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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veller Hoony Oct 03. 2020

레이지 오아후

여행자의 분주함보다는

현지인의 느림이 좋다. 



나는 경영학을 공부했다. 아내는 나에게 경영 공부를 했는데, 왜? 우리 가정 경영을 잘 못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곰곰이 생각하며, 마음에 새겼다. 꼭 경영에 성공하리라!


여행자에게는 여행 책임감이 있다. 돈과 시간을 투자했으니 최대의 효용을 뽑아야 한다는 경제적인 관념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없는 시간과 돈을 들여 간 여행이니 만큼, 최대한 다니면서 기록을 남겨야 할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된다.

나도 마찬가지다. 다음 날 가볼 곳을 지도에 표시하고 차의 동선을 매끄럽게 하여 시간과 비용을 아낀다는 전략을 짠 것이다. 하지만 느긋한 아내와 어린 딸로 인해 계획은 항상 계획일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서서히 느긋해졌다. 살아보며 여행을 다녀 보니 느긋함, 그게 좋다.


따듯한 곳으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일까?  먼저는 옷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서 좋을 것이고, 그동안 고생했던 비염이 따듯한 날씨로 인해 한결 나아지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당연 으뜸은 그동안 먹지 못했던  열대 과일을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오아후  - 프리마켓


 이른 아침 '눈부신 햇살'과 '닭 소리'에 눈을 떠보니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던 산이 보인다. 커튼을 열어 주위를 둘러본다. 닭들이 잔디밭에 돌아다닌다. 계속 살았던 것 같은 편안한 아침이다.  현지인이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punaluu   숙소/창 밖으로 본 풍경 - 저 멀리 hauula forest reserve 가 보인다.

 

여행지의 이질감은 항상 따라다닌다. 대부분의 해외여행은 길어야 1-2주 안으로 끝나기에 현지인처럼 생활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번 하와이는 충분이 그들의 삶 속으로 젖어들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었다. 빅아일랜드 코나에 가기 전 오아후는 잠시 워밍업의  장소였다. 섬을 일주해 보고, 여행 책자에 나온 곳을 둘러보며 하와이에 몸과 마음을 적응하는 시간이다.  

지나다 들른 마을의 하와 이스러운 간판




소박하지만 더 진짜 같은 우리들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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