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다는 것
얼마 전, 많이 변한 사람을 만났다. 생소했다.
사는 나라가 다르니 몇 년 만에 한 번 보는 사이지만 놀라웠다.
사람이 바뀌다니?
인간의 진화를 눈앞에서 확인하다니?
6년 만의 만남에 이야기는 길게 이어졌다.
침묵이 서먹하게 느껴질 나이는 지났지만 침묵할 시간이 없었다.
대화의 시간이 더해지며..
이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나 라는 생각에 부끄러워졌다.
이 사람은 변한 게 없었다.
변했다고 생각한 나만 있었다.
지난날.. 천성을 잘 못 본 나의 어리석음에 한숨이 나왔다.
생각 없이 용기만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철없고 막무가내였던 나를 배려했던 거였다.
확실히 나는 일관성 있게 안 변했다 싶다.
늦은 밤 그와 헤어지고 많은 생각을 하며 새벽을 맞이했다.
내가 모르던 지인의 모습들 어쩌면 내가 애써 외면했던 그들의 참모습이었다.
착한 친구를 외면했던 나.
그를 보고 있자면 나의 추한 모습이 거울처럼 비치는 게 싫었다.
친구의 착한 심성을 가식이라 우기던 나만.. 우두커니 서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며 외면했던 사람이 어디 한둘이었겠나!?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그렇다.
최소 30년 정도의 시간을 알고 지낸 사람들을 돌이켜보니 그렇다.
순하던 사람이 순하게 늙었다.
예민하던 사람이 민감해졌다.
할 말 못 해 애끓던 사람은 이제 애간장이 녹아내렸다.
쌈닭이던 이는 아직도 쌈질에 제 깃털 다 빠졌다.
사람은 변하지 않나 보다.
몸속 DNA는 생각보다 견고했다.
예전부터 상대방을 배려하던 친구가 거짓말이 늘어 간다.
혼자 즐기는 게 미만 해, 안 즐겁다 말한다.
맛있는 것 먹으며, 맛없다고 말한다.
사람 참.. 안 바뀐다.
이제 곧 해가 바뀐다.
어차피 바뀌지 않을 천성은 관두고 여태 실패했던,
계획이나 바꿔봐야겠다.
아내에게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2024년 우리 같이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