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타버스에 관한 기사를 하나 읽었습니다.
메타버스 신기루였나
한 줄로 명확하게 표현된 메타버스의 현실. 불가 2~3년 전에만 해도 세상은 메타버스 열풍이었죠. 하지만 기사에 따르면 국내 큰 대기업들의 시작했던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이 줄줄이 축소한다는 소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자체적인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수익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엔데믹 이후 원격 교육이나 회의, 재택근무 비중이 줄어들면서 비대면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도 떨어진 것 같다. 이와 함께 높아진 IT 인건비와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 상황은 사업 추진 동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뉴시스 기사 中
과연 메타버스는 신기루였을까?
기사를 보면서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기업에서 메타버스 사업을 철수하고 있지만 그건 메타버스의 일부분일 뿐, 우린 이미 메타버스를 활용한 삶을 살고 있진 않는지요.
<우리는 가상세계로 간다>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메타버스 기업 '임프라버블' 대표인 허먼 나룰라는 자신의 도서에서 메타버스를 새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세상은 인터넷으로 물리적 한계를 벗어났고, 데이터 경제가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렸고, 인터넷 이후의 시대는 메타버스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메타버스 또한 이미 현실에 스며들기 위한 과정 속에 있고요.
그 자세한 내용을 살펴봐주시길 바랍니다 :)
출처 : 도서 『우리는 가상 세계로 간다』
일의 가상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다. 다행히도 아직 우리 손으로 직접 미래를 정할 수 있다. 가상 세계의 고용 원칙을 완전히 바꾼다면 오늘날 직업의 세계에서 우리가 느끼는 불만을 피할 기회가 있다. 구시대 노동 구조의 단점을 가상 세계까지 확장하지 않고 각 가상 세계의 맥락에 맞는 직업을 생성하는 새로운 노동 구조를 개척할 수 있다. 지금보다 나아진 가상 경제를 구축하려면 가상 세계에 맞는 새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굉장히 먼 미래 같지만, 따지고 보면 이미 우리는 가상의 세계에서 일하고 있다. 일의 성격이 컴퓨터 화면을 중심으로 재편되던 중에 코로나19 위기가 닥치며 우리 사회는 더욱 빠르게 원격 업무에 적응해 갔다. 원격 화상 회의 앱과 업무 효율을 올려 주는 소프트웨어, 메신저 서비스가 발달하고 기업마다 ‘원격 근무’ 정책을 세우면서 이제 직장 동료를 직접 본 적 없거나 사무실에 가본 적 없는 사람, 회사 제품을 만져본 적도 없이 일하는 사람도 흔해졌다.
이 책 독자 중에도 출퇴근이 사라지는 날만을 기다렸거나 휴게실에서 직장 동료들과 수다 떠는 시간이 달갑지 않았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제 이 꿈이 현실로 성큼 다가왔는데, 왜 이리 허전한 걸까? 사실 최근 가상 공간으로의 업무 이전은 직장인들에게 대체로 불쾌한 경험이었다. 옛 방식에 새 매체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 벌어진 일이다. 업무 회의는 사무실에서도 별 효과가 없었는데 가상 공간으로 옮겨서도 회의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다니 말이 안 된다. 가정과 일터의 경계가 지워지니 업무 시간이 끝없이 늘어지고, 사무실을 나서면 업무도 끝나던 때보다 상황이 오히려 나빠진 듯하다. 가정이 사무실로 변하면서 여가에 쓰던 도구까지 생산성 도구로 전락했다. 가상 사회에 맞게 일을 새롭게 정의하고자 한다면 이대로는 곤란하다.
마찬가지로 이미 일터에서 가상 상품이라고 할 만한 것을 생산하는 사람도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데이터 경제에서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상품이 없다. 구글과 페이스북, 소프트웨어와 게임 회사, 온라인 콘텐츠 제작사의 생산품은 화면을 거쳐야 접할 수 있다. 모두 가상 상품을 파는 가상 기업인 셈이다. 그러나 메타버스에 생성될 가상 기업과 달리 이 기업들은 아직 현실 세계에 발을 딛고 있어 일터와 제품의 공간이 일치하지 않는 인지 부조화의 불편한 느낌이 있다.
