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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프레임코웍스 Jul 01. 2019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뒤에는 그가 있었다

RULE BREAKER 2. 지그문트 프로이트



"이 정도로 많이 읽힐 책은 아닌 거 같은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작가 백세희 씨의 소감이다.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담담히 풀어낸 16주간의 정신과 상담치료 기록은 제목만으로도 우리 마음속의 응어리를 어루만져줬다. 그렇게 2018년 가장 사랑받은 에세이 중 하나가 되었고, 인기에 힘입어 2편도 출간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탈진의 시대 산다. 생존에 가까운 하루루. 그래서 숨이 꽉 막힐 때쯤엔 도대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울화가 치민다. 그리고는 곧 '이런 생각이 다 무슨 소용이람...' 싶어 체념하듯 멍해진다.



남들이 뭐래도, 그 아무리 모순될지라도, 마음 속에는 나만의 욕구가 있다.



이런 매일 속에 내 마음이 어떤지, 싫은 건 뭐였고 이유는 또 뭐였는지. 해도 안 되는 것들로 마음 갑갑했던 순간에 필요했던 건 사실은 나를 향한 칭찬과 인정이었는지... 하지만 진득하고 담담한 나와의 대화는 사치다. 


그래서 나와의 대화가 마른 우리는 삶 속에 외롭다. 




당신 덕분이에요, 지그문트 프로이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대화체'다. 의사 선생님과 작가의 대화로 구성되어있지만, 본질은 작가와 작가 내면의 대화다. 의사 선생님은 거들뿐. 책을 따라가다 보면 일상에 부족했던 나와의 대화에 몰입하게 되고, 우리 마음에는 어느덧 새살이 솔솔 돋는 마데카솔 한 줄기가 슬며시 지나간다.



내면과의 대화를 책으로 펴낸다는 것은 민낯을 보여내는 것보다 훨씬 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용기 있는 작가 이전에, 책 속에 등장하는 노련한 의사 선생님 이전에 '그'가 있다. 단언컨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세상에 나온 건 다 프로이트 덕분이다. 우리가 다 아는 그 지그문트 프로이트 말이다.



고집이 장난 아닌 듯한 표정의 '프로이트'



대화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프로이트는 '내면과의 대화'를 창안하고, 이를 통해 사람의 마음, 감정, 무의식, 욕구 등의 존재를 세상 위로 끌어올렸다. 그는 '나'라는 복잡 미묘한 것들이 표현되지 못하고 묵살되면, 결국 내면에 남고 치료가 필요해진다고 여겼다. 물론 프로이트가 없었더라도 누군가는 이런 개념을 의학적으로 완성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늦은 만큼 발전도 더디지 않았을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같은 책은 200년 뒤에나 등장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프로이트 이전의 정신의학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하다. 우선 마음이나 내면에 대한 개념이 따로 없으며, '몸이 아픈 것'의 일종으로 해석하여 치료를 했다. 우울감을 호소하면 뇌의 일부를 절제하거나 전기충격을 주거나 감금하는 등, 몸을 이래라저래라 하는 치료가 횡행했다. 받다가 정말로 미쳐버릴 것 같은 치료의 사진은 고문 장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사진은 생략한다. 너무 잔인하다 ㅠ)



프로이트가 대단한 이유는 이 말도 안 되는 치료가 주류를 장악할 때, 이를 정면으로 깐 것이다. 주류에 도전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법. 프로이트는 철저히 배척당했다. 그래도 개의치 않았다. 1881년 의학박사 학위를 딴지 15년 만에 '정신분석학'이라 이름 붙인 현대적인 정신의학 이론을 세상에 보란 듯 내놓았다. (역시 남의 멘탈을 챙겨주려면, 본인의 멘탈부터 갑이어야) 



그는 그렇게 총 24권의 책을 남기고, 정신분석학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리고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었다. 그럴 만도 하다. 그는 사람의 모순을 인정하고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것 같은 류의), 욕망을 용서했으며, 이 모든 걸 '대화'로 가능케 했으니. 과연 죽어서도 이름을 남길만하다.




그건 니 생각이고, 난 내 갈 길 가



프로이트가 대단한 이유는 그의 업적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발표한 학문이 배척과 조롱을 당해도, 그는 스스로를 믿었다. 그 하나로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다. 스스로를 연구 속에 갈아 넣었다.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와의 애착, 본인의 꿈과 죄의식 및 욕망까지도 연구에 사용했다.) 프로이트는 하루 18시간가량을 연구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죽어 없어지는 게 아니다. 

 감정이 살아서 묻히게 되면, 

 나중에 더 괴상망측한 표현으로 다시 나타난다"

- 프로이트



UN 총회에서 연설 중인 BTS도 말한다. 남들이 뭐라하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를 사랑할 것을.



요즘 말로 하자면, 프로이트는 '존버'의 승리자다. 남들이 뭐라하건,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향해 간다는 건 정말 멋진 거다. 남들이 뭐래도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내가 귀 기울이는 것. 나를 인정하는 것. 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 용기가 필요하고, 인내가 필요하다. 그래서 진정한 나를 드러내는 것은 결과와 상관없이 위대하고 가치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말해본다. '고마워요, 당신 덕분이에요, 지그문트 프로이트.' 




* 사진출처 - 구글

*  룰브레이커즈 시리즈는 뉴프레임코웍스가 추구하는 정신을 보여주는 브랜드, 인물, 사건 등에 대해 소개합니다. 뉴프레임코웍스는 일종의 마케팅 프로젝트이지만, 많은 물건을 팔기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뉴프레임코웍스는 룰셋터(RULE SETTER)의 공식,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는 룰브레이커(RULE BREAKER)로 존재하기 위해 활동합니다. 어떤 형태로든지 이 이야기를 보고, 함께 나눈다면 누구나 이미 뉴프레임코웍스 크루가 되어 그 움직임을 함께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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