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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주원
Jun 29. 2024
같잖은 하루
눈을 떴다.
새벽 5시를 조금 넘긴 시간,
한여름을 향해가는 시기라 벌써 침대 위로 비치는 햇빛에 눈이 부셨다.
전날 오랜만에 맥주로 과음을 했다.
회식이었다.
회식은 야구장 관람이었다.
야구광인 사장님 덕에 생전 처음으로 스카이박스에서 홈 팀 야구 응원을 했다.
감사하게도 가족과 함께였다.
아내와 아이들도 야구를 좋아라 해서 남편(아빠) 직장 회식에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졌다.
사장님 가족, 공장장님 가족, 싱글인 직원들, 우리 가족 이렇게 모이니 14명이었다.
새삼 참 작은 회사에 다니는구나 싶었다.
그래도 스트레스 없이 내 일을 해나가는 것에 행복해하며 다닌다.
어쨌든 어제 홈팀이 이겨서 기분 좋게 마시고 오늘 일어났다.
술을 마신 다음 날은 한 시간 정도 더 일찍 일어나진다.
내 몸이 그렇게 됐다.
내 나이 마흔몇 살이더라?
더 자고 싶어도 허리가 아파 못 잔다.
일어나서 양치하고 세수는 생략했다.
모자를 눌러쓰고 현관문을 나섰다.
잘 안하던 짓인데
무작정 걸었다.
묵직한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몸을 쪄댔다.
장마구나.
하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산은 챙기지 않았다.
까짓 거 세수도 안 했는데 비 오면 맞아 버리지 뭐.
내가 사는 동네에는
예전에 읍내를 관통하던 기찻길 자리에 공원이 길게 들어섰다.
처음으로 끝에서 끝까지 걸어봤다.
이렇게나 공원이 아름다웠구나.
아침 8시가 되기 전에 1만보를 넘겼다.
걷기만 해도 몸에 땀이 맺혔다.
전 날의 음주 때문인지 땀 냄새가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내 마음속 온갖 근심과 걱정은 내 몸이 편할 때 찾아오는가 보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몸을 지치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엄살이 심해서 죽을 만큼 스스로를 채찍질은 하지 못한다.)
아무튼 계속 걸었다.
같잖게 아침에 많이도 걸었다.
스스로가 같잖다고 여기는 하루지만 이게 참... 뭐랄까?
나 같다.
정신 쪽에서 바라본 내 육체는 하찮고,
육체 쪽에서 바라본 내 정신은 같잖다.
미완의 내 그릇은 언제쯤 완성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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