오늘날 인터넷을 둘러싼 가상 직업은 판매자에게 구매자 연결, 브랜드 홍보 및 커뮤니티 형성, 현실 세계를 소재로 한 뉴스나 콘텐츠 제작·유통 등 현실 세계의 경제 활동을 촉진하거나 개선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메타버스에 신설할 가상 직업은 단순히 현실 세계의 경제 활동을 돕는 일이 아니다. 메타버스에서는 현실 세계 기업과 전혀 다른 원리로 운영하는 기업이 성공할 것이다. 메타버스 가상 기업의 목적은 상품이나 데이터가 아닌 충족감 생산이다. 새로운 메타버스 기업이 출현하면서 경제 체제에도 21세기를 맞이할 때만큼의 거대한 지각 변동이 시작될 것이다.
20세기 말 세계 경제는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1996년만 해도 포춘 500대 기업 1위는 제너럴모터스GM였다. 이 목록을 처음 발표한 1955년 당시와 똑같은 순위였다. 바로 뒤에는 포드자동차, 엑슨모빌, AT&T 등이 버티고 있었다. 하나같이 할아버지, 할머니도 아는 (자동차, 석유, 전화) 기업들이었다. 이들 기업이 주도한 20세기 말까지 세계 경제는 물리적인 상품으로 이루어졌다.
물리적 상품 판매가 주를 이루던
20세기 세계 경제
그러나 2021년까지 오는 동안 세계 경제는 크게 달라졌다. 2021년 포춘 500대 기업 1위는 월마트였지만 2위와 3위는 애플과 아마존이었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도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GM과 포드, 엑슨모빌과 AT&T는 각각 22위, 21위, 10위, 11위를 차지했다.) 시가 총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 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으로서, 테슬라와 메타가 5위를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6개 기업 모두 수조 달러 가치를 자랑하고 그중 5곳은 새로운 데이터 경제의 모범 답안과도 같은 기업이다.
25년에 걸쳐 물리적인 경제에서 데이터 경제로 경제 구조가 바뀌면서 역사상 가장 큰 기업들이 새로 탄생했다. 이런 급격한 성장에 박차를 가한 동력은 인터넷의 발전이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새로운 수요와 기회가 생기고, 이 기회를 가장 잘 이해한 사람들이 보상을 두둑이 받았다. 1996년 세계를 호령하던 대기업들이 2021년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과거의 경제 구조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더는 주인공이 아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가치 개념이 완전히 바뀌었다.
마찬가지로 메타버스가 등장하면서 한 번 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머지않아 메타버스와 가상 세계도 인터넷만큼 큰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이다. 인터넷 발달로 데이터가 귀한 자원이 되어 데이터를 정리하고 검색하고 내세울 수 있게 되었듯이 메타버스 발달로 인간이 늘 추구했던 유용한 경험이 상품화될 것이다. 인터넷 발달로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 자라날 비옥한 땅이 생겼듯이 메타버스 발달로 기업과 창업자가 꿈을 펼칠 만한 새로운 땅이 펼쳐질 것이다.
메타버스를 통한 또 한 번의 패러다임 전환
메타버스가 성장할수록 가상 세계 직업만으로 충분히 생계를 꾸리는 사람이 수없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는 세상의 법과 제도가 아직 메타버스 경제 체계까지 아우를 만큼 발전하지 못했다. 보통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 뒤 정부 기관이 사회적 문제를 알아차릴 정도가 되면 때는 늦다. 오늘날 데이터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수조 달러 규모의 거대 기업들은 이제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정도가 아니라 절대 손을 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은 세상에 미치는 영향 면으로 보나 그 영향력을 외부 간섭 없이 행사할 수 있는 정도로 보나 영락없는 자주 국가다. 각국 정부도 이제 이들을 관리·감독하기보다 외교적 관계를 맺고 있다.
메타버스에 맞는 규제의 틀을 짤 때도 이런 빅테크 기업과 정부의 역학 관계를 기억해야 한다. 보통 정부 규제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향은 현실의 법제가 메타버스에 영향을 주면서 6장의 익스체인지 컨소시엄 같은 단체가 메타버스의 독립적인 관리 체계를 수립하는 결합형 제도일 것이다. 메타버스가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때쯤이면 정치와 민주주의, 자유 등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것이다. 그러면 각 가상 세계는 진정한 의미에서 가상 사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출처 : 도서 『우리는 가상 세계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