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일 년 동안 부모님 그늘 아래 살게 하심 감사

by 뉴욕댁

한국을 떠나는 날, 출국장 앞에서 우리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웃음 뒤에는 언제금 폭포수처럼 터질 것만 같은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또 게다가 언제든 한국에 올 수 있다는 마음을 수백 번이고 먹어도 한 해가 지나 엄마 아빠를 만났을 때 내가 모르는 주름이 한 자락이 얼굴에 드리워져 있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울적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꾸역꾸역 눈물을 삼키며 출국장에서는 웃으며 엄마 아빠를 보내고, 입국 심사 대기줄에 서서 미처 흘리지 못했던 눈물을 쏟아냈다. 울지 않으리라 수십 번 다짐했었지만 나를 보내기 전 눈에 나를 한가득 담으려던 엄마의 눈빛은 나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아마 평생이 지나도 엄마의 그 눈빛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나를 바라보던 눈망울 안에 가득했던 슬픔과 아쉬움. 난생 태어나 처음 보는 엄마의 눈빛이었다.


"하나님 아버지, 삼십 일 년 동안 우리 가정에 이런 귀한 딸을 허락하셔서 감사합니다."


출국하기 전, 마지막 아침 식사를 함께 하며 엄마가 드린 감사기도의 서문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리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슬펐지만 이와 동시에 이런 가정에서 내가 태어난 것이 참으로 감사했다. 엄마 아빠의 부족함 없는 사랑 덕분에 내가 이렇게 자랐기에.



밍키를 처음 우리 집에 데리고 왔을 때, 당시 중학생이던 나는 어린 강아지가 엄마를 떠나 슬프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런 걱정도 잠시, 밍키는 며칠 지나지 않아 엄마를 자신의 진짜 엄마처럼 따르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죽을 때까지 엄마와 함께 한 이불을 덮고 생활했다. 밍키는 비록 생모를 떠났지만 우리 가정을 만나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다 강아지 별로 갔던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부모를 떠나 우리에게 온 것이 복이었다.


뜬금없지만 나도 뉴욕에서 밍키처럼 살게 되길 소망한다. 부모님을 떠나왔지만 남편의 울타리 안에서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죽을 때까지 누구보다 행복하게. 그리고 그렇게 살아갈 때, 애견샵에서 우리를 만나기 전의 밍키와 같은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사랑하며 살아가게 되길 꿈꾼다. 부모를 떠났지만 갈 곳 없는 이들에게, 혹은 엄마의 사랑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내가 받았던 사랑을 나눠주며.


이제 나는 이 빚진 마음을 안고 뉴욕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꾼다. 다시금 열심히 살고 싶은 동기부여가 생긴 것이 감사하다.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기 위해 부단히 정진할 것을 나 자신에게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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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3779.jpeg 가을에 다시 만나!
IMG_3749.jpeg 마지막 소박한 집밥 ㅎㅎㅎ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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