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항공 여객기에서 일어난 실제 사연을 소개하겠습니다. 앞좌석의 여성 승객이 비행기 좌석을 뒤로 젖히자 뒷자석의 남성 승객이 불만을 품고 여성의 좌석 등받이를 비행 내내 주먹으로 툭툭 쳐 갈등이 벌어진 것인데요. 여성은 이 장면을 촬영해 SNS에 올렸고 영상은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이 영상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상반되었습니다.
<앞좌석 승객의 잘못이 더 크다는 입장>
좌석을 뒤로 눕히기 전에 남성에게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 게다가 남성의 자리는 가장 마지막 열이므로 뒤로 젖힐 공간이 없어서 불편이 더욱 컸다.
<뒷자석 승객의 잘못이 더 크다는 입장>
좌석을 눕히는 것은 승객의 권리이다. 남성이 공격적으로 주먹질을 해댄 것이 가장 큰 갈등의 원인이다.
두 번째 사연
The New York Times
다음은 두 번째 사연입니다. 뒷자석의 한 남성 승객이 비행기가 이륙하자,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앞좌석 등받이에 플라스틱으로 된 걸쇠를 부착했습니다. 앞좌석의 여성 승객은 이 사실을 모른채 등받이 조절 레버를 밀었지만 의자는 걸쇠때문에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걸쇠를 보고 격분한 여성 승객이 등받이를 뒤로 세게 젖혔고, 그 바람에 걸쇠가 툭하고 빠지면서 남성의 노트북을 내리쳤습니다.
두 사람의 실랑이로 인해 조종사는 항로를 변경시켜 시카고에 비상창륙했고, 운항은 1시간 38분 지연되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도대체 앞좌석과 뒷자석 중 여분의 좌석 공간에 대한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이런 논쟁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묻기 전에'이러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젖히거나 접이식 테이블을 내려도 공간이 넉넉했습니다. 기내 좌석 간격이 지금보다 넓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틈새 같은 '여분의 공간'이 누구의 소유인지 신경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항공사들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좌석 간격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좌석의 앞뒤 간격을 2.5센티미터씩 줄이면 항공기 1대당 좌석을 6개까지 더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항공사들은 이득인 반면 승객들은 지속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인데 왜 항공사에 대한 제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2018년 미국 연방항공청은 항공기의 좌석 규제를 항공사 자율에 맡겼다. 그러자 항공사들은 비밀 무기를 활용해 운항할 때마다 같은 공간을 두 번 팔기 시작했다. 여기서 비밀 무기란 ‘전략적 모호성’ 으로, 소유권 설계를 정교하게 해주는 도구 중 하나다. 대다수 항공사에는 승객이 좌석 버튼을 눌러 뒤로 기댈 수 있다는 내부 규정이 있지만, 이를 입밖에 내지 않는다.
(...)
모호성은 항공사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소유권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소유권이 모호하면, 사람들은 대개 정중하고 예의 있는 태도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수십 년 동안 항공사들은 기내 예절에 호소하며 틈새 공간에 대한 애매한 소유권 문제를 어물쩍 넘어갔다. 델타항공 CEO 바스티안도 이러한 해결책을 옹호했다. 항공사는 이러한 갈등이 수백만 건 터져도 승객끼리 협상해 조용히 해결하라고 떠넘긴다. 좌석 중간에 놓인 팔걸이 때문에 신경전을 벌일 때도, 좌석 위 짐칸 문제로 서로 다툴 때도 마찬가지다.
_도서 <마인> 중에서
결국 이러한 갈등이 일어난 '근본적인 원인'은 여객기와 좌석이라는 자원을 소유하고 있는 항공사의 정책, 더 나아가 항공사에게 자율권을 보장해준 미국 연방항공청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소유권'이란 고정된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부족한 자원을 어떻게 통제할지 정부, 기업, 그 밖의 여러 주체들이 교묘하게 설계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소유권을 둘러싼 핵심 논리를 익혀서 당당히 나의 권리를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절대불변일 것 같은 이 '소유의 법칙'을 발 빠르게 파악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앞서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뻔해 보이지만 설명하기 힘든 질문들. 그 속에 우리의 마음과 행동을 지배하는 소유의 규칙이 숨어있다!
책 <마인>에는 비행기 좌석을 둘러싼 다툼을 포함하여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눈 감아주는 이유, 디즈니가 우선 탑승 예약 제도를 만들어낸 이유 등 소유권과 관련한 흥미로운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총 균 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넛지>의 캐스 선스타인, <설득의 심리학>의 로버트 치알디니가 올해 꼭 읽어야 할 작품으로 손꼽은 책이기도 한 <마인>을 통해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소유의 법칙을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더불어 힘 있는 자들로부터 나의 재산과 권리를 지켜내고, 나아가 비즈니스의 기회를 얻게 되길 바랍니다.
역사, 심리, 행동경제학의 대가들이 선택한 올해의 책! 아마존 70주 이상 분야 베스트셀러 <마인> 만나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