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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름이 Oct 18. 2023

6,000여 년 동안 인간과 함께한 'ㅇㅇㅇ'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동물 고양이 ♥





길을 걷다 마주치는 많은 고양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진 마음과 에너지를 얻곤 하는데요, '매일을 함께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상상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반려묘 수가 63만 마리에서 254만 마리로 303% 증가했으며 계속해서 반려묘와 함께하는 가구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특유의 매력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고양이는 언제부터 인간과 함께했고, 그 흔적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요?


인류 삶의 다양한 기원을 찾아 떠나는 고고학자 강인욱 교수의 책『세상 모든 것의 기원』에서 6,00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어진 '탐묘의 역사'에 대해 말해주고 있습니다.



쉽게 곁을 주지 않는 동물, 인간을 사로잡다

출처: 도서『세상 모든것의 기원』



고고학적으로 발견된 고양이의 흔적은 근동 지역에서는 약 9,000년 전, 중국에서는 5,000년 전의 것이 해당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모두 신석기시대다. 고양이는 빙하기가 끝난 직후 농사를 짓는 마을이 등장함에 따라 인간과 본격적으로 가까워졌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비축한 곡식을 갉아먹는 쥐를 소탕할 고양잇과 동물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초기의 고양이는 오늘날의 고양이와 유전적으로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고양이는 개와 더불어 대표적인 반려동물이지만 정작 고양이가 어떻게 길들여졌는지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이는 고양이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개가 야생 늑대에서 진화한 것처럼 오늘날의 고양이도 맹수류에서 진화했다. 개의 경우 인간의 삶에 밀착해 살게 됨에 따라 지속적으로 종이 개량되어왔다. 그리고 인간의 터전에서 발굴되는 유물들 가운데 개의 뼈가 상당수 발견됨에 따라 이들이 개량되어온 과정을 비교적 소상히 알 수 있다. 반면, 고양이는 독립적인 생태를 보이는 동물이다 보니 인간 주변에서 가깝게 살긴 했지만 지속적으로 가축화가 진행되지 않았고, 야생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빈번했다. 따라서 고양이 뼈가 발굴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에게 생포된 야생 고양이인지, 집고양이인지 밝히기가 어렵다.



고양이, 숭배의 대상이 되다



고대 이집트에서 고양이는 인간의 숭배 대상이었다. 이집트 선왕조 시대인 기원전 3700년경의 무덤에서는 고양이 뼈가 발견되었는데, 무덤에 묻히기 4~6주 전에 부러진 뼈를 치료받은 흔적이 있었다. 살아생전에 인간의 보살핌을 받았다는 뜻이다. 수많은 이집트인들의 무덤에서는 무덤 주인의 미라와 더불어 수많은 고양 이 미라가 함께 발견되었다. 심지어 쥐 미라도 발견되었는데 이는 고양이의 먹잇감인 쥐를 함께 묻은 것으로 그만큼 고양이를 극진히 대우했다는 뜻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다산과 풍요의 여신인 바스테트가 고양이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 역시 이집트인들이 고양이를 숭상했음을 보여준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죽 이면 사형에 처한다는 법이 있을 정도였다. 



이집트의 고양이 미라를 담았던 관(대영 박물관 소장)



고대 이집트인들의 고양이 숭배는 매우 지나쳐서 왕국이 몰락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기원전 525년 페르시아 제국의 캄비세스 2세는 펠루시움 전투에서 이집트를 무너뜨린다. 이는 이집트가 수천 년간 이어온 왕국의 영광을 완전히 잃고 외세에 복속되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일설에 따르면 이 전쟁에서 페르시아 군대는 고양이를 앞장세우고 고양이를 그려 넣은 방패를 사용했다고 한다. 고양이를 경외하는 이집트 군대가 쉽게 공격하지 못하도록 묘수를 쓴 것이다. 당대 최고의 역사가였던 헤로도토스의 기록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그 진위가 의심스럽긴 하지만, 이러한 설이 있을 만큼 고대 이집트인들의 고양이 숭배는 굉장했다. 


고양이는 고대 이집트뿐 만 아니라 북방 초원 민족들에게도 인기 있는 동물이었다. 스키타이와 흉노 사람들의 유물 중에는 고양이 모양으로 장식한 유물들이 많다. 이는 고양이가 호랑이, 표범 등과 같은 과에 속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크기가 작을 뿐이지 맹수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초원의 유목 민족 전사들은 고양이를 기꺼이 자신들의 상징으로 내세웠다.



인간의 식량과 건강을 지켜주던 수호 동물



고양이는 인간의 건강을 지켜주는 수호 동물이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농사를 짓고 잉여 곡식을 비축하는 생활양식을 갖게 된 인간에게 쥐는 골칫거리였다. 식량만 축내는 것이 아니라 쥐는 페스트 등 전염병 균도 옮겼다. 쥐의 천적인 고양이는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인간을 지켜주는 동물이었다. 또한, 고양이는 여행가들의 동반자이기도 했다. 지중해와 홍해를 통해 교역이 확대됨에 따라 이집트인들은 선상에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배에 비축해둔 곡식을 쥐들이 갉아먹는 것으로부터 지켜줄 뿐만 아니라 외로운 선상 생활의 낙이 되어주기도 했다. 생선도 잘 먹으니 뱃사람들이 선상 반려동물로 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2,5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양이 모양에 금박을 씌운 카자흐스탄 기마민족 사카 문화의 예술품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실크로드에서도 고양이는 인간의 동반자였다. 최근 카자흐스탄에서는 2,800년 전 세워진 ‘잠켄트’라는 도시에서 사육화가 된 집고양이 뼈가 발견되었다. 이 고양이 뼈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작은 설치류를 먹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실크로드 초원의 오아시스 주변에 건설된 도시에서는 식량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근동 지역에서 고양이를 들여왔다. 고양이는 곡물을 지켜줄 뿐만 아니라 귀신도 막아준다는 소문과 더불어 실크로드 초원에도 널리 퍼진다. 


우리나라의 고양이도 실크로드를 통해서 전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료로만 따지면, 한국에서 고양이에 대한 기록은 고려시대가 되어서야 등장한다. 하지만 가야시대의 유물 중에는 식량 창고 지붕 위에서 쥐를 노려보는 고양이를 묘사한 토기가 발견되기도 했고, 고양이 뼈들도 제법 발굴되었다. 



대구에서 출토된 5세기 무렵의 가야 토기. 지붕 위에 고양 이가 올라가 있다(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도시의 외로운 동반자


고양이는 개와 더불어 인간의 삶에서 함께한 대표적인 애완동물이다. 그런데 고양이가 우리 삶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2000년대 전까지만 해도 고양이라고 하면 들고양이나 도둑고양이가 가장 먼저 연상될 정도로 고양이를 키우는 집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완용으로 개를 키웠다. 하지만 지금은 ‘고양이 집사’를 자처하며 고양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고양이가 우리 삶과 더욱 가까워진 데에는 도시의 삶이 외롭고 적막해진 것과 관련이 있다. 사실 현대 인간의 삶에서 고 양이를 키워야 하는 실용적인 이유는 없다. 고양이가 쥐를 잡아 줘야 할 필요도 없고 또 곡물을 지킬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른 동물과 달리 고양이만의 독특한 감성이 우리를 매료시킨다. 인간에게 복종하지도 않으며 또 맹수의 후손이던 고양이에 대한 대책 없는 우리의 사랑이 계속되는 이유는 도시 생활의 필연적인 감정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인간의 애달픈 몸부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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