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적응 중
집이 그러니까.. 빈 집 아닌 빈 집이 돼버렸다.
그렇게 붙어 다니던 세 식구 중 하나가 떠났다.
꼬물꼬물 기어 다니더니, 어느 날은 뛰는가
싶더니만, 날아가 버렸다.
날갯짓을 하는지도 몰랐던 게 아쉽기만 하다.
빈 집 같이 느껴지는 집에 아내와 둘이 남았다.
걱정이다.
뭐 먹을까?
아무거나 대충 먹자.
주말에 무슨 계획 있어?
없어.. 대충 아무거나 하자.
무슨 대화를 하다가도 대충으로 마무리된다.
아내와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을 찾았다.
농장에서 바로 가져온 먹거리로 장터가 열린다.
아들이 있었으면 다수결에 의해 절대 찾지 않았을 곳이다.
어차피 아빠와 아들은 유기농과 농약 맛을 구별 못한다.
차라리 고기를 먹고 만다. 야채가 비싸기까지 하다.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아 쫓아간 야외 장터에서,
가을 냄새를 맡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끝났다.
아내 꽁무니를 따라다니다가 두 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집에 들어섰다.
두 사람이 있지만 빈 집처럼 느껴진다.
시끌벅적 이 사라진 집.
매일 전화하겠다던 아들은 5일째 무소식이다.
섭섭한 심정을 애써 억누르며 아내에게 하소연한다.
"당신 아들 왜 이래? 전화도 없고!"
아내가 눈을 흘기며 말을 잇는다.
"잘 적응하고 있으니 다행이지, 허구한 날 보고 싶다고 전화해 봐!"
맞는 말이다. 적응 못하고 매일 전화라도 해 온다면 그걸 어쩌랴!
아내의 한마디에 긍정적이 된다. 역시 내 아들!
그래도 집은 빈 집처럼 느껴진다.
한국의 부모님을 생각한다.
처음으로 두 분이 집에 남겨지신 건, 내가 유학을
오고 동생이 입대를 했을 때다.
그 후로, 두 분만 계신 집은 현재 진행 중이다.
미래보다는 과거의 후회나 미련에 치우치는
삶은 아닐까?
문득 아들은 궁금해졌다.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요즘 아빠랑 뭐 하며 지내?"
"뭘 하고 지내 긴.. 지금 이혼 준비 중이다!"
이렇게 훅 들어오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