운을 남겼다.


개인적으로는 35년 만에 밀린 숙제를 끝마친

기분이었다.

영화를 놓쳤던 많은 시간이 떠오르며

나의 미션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됐다.

나에게 그런 게 있기는 한 건가?

사명이라는 망상 때문에 남에게

폐를 끼친 적은 없었나?

그렇다면 임무는?

아무 생각 없이 행한 임무?

임무를 한정 지어 책임감을 덜었던 기억?

임무라며.. 생각 없이 행동한 경험?


사명이건

임무 건 영어로 하면 Mission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의 '미션'을 행 합니다.

미션의 해석은 보는 이에게 맡겨집니다.


The Mission (1986)

Director: Roland Joffe

Cast: Robert De Niro, Jeremy Irons, Liam Nee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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