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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름이 Mar 23. 2020

내려놓을 때 새로운 성과가 오기도 한다

‘정복’의 경직성에서 한 발짝 물러나야 할 때



왼손은 거들 뿐….



만화 '슬램덩크'의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경기 종료 1초를 남기고 강백호가 서태웅의 패스를 받아 버저비터 점프슛을 성공시켜 팀이 승리하는 장면! 이 명장면이 완성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 거기에는 바로'내려놓음'이 있습니다.


강백호와 서태웅은 모두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가진 선수들이었습니다. 둘 모두 자신의 뛰어난 능력으로 팀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여겨왔죠. 경기 종료 3초 전! 팀은 78 대 77로 뒤지고 있는 상황.


서태웅과 강백호 둘 모두 분명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1초를 남겨둔 결정적 순간, 둘은 무조건 자신이 승리를 이끈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욕심을 내려놓습니다.


서태웅은 자신이 빛날 수 있는 마지막에 순간에 강백호에게 패스를 하고, 강백호 역시 늘 그랬던 것처럼 양손에 힘을 가득 주는 대신 왼손에는 힘을 빼고 슛을 던집니다. 두 사람이 욕심이라는 한계를 벗어버린 순간, 에너지가 합쳐져 승리를 가져온 것입니다.





궁도의 명인으로 전해지는 아와 겐조는 제자들에게 활쏘기 기술만 가르친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활을 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에는 시간을 거의 할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가 활쏘기에 관해 제자들에게 준 가르침이라고는 그저 “잘 익은 과일이 가지에서 떨어지듯 활이 네 손에서 떨어질 때”까지 시위를 당기라고 말한 게 전부였습니다. 겐조는 제자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더 중요한 정신적 능력을 가르치려고 했고 그중 하나가 바로 ‘무심(無心)’입니다. 



아와 겐조



겐조는 제자들이 활을 과녁에 명중시키겠다는 생각을 버리기를, 결과에 관한 생각조차도 버리기를 바랐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화살이 과녁에 명중한다는 건 머릿속에 아무런 목적도 에고도 없는 상태,
즉 자신을 완전히 버린 상태, 어떤 말로 표현하든 간에
이러한 상태에 도달했다는 표면적인 증거이자 확인에 불과하다. 



바로 이러한 상태가 고요입니다.

 

그러나 무심하다는 말이나 목적이 없다는 말은 생산적인 태도와 거리와 먼 것처럼 들리지 않나요? 대개 우리는 아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배웁니다. 굳은 의지는 대부분 강점으로 평가되기도 하고요. 우리 대부분은 동급생보다 앞서고 싶었던 어린 시절부터 쭉 그래 왔습니다. 그런 의지 없이 어떻게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 그런 굳은 의지 없이 어떻게 과녁을 명중시킬 수 있었을까요?





자, 한발 물러나 생각해보겠습니다.  


뭔가를 더 많이 원할수록 특정 결과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그 일을 성취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느낀 적이 있지 않나요? 골프와 양궁 같은 스포츠가 이를 보여주는 완벽한 예입니다. 골프에서 공을 있는 힘껏 세게 치려고 하면 공은 오히려 왼쪽으로 휘어져 날아가버리기 십상입니다. 또 공을 끝까지 보겠다고 고개를 들고 있다가는 때를 놓치는 바람에 휘어치기를 하게 되고, 공은 결국 숲 속으로 날아가버리고 말죠. 양궁에서도 화살을 겨눌 때 힘을 쓰고 있다고 해서 기술이 개선되는 것이 아닙니다. 화살을 겨누면서 활쏘기의 기술적 요소를 너무 의식하고 있으면 긴장이 충분히 풀리지 않아 몸이 부드러워지지 않습니다. 오늘날 명사수들이 하는 말마따나 “느린 사람은 부드럽고 부드러운 사람은 빠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요야말로 탁월한 성과를 위한 핵심적인 방법입니다. 힘주어 꽉 잡고 있는 것보다 느슨하게 잡고 있을 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더 큰 통제력이 생길 것입니다. 더 이상 생존을 위해 활을 쏠 필요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술의 필수 기술은 변함없어 보입니다. 



집중, 인내, 호흡, 집요함, 명석함.
그리고 무엇보다 내려놓는 힘. 



정신의 영역을 정복하려면 우리는 ‘정복’이라는 단어가 주는 경직성에서 한 발짝 물러나야 합니다. 하나하나의 단계에 집중한다면, 그 과정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면, 그리고 쫓아가기를 포기한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고요를 얻게 될 것입니다. 너무 열심히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잘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인정이나 부, 권력을 추구하다 보면 표적을 놓치기도 합니다. 표적을 너무 열심히 겨냥하면 겐조가 제자들에게 경고한 것처럼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과 명중에 필요한 기술을 간과하게 되죠. 우리가 하고 있어야 하는 일은 연습이고, 우리가 밀어내야 할 것은 고집스러운 의지입니다.  


숙달의 경지에 가까이 갈수록 세부적인 결과에는 덜 신경 쓰게 됩니다. 더욱 협력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이 될수록 에고와 불안이 줄어들고 내면이 평화로우면 평화로울수록 더욱 생산적인 사람이 될 것입니다.

 

고요가 있어야만 우리를 괴롭히는 골치 아픈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목표를 줄여야만 험난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고집스러운 의지를 붙잡기보다 내려놓아야 합니다.






참조 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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