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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름이 Mar 25. 2020

당신의 감정은 몇 살입니까?

모두가 가진 어린 시절의 상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1452년, 부유한 공증인 가정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당시 그의 부친은 서자이면서도 첫 아들이었던 그를 집으로 데려와 키우려고 했고 그의 첫 번째 도제 생활을 돕기도 했지만 이들 부자간의 거리는 결코 가까워지지 않았다. 그는 레오나르도가 태어난 이후 열두 명의 자녀를 더 나았고, 그중 아홉 명이 아들이었다. 세상을 떠나면서도 특별한 유언을 남기지 않았는데, 법을 잘 알 만한 공증인인 그가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은 한 가지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바로 자기 ‘친’자식들을 위해
레오나르도의 상속권을 법적으로 박탈해버린 것이다.



레오나르도의 전기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은 훗날 책에 그 부친에 대해 말하기를, 끝내 레오나르도를 아들로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절대적인 보호자를 원하는 끝없는 욕망’이라는 유산을 아들에게 물려주었다”라고 했다.






우리 대부분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지니고 산다. 


누군가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수도 있고, 끔찍한 경험을 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부모님이 너무 바빴거나 잔소리가 너무 심했거나 자신들의 문제에 너무 깊이 파묻혀 있어서 우리에게 적절한 보호자가 되어주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렇게 아픈 구석은 우리가 내리는 결정과 취하는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는 사실을 우리가 항상 의식하고 있지 못한다고 해도 말이다. 사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의 불안과 근심의 원인, 부적절한 상황에서 툭 튀어나오는 좌절감, 관계를 지속하지 못하거나 비난을 무시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우리 자신이 아니라는 말이니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원인은 성인인 우리가 아니라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일곱 살짜리 아이에게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글을 통해 어린 나이에 겪은 크고 작은 결핍이 성인기에 유독하고 난폭한 태도를 만들어내는 일이 얼마나 흔한지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우리는 충분히 부유하거나 예쁘거나 재능 있게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같은 반 친구들만큼 인정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안경을 써야 했거나 병치레를 자주 했거나 값비싼 옷을 살 형편이 안 되었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고 산다. 심지어 리차드 3세가 그랬던 것처럼 결함이 있으면 이기적이고 비열해도 되고 끝없는 야망을 품어도 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상처 받은 내면 아이를 보호하겠다고
괴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자신감 없는 렌즈, 불안한 렌즈, 혹사당한 렌즈, ‘모두 다 틀렸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어’라는 렌즈, 레오나르도가 갖고 있었던 ‘내 아버지가 되어줄래요?’라는 렌즈. 어릴 때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갖게 되는 이러한 왜곡된 렌즈는 우리의 삶을 올바르게 바라보게 하지 않고 쉽게 만들어주지도 않는다. 그런 식으로 누가 행복해질 수 있겠는가? 당신이라면 아홉 살짜리 아이에게 힘들거나 위험하거나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있겠는가?





우리도 가끔 누군가의 악의 없는 발언에 발끈해 스스로 깜짝 놀랄 때가 있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할 때 성질을 부리기도 한다. 또는 절대 좋게 끝날 리 없는 유형의 관계에 매력을 느끼기도 하고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는 행동에 끌릴 때도 있다. 이는 거의 원시적이라고 할 만큼 깊은 곳에 존재하는 감정으로 유아기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어릴 때 받은 상처가 있는지 차분히 생각해보라. 상처를 받거나 배신을 당하거나 예기치 못한 힘든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자신이 ‘몇 살’짜리의 감정 반응을 보이는지 생각해보라. 그게 바로 당신의 내면 아이다. 당신이 그 아이를 안아줘야 한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말해줘야 한다. “이봐, 친구. 괜찮아. 네가 상처 받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널 돌봐줄게.”


제대로 된 어른이라면 내면의 아이가 알아듣고 안심할 수 있도록 손을 내밀고 도와야 한다. 그 아이가 고요를 찾을 수 있도록.






참고 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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