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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름이 Apr 18. 2023

내 몸이 보기 싫어서 불 끄고 샤워해요

자기 혐오를 부추긴 사회와 사람들

최근 유튜브 '씨리얼'에 흠칫하는 제목의 영상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뚱뚱한 학생이란 이유로 들어야 했던 말들'


이 제목과 썸네일을 보자마자 떠오르는 몇 가지 추억이 다들 있으실 거예요. 그게 자신이든 아니든, 학창 시절 반에서 체격이 좋은 친구가 있었을 것이고, 그 친구를 향한 짓궂은 장난들. 혹은 짓궂다는 표현으로 다 담을 수 없는 모욕들. 


씨리얼 이번 영상에는 '학창시절 뚱뚱해서 왕따를 당했던 사람' 네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어른이 된 이들은 과거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요?


돼지, 안여돼, 육수 흐른다, 돼지 냄새난다 등 수많은 별명을 듣고도 우울한 기색 없이 친구를 사귀기 위해 개그맨을 자처했던 이들은 어른이 된 지금 그때의 상처를 어떻게 어루만지고 있을까요? 자신의 몸을 긍정하는 건 가능할까요? 


출처 : 유튜브 씨리얼 영상 설명(https://youtu.be/PD_ZRbO03gM)






이 영상에서는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어떤 비난과 차별, 놀림, 혐오를 당했는지, 그게 얼마나 큰 자괴감과 자기혐오로 번졌는지 경험자의 입으로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공통적으로 '나를 놀리는 타인을 향한 원망'보다 '자신을 향한 원망'이 더 많은 인터뷰 내용이 속상하게 만들었습니다.






불을 끄고 샤워를 해요. 지금도 샤워를 할 때는 저 혼자 있어도 제가 거울을 못 보고 등을 지고 샤워를 한다던가, 낮에 조그마한 창문에 햇빛을 기대서 불을 다 이렇게 끄고, 지금도 그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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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거울 안 보고 싶어요. 내 몸 보면 내가 봐도 흔히 말하는 '혐오스럽다' 이런 감정이 너무 크니까 안 보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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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래 다 내 탓이지 뭐. 그 아이들이 죽도록 싫지만 그래도 원인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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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떤 사람들이 저한테 외모로 공격을 해도 아무런 타격이 없어요. 왜냐면 제 스스로 할 때 했던 욕이나 혐오나 이런 것들이 그 사람들 다 이겨요. 그 사람들보다 내가 나를 제일 싫어해요. 내가 제일 한심하고 자기혐오에 진짜 끝판왕을 달리는 거죠.


 


이 이야기에는 두 가지 알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뚱뚱한 건 비정상이 아니라는 것,
비만은 자기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셰임 머신>의 저자 캐시 오닐


<셰임 머신>의 저자 캐시 오닐 또한 비만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그는 보다 정확한 증거를 살피고,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합니다. 사람들의 수치심을 이용해 돈을 버는 생태계를 비판한 <셰임 머신>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비만은 전 세계적 과제로, 그 원인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어떤 설명에 따르면 야생동물도 살이 찌고 있다고 한다. 대기에 흐르는 내분비 교란 물질부터 위협적 상황에 대한 세포 내 반응이라는 설명까지 비만에 대한 온갖 이론이 제시된다. 이것들은 세상의 수많은 생명체가 자꾸 살찌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당연히 인간이 비만에 취약한 원인을 설명하는 요인도 무수히 많다.


식당에서 제공하는 푸짐한 1인분, 소파에 오랜 시간 파묻혀 지내는 습관, 곳곳에 널린 패스트푸드, 사라져버린 가족 식사 자리, 심지어 흡연율 감소도 거론된다. 이외에도 수많은 요인이 인체의 완고한 기능과 결합해 문제를 낳지만, 아무도 그 과정을 명확히 짚어내지 못한다.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 페닝턴 생의학 연구소의 조지 브레이 교수는 “비만은 의지 부족으로 생기는 질병이 아니다. 이는 생물학적 문제다. 유전자가 총알을 장전하면, 환경이 방아쇠를 당긴다”라고 설명했다.


<셰임 머신>






이처럼 비만을 개인의 문제로 판단해 누군가를 비난하는 건 터무니없이 잘못된 일인 거죠. 보다 전문적인 생물학적 문제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무분별한 비난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타인을 무시하는, 그야말로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이지 않을까요?


또 하나, 사람들의 수치심으로 돈을 버는 산업 생태계도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다수와 다른 사람들을 실패자라고 규정하는 산업 시스템은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지름길입니다.





수치심의 체계가 끊임없이 변화해도 이를 노리는 사업 기회는 늘 넘쳐흐른다. 러닝머신 구입, 코 성형수술, 광고 클릭, 가짜 명문대 학위 취득, 값비싼 다이어트 프로그램 가입, 특정 대선 후보에 대한 투표 유도 등 어떤 사업모형을 구상하든 먼저 사람들이 수치심을 느끼는 대상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어떤 점이 불만인지, 어떻게 하면 자기혐오가 줄어드는지 찾아내야 한다. 이는 수치심 산업 복합체shame industrial complex의 이해타산에서 핵심이다.


이 징벌적 생태계에서 핵심 행위자들은 내가 ‘수치심 머신The Shame Machine’이라고 부르는 것을 운영한다. 수치심 머신은 상장기업부터 정부 공무원까지 수많은 형태가 있다. 개인도 SNS 계정이나 자기계발류의 정보성 광고를 통해 나름의 몫을 한다. 이들 모두 수치심의 무기화에 조금씩 가담한다. 수치심은 의지를 꺾고, 침묵시키며, 명료한 사고를 막아 편향성을 가지게 한다. 이러한 수치심에 사로잡히면 피해자는 체념하고 굴복한다. 그렇게 해서 피해자는 늘 굶주려 있는 수치심 머신을 거쳐 끝없는 악순환에 빠진다.


수치심 산업에서 변함없는 한 가지는 선택이라는 개념이다. 약물 중독부터 빈곤 문제까지, 이들은 기본적으로 피해자가 실패를 초래했다고 전제한다. 즉 부유해지고 날씬해지고 똑똑해지고 성공하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고 본다. 잘못은 그들이 했으니, 자책해도 싸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들에게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생겨도, 또 문제를 해결하고 정해진 구원의 길을 따라갈 기회가 있어도 대부분 결실을 이루지 못한다.


페이스북과 구글을 비롯한 여러 기술기업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대중 사이에 갈등을 부추기는 최적의 값을 꾸준히 찾고 있다. 이는 트래픽과 광고효과를 높여 엄청난 이윤을 낳는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기업 가치를 자랑하는 이들은 그 부산물로 서로 헐뜯고 조롱하는 해로운 흐름을 낳았다.


<셰임 머신>





멋있고, 반짝 빛나요 다들.


이렇게 용기를 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멋지시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께 정말로 큰 힘과 위로가 될 것 같아요.


씨리얼 영상 댓글 中





다행히도 씨리얼 영상에 달린 댓글들에는 악플이 하나 없이 따뜻한 마음씨가 존재합니다.


과연 우리는 누군가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뚱뚱하다는 게 타인을 괴롭힐 정당한 이유가 되는지,


모든 몸은 아름답고 다양성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걸 또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귀중한 영상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영상을 보시길 권합니다 :)






참고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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