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KT 통신망이 먹통 됐다.

네트워크에 갇힌 우리

by 김주원

월요일은 준비할 것들이 많아 아침 일찍 출근했다. 겨우겨우 가게 문 여는 시간(오전 11시)에 맞춰 재료를 손질하고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월요일은 주변 식당들이 쉬는 곳이 많아서 우리 가게로 주문이 많이 몰린다. 11시가 되자마자 "배달의 민족 주문~"이 울리기 시작했다.


주문받은 대로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배차 신청 버튼을 눌렀는데 잠시 뒤에 배달대행업체의 프로그램에 배차 표시가 뜨지 않는 것이다.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기사님 단말기에는 배차 신청이 떠서 음식을 받아 가셨는데 뭔가 불안했다.


배달의 민족 주문 접수 프로그램도 안되고, 배달 대행 프로그램도 안됐다. 불안한 느낌에 내 핸드폰을 이용해 우리 가게로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벨이 울리지 않았다. 프로그램 하나만 잘못된 것이라면 컴퓨터를 껐다가 다시 켜면 원래대로 됐었는데 이번에는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일단 옆에 있는 미용실로 가서 원장님께 설명을 드렸더니 원장님은 다른 통신사라서 작동이 되고 있었고 다행히 우리 가게와 미용실이 가까워 양해를 구하고 와이파이를 끌어다 쓸 수 있었다. 겨우 와이파이를 켜고 핸드폰을 보니 주문이 몇 개가 들어와 있었다. 배달 업체에 배달지 주소 정보가 전송되지 않는 상황이라 급한 대로 내가 조리를 하고 아내가 배달을 다녀왔다. 그 사이에 주문이 몇 개가 들어왔다 취소됐는지 모르지만 아까운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만 가고 있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멍하니 있다가 정오가 조금 넘으니 그제야 프로그램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바쁘게 주문을 처리하고 점심 영업을 마무리하고 중간 정산을 해보니 역시나 매출 타격이 컸었다.


피해 규모는 둘째치고 우리가 얼마나 네트워크에 삶이 많이 종속이 되었는지 여실히 느낀 하루였다. 인터넷이 안되니까 가게 입장에서는 주문도 못 받고 카드 결제도 안되고 계좌이체도 받을 수 없고, 학생은 동영상 강의를 받을 수 없으며, 주식투자자는 제때 매매를 못하게 되었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 비해 생활은 월등히 편리하게 되었지만 누군가의 음모나 오조작 하나로 생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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