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요즘인데 어렸을 때는 공부가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이걸 배워서 어디에다가 써먹는지도 모르고 선생님은 암기만을 강요했다. 하지만 그렇게 싫던 공부도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게 생기니까 하게 되었다. 결국 목표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늦은 감이 있긴 해도 목표가 생기니까 공부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실 처음에는 뭐부터 공부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정말 중학교 입학해서 맞이했던 첫 영어수업 때의 충격처럼 멘붕이 왔다. (우리 때는 중학교 때 영어를 처음 배웠다.) 의욕과 비례해서 해야 하거나 하고 싶은 공부가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부터 인테리어, 행정업무, 가게 운영, 마케팅까지…
음식 장사를 하면서 배우게 되는 위생 교육조차도 분량이 생각보다 많았고 공사를 진행하면서 호구 잡히지 않기 위해 인테리어와 관련해서 공부도 해봤는데 생판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철거부터 전기공사, 가스 설비, 간판, 페인트, 설비, 집기, 심지어 노가다 용어까지…가게 오픈을 앞두고는 인터넷, 전화, 포스와 같은 자잘한 가입 절차와 보건증, 영업 신고, 사업자 등록과 같은 행정 업무들 모두 부딪혀가며 배웠다. 그러면서 도서관에서 책도 빌려보고 꼭 필요하다 싶은 도서는 구입해서 두고두고 읽었다.
사담이지만 외식업중앙회 담당자는 가게 오픈을 준비하면서 절차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식당을 하는 분들은 외식업중앙회가 얼마나 도움이 되고 유용한지 잘 알 것이다. 한 달에 만몇 천 원씩 하는 회비를 내는 게 아깝다는 사장님도 있었는데 나는 세금과 관련해서 큰 손실을 막은 적이 있기에 그 회비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네이버 스마트 플레이스 등록부터 시작된 가게 마케팅 공부도 빼놓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부는 꼭 책이나 강의로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에 장사하는 친구들의 조언도 귀담아듣고 망하는 가게를 보면서는 왜 망하는지 분석하면서 반면교사로 삼았다. 상권분석과 입지와 관련해서도 책을 통해 공부하며 스스로 분석도 해보면서 시야를 넓혔다.
뭐, 이렇게 해도 성공하기 힘든 게 장사라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성공의 문턱에 다가가기라도 하겠는가.
문득 어렸을 때 공부하라고 다그치던 부모님이 생각났다. 나는 그럴수록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그런 내가 나이가 들어 뭘 해보겠다고 스스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웃기지 않은가?
그렇게 하라고 할 때는 공부의 필요성을 몰라 손을 놓고 있다가 불혹을 앞둔 나이가 되어 그제야 하고 싶은 게 생겨 안 돌아가는 머리를 써보겠다고 발악하는 꼴이라니… 하지만 아내는 그런 나를 응원해 주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라며, 그런 사람들보다는 실패하더라도 뭐라도 해보려는 사람이 더 훌륭한 거 아니겠냐는 아내의 말이 큰 힘이 되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분명 행동에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성공이라는 결과는 1차 방정식처럼 투입대비 성과가 나오는 단순한 그래프가 아니다. 복잡한 함수가 맞물려있기에 0보다 더 밑으로 추락하기도 하고 그걸 딛고 일어서 꼬불꼬불한 그래프를 그리며 우상향 하기도 한다.
이게 인생이다.
실패가 없었다면 그건 성공한 인생이 아니다. 본인이 실패를 겪고 있는 시기라면 그건 공부하기 좋은 타이밍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특히 자영업자는 직장인보다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더 좋다고 장담한다. 장사가 안된다고 푸념하는 글을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올리는 시간, SNS를 가게 홍보가 아니라 릴스나 보면서 시간 때우기용으로 심심풀이로 하는 그 시간, 유튜브로 정치 편향 뉴스나 보면서 화를 분출하는 그 시간, 가게에 앉아 스포츠 중계나 보는 그 시간, 친구가 가게에 놀러 와서 수다 떨고 가는 그 시간...
잊지 말자. 이런 모든 시간들이 자영업자에게는 공부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임을. 기회비용을 좀 더 의미 있게 써보자. 지나간 시간은 다신 되돌려 받을 수 없는 큰돈이다.
앞서 언급했던 낭비하는 그곳에서 배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정책자금 지원이나 주변 상권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고, SNS로는 지속적으로 우리 가게를 홍보하는 컨텐츠를 만들어 올릴 수 있다. 유튜브에는 장사권프로나 장사의 신같은 컨텐츠를 통해 장사에 대한 스킬을 배울 수 있다.
우리가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하는 플랫폼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넘쳐난다는 뜻이다.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공부가 끝난 게 아님을 사회생활하면서 많이 느꼈을 것이다. 선배를 통해서도 배우게 되고 신입을 통해서도 배우게 되며, 살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것 역시 공부다.
그렇다. 죽기 직전까지 우리는 배우는 존재다.
그러니 지금 힘든 시기라도 포기하지 말자.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한 시기가 주어졌다 여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