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nry Hong Oct 27. 2022

시네마 천국

희망의 얼굴

1991년 즈음

나의 영화사랑을 아는 친구들이 한결같이 추천하는 영화가 있었다.


"시네마 천국"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안 봤으면 꼭 봐라.. 네가 좋아할 거야!"

"영화 내용 얘기하지 말고 왜 봐야 하는지 얘기해 봐!"

.. 그냥 보라니까.. 후회  한다." 한결같은 친구들의 추천이었다.


시네마 천국

이유는 모르겠고 꼭 봐야 하는 영화였다.


친구들의 뜻대로 영화를 봤다.

그리고 받은 감동....

그때는 몰랐습니다.  감동이 30   지속될지…,


무슨 우연인지 어릴 적 나도 영화관을   드나들듯 하던 토토 같았다.

살던   앞의 경보 극장, 마포 극장을 수없이 찾았었고, 영사기를 돌리던 알프레도 대신

   바지를 입고 있던 매표소 아저씨들을 알고 지냈다.

공짜로 영화를 볼 수는 없었지만

미성년자 관람 불가였던 영화를 보게 해 주셨다.

애마부인이나 영자의 전성시대 같은 영화에 전율했고, 사관과 신사 그로잉  같은 

영화로 사랑을 상상했다.

나의 유일한 자랑거리영화 얘기였다.

친구들이 나의 영화 사랑을 알고 있는 것이 당연했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떠난 토토 같이

나도 고향을 떠났고..

토토와 같은 영화감독을 꿈꿨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감독은 아니고 흥행 감독을 꿈꿨다.

그냥 감독은 그냥 하면 되니까요.

지금은 스마트 폰으로도 영화 찍을 수 있잖아요.


시네마 천국의 감동은 시간이 흐르며 용기가 되기도 하고 희망이 되기도 했다.

나도 언젠가는 토토 같이 돼야지 하는 목표가 

있었다.

당연히도 뉴욕 생활을 하며 '시네마 천국' VHS테이프를 구입했고

그 후에는 DVD로도 소장하고 있었다.

'시네마 천국'은 나의 힐링 영화였다.

애지중지했고.. 많은 친구가 빌려 달라던 영화

하지만 단 한 번도 빌려주지 않았던 영화

그리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르게 된 영화


그 시네마 천국을 지난주 아들과 봤다.

우연히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발견했고

아들에게 강력히 추천을 했다.

"안 보면 후회할 영화라니까!"

요즘 내 추천작들을 못 믿는 아들이 '또 속아줘!' 하는 

표정을 지었다.

영웅본색이 재미없었답니다.

현실감이 없다나 뭐라나.. 영화 현실감으로 봅니까?


이쯤 되면 타협은 없다.

무조건 아들을 자리에 앉히고 영화 플레이!


예상대로 아들은 쉽게 영화에 몰입했다.

어린 토토의 연기를 어떻게 거부하겠습니까?

영화 장면 캡처


숫자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봤던 영화인데도

저는 다시 빠져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급격히 말수가 적어진 아빠와 아들

이래서 명작은 세대를 뛰어넘나 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영화에 몰입했다.

그리고 문제의 장면,

중년의 토토가 홀로 영상을 보는 장면에 다다랐다.

영화 장면 캡처


알프레도가 편집해 놓은 키스 몬타지

(Kiss Montage) 뒤늦게 마주한 토토

배경으로 흐르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아들에게 들킬까 괜한 헛기침을 하고 화장실로 

향하는 아빠.

가까웠던 부엌에 아내가 있어 그쪽도 피해야 했다.


화장실의 거울을 보며 싱거운 미소를 지어 보았다.

흐르지 고 고인 눈물이 어색해 보였다.

예전의 눈물이 가슴 뭉클함 때문이었다면,

지금은 그리움이 더해진 눈물이었다.

토토 같은 영화감독이 못돼 럽냐고요?

아닙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희망의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주책 아니라니까요....


시네마 천국은 아들에게도 좋은 영화로 

기억됐습니다.


Cinema Paradiso (1988)

Director: Giuseppe Tornatore

Cast: Salvatore Cascio, Phillppe Noiret

         Jacques Perrin


 

이전 04화 영웅본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