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의 첫 만남

아직도 아빠라 부르는 내가..

by Henry Hong

토요일 아침이었다. 밤 잠보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평화롭게 단잠을 자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들려온 아내의 비명..

번쩍! 반사신경에 의해 눈은 떴다. 그러나 상황 판단이 안돼 멍한 상태..

잘못 들었나?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는데.. 싸한 느낌..

어느 틈엔가 아내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야! 너 좀 일어나 봐!"


이건 뭐지?.. 무슨 일이냐고 물으며 마지못해 일어난 나.

아내가 잡아끌며 화장실로 데려간다.

공포의 임신 테스트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애 시절.. 두 번 샀던 기억이 있는 임신 테스트기..

테스트기를 사러 갈 때의 간절했던 심정..

화장실 밖에서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며 드렸던 기도가 떠 올랐다.

나는 내가 아는 모든 신께 기도를 드렸었다.

혹시 빠트린 신이 있지 않은가! 조심스럽게 헤아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임신 테스트기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제는 쫄 필요가 없잖아!

난 이미 결혼한 몸이잖아!

그 찰나, 아내가 테스트기를 내 눈앞으로 들이민다.

빨간 줄 2개.. 뭐지?

답답했는지, 아내가 책임지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는 나.

당연히 책임져야지요!!

나는 예전과 완전히 다른 이유로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를 외치고 있었다.



아내는 바로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내가 원하는 병원의 조건은..

당연히 우리가 갖고 있는 보험을 취급하는 병원.

위생 상태가 좋은 병원.

나이 많지 않은 여의사.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 영어 발음에 이상이 없는 의사.. 정도였다.



아내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이곳저곳에 연락하며 바쁠 때,

내가 한 일이라고는 옆에 조용히 앉아 고개를 끄덕이는 일이었다.

아직 임신이라는 100% 확신이 없었다.


위의 내용을 만족시킨 곳은 롱아일랜드 병원의 유태계 여의사였다.


병원 첫 방문,

모든 게 떨리기만 했던 경험..

내 심정이 이랬으니 아내는 오죽했으랴.

사진보다 젊어 보였던 여의사.. 의사가 임신 중이었다.


"임신 맞습니다. 4주 됐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드라마에서 보던 대사 같은 이야기를 실제로 듣게 되었다. 내가 아빠가 된 단다.


그리고 의사는 묻지도 않았는데 언제 임신이 됐는지 알려줬다.

괜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의사 당신은 언제 임신했는데?


그 후, 정기적으로 꼬박꼬박 병원을 방문했고,

나는 한 차례도 빠짐없이 아내와 동행했다.



어느 날, 의사가 물었다.

아기의 성별 가르쳐 줄까?

"No, No! We want to be surprised!"

아니, 괜찮아 우린 그냥 깜짝 놀라고 싶어..


정확한 이유 없이 우리 부부는 성별을 알고 싶지 않았다.

아기 때 옷이야 남자 것이면 어떻고 여자 것이면 어때!

그런데 이름이 문제였다.

미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출생증명서에 이름을 기입해야 한다.

우리 부부의 고민이 시작됐다....



첫 병원 방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며 스스로 다짐을 했었다.

아기를 보는 그날까지, 아내를 병원에 혼자 보내지 않겠다고..

이유는 별게 아니었다.

병원에 따라가보니 아내가 무서워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 나도 무섭더구먼.

아내가 고마워는 해줬다.


그 당시, 나는 교포 방송국(KTV)에서 일할 때였는데 조퇴를 하거나 아예 쉬거나..

그리고 정말 운이 좋게도 가끔 있는 지방 촬영일은,

한 번도 병원 약속과 겹치지 않았다.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사장이나 직장에서 눈치는 안 보였냐고요?


내 가족이 중요하지 사장이 중요합니까!!

어느 때는 배 째라! 가 장땡입니다요.


배 부른 소리라굽쇼?


배가 불렀던 건 제가 아니라 아내였습니다요.


에이브리8.jpg

8주 차에 처음 본 아기의 모습

내가 아빠가 될 거 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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