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아이들도 친가 부모님께서 맡아주시고 모처럼 한가로운 일요일을 보낸 적이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아침 6시에 눈을 떠야 하지만 이날만큼은 9시까지 이불속에서 발가락만 꼼지락대고 있었다. 머리는 맑았는데 일어나기가 귀찮았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한껏 휴일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일일 계획(행복 회로)을 세웠다.
계획은 이러했다.
9시 - 기상, 씻고 가게에 가서 다음날 장사할 준비를 30분 만에 마치기
10시 - 스터디 카페에 가서 글을 쓰고 책 읽고 공부하기
17시 - 집에 와서 런닝맨 시청
19시 - 배민 리뷰 답글 달기, 블로그 포스팅하기
이불속에서 이런 계획이 순조롭게 흘러가서 행복하고 알찬 휴일을 보낼 거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지만 나는 이내 5분만 더! 라며 이불속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눈을 떠보니 어느새 티브이에선 런닝맨이 방송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황금 같은 일요일 낮에 오로지 잠만 잤던 것이다. 일요일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인데 그걸 다 잠으로 날려 먹은 것이다. 나에게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 갖추어졌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잠만 잤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가게 일하는 도중에 짬짬이 블로그에 글을 쓰고, 혼자 오픈 준비하는 그 시간도 아까워서 귀에 이어폰을 끼고 오디오북을 청취하는 건 충분히 하면서 말이다.
내 뇌는 아무래도 나를 조금 더 악조건으로 몰아붙여야 머리가 돌아가는 타입인가 싶었다. 아니면 그렇게 에너지를 소모했으니 일요일만이라도 쉬라고 무의식이 내 허락 없이 휴식을 부여한 것일까?
일주일에 6일은 그렇게 빡세게 살고 있으니 하루 정도 휴식이 괜찮냐면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일요일 대낮에 그렇게 뻗어있다 보니 가뜩이나 할 일 많은 월요일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찌뿌둥한 것이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것도 아닌데 다음 날의 에너지까지 끌어당겨서 잠을 잔 느낌이었다.
모든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의지력]이 나만 없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다. 나는 오히려 일이 닥쳤을 때, 그리고 정말 몸과 마음이 고될 때 상상 이상의 퍼포먼스가 나오는 걸 보면 어쩌면 변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조금 더 나의 육체와 정신을 관심 갖고 들여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