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혜화역 3번 출구 앞에는 다양한 노점상이 있다.
서울대병원을 오가는 환자와 보호자, 많은 걸음들이 그 앞에서 잠깐 발을 멈춘다.
계절마다 행인들이 몰리는 노점도 달라지는데, 가을의 인기는 단연 연탄불에 구운 가래떡과 알밤, 은행이다.
갑자기 닥친 추위에 대비해 중무장을 하고 나온 노점상 할머니가 연탄불 위에서
알밤과 은행을 동그란 체에 밭치고 살살 굴려 데운다.
비록 은행의 원산지가 중국산일지 몰라도, 할머니의 손놀림과 정성이 더해지면
은행은 고향이 어디인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길거리 낭만 간식으로 짠하고 변신한다.
은행을 담은 봉투도 정겹다.
어느 회사의 매출현황이 담긴 표가 인쇄된 이면지다. 이런 종이는 어디서 가져오는 걸까.
나는 이름 모를 회사의 매출 숫자를 매직아이 보듯이 쳐다보며 한 알씩 한 알씩, 귀한 곶감 빼먹듯 은행을 꺼내 먹는다.
보도블럭에 깔린 은행잎 융단을 밟으며 먹는 황금빛 은행의 맛이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해 향긋한 젤리 같다.
3천원으로 나는 올 가을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