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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로 포장된 도박중독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행동 욕구.

몇 해 전, 오래된 지인이 선물투자를 가르쳐 달라고 한 적이 있어요.
며칠에 걸쳐 용어 설명과 거래창 사용법 그리고 투자 전략 등을 설명해 주었죠.
그리고, 기초적인 설명이 끝났을 쯤 그는 충분히 알았다며 나머지는 스스로 공부하겠다고 했어요.
이미 다른 곳에도 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서 이후부터는 직접 경험하며 배우고 싶어 하는 것으로 이해했어요.

그리고 며칠 후 그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500만원으로 시작했는데, 이 주만에 1,000만원이 넘었어."
한 달도 안 돼서 500만원을 벌었고, 2주간 수익률이 200%가 되었어요.
제가 가르쳐준 방법은 단시간에 고수익률이 될 리가 없는데.. 부러웠어요..

그리고 또 한 주가 지나고, 그 1,000만원은 2,000만원이 넘었다고 했어요.

'아직도 그 계약을 가지고 있다고?'

한 달이 되지 않았는데, 수익률이 400%고 수익은 1,500만원이에요.
그의 목표와 전략은 제가 알려준 것과 다른 그만의 방법이 된 것을 알았죠.
그리고 여전히 부러웠어요..

그는 마치 초 단위로 가격이 오르는 아파트를 들고 3주간 가격이 3배가 오른 경험과 같았다고 했어요.

제 투자 방식에서 그 수익은 이미 초과 수익이었으니, 그에게 계약을 정리하여 수익을 확정하라고 조언을 했어요.
그도 아무리 가격이 올랐어도, 팔기 전에는 자기돈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죠.
그리고, 그는 단호했어요.

"500만원이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것처럼, 2,000만원도 크게 다를 거 없어. 의미 있는 수익이 아니면 청산할 필요가 없는 거야."

그리고 2,000만원은 2주 후에 7,00만원으로 내려왔어요. 여전히 500만원에 비하며 200만원을 번 상황이지만, 그에게는 2,000만원에서는 1,300만원을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200만원을 땄지만 그는 1,300만원을 잃은 기분이라 청산을 할 수 없다고 했어요.

다행히도 금방 700만원은 다시 1,200만원으로 올라왔고, 저는 또 한번 청산을 권유 했어요.

"700이 1200이 되었어도 여전히 의미 없어. 2000에도 안 팔았잖아. 아예 안 할 거면 몰라도, 어차피 다시 할 거면 지금 파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그때부터, 저는 이 투자가 부럽지가 않았어요.

그가 얼마를 원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뒤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마진콜(증거금을 채우라는 전화)을 받고, 만기까지 들고 있던 500만원짜리 계약은 원금을 모두 잃고도 추가로 300만원 더 손실로 끝났어요.

그는 더 이상 저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의견을 나누지는 않지만, 지금도 선물 투자를 하고 있어요.

"500만원을 2,000만원으로도 만들어 봤는데 다시 못 할까 봐?"

내가 설명한 투자 방식은 그런 게 아니었는데, 그에게 저의 조언은 잔소리로 들리는 듯했어요.

1억으로 1년 동안 얼마를 벌기 위해서
투자를 하시나요??


집 값이 떨어지고, 주가도 무너진다지만 여전히 누가 얼마를 벌었다는 영웅담은 들려옵니다. 유튜브에 넘치는 영상들도 경매로 얼마를 벌었고 1,000만원으로 부업을 한다는 등 우리도 할 수 있을듯한 투자 이야기들을 쉽게 찾을 수 있죠.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투자를 계획할 때, 그 수익이 생활에 확연히 도움될 정도를 기대하죠.

한 달에 10만원을 벌기 위해 자산 손실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고, 적어도 한 달에 100만원 단위의 수익은 되어야 원금 손실의 위험을 감안한 도전의 보상으로 생각할 수 있죠.


투자의 전문가들은
얼마의 수익을 목표로 할까요?


우리나라의 공인된 투자 전문가라면, 우선 펀드매니저를 생각해 볼 수 있어요. 경력과 실력이 검증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니 검사보다 찾아보기 힘든 전문가일 것 같아요.

그런 투자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펀드 중 현재 판매되는 것은 대략 2190개가 있어요.

그중 연 수익률이 4%(1년 동안 1억 당 400만 원 수익)가 넘어가는 것은 80개 정도입니다.


1억으로 1년에 400만원을 넘게 벌면,
펀드매니저 중에 상위 3.65%이고,
수십억원 연봉의 대우를 받습니다.



물론 펀드 중에도 최근 꾸준한 고수익을 기록한 것도 있어요.

3년 동안 97%의 수익을 낸 "현대 강소기업증권자투자신탁1호 [주식] S-P"란 펀드도 있고,

최근 1년 27.8%의 수익을 낸 "하이 월드에너지 증권 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UH) 종류 (A-e)" 도 있는 것을 보면 절대 펀드가 안정적으로 운영해서 상위 수익률 기준이 낮은 것이 아니에요.


절대 펀드가 안정적으로 운영만 해서 그런 것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펀드들의 95%가 최근 1년에 400만원도 못 벌거나 손실이 났어요. 펀드매니저들도 그러한데, 우리가 주식 투자로 1년에 400만원을 버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같은 수익률이라도, 1억으로 10% 수익을 내는 방식과 100억에서 10% 수익을 내는 방식은 달라요. 거래 금액이 커지면,  매수와 매도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는 직접 투자로 얼마를 기대했나요?

우리가 펀드매니저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그들과 우리의 차이점이 무엇인가요?

혹시.. 운?


시드머니가 클 수록 수익률을 올리기는 더 힘들어요.


주식 1개는 쉽게 사고팔 수 있고, 100만원에서 50만원의 손해는 견딜 수 있지만,

주식 100개는 거래는 주식 1개보다 어렵고, 1억에서 5천만원의 손해는 쉽게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삼성증권 펀드매니저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한다면, 우리에게 무엇이 더 특별할까요?

실력 혹은 운?


운으로 꾸준한 수익을 기대하다.


도박 : 요행수를 바라고,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일에 손을 대다.


운으로 하는 투자는 도박입니다.

운으로 수익을 기대한다면, 손실 중에는 언제까지 운을 기다리며 손실을 유지해야 할까요?


내가 하는 것이 도박이면 어때?
여하간 나는 돈을 벌고 싶어.


돈을 벌 수 있다면, 도박도 투기도 투자도 상관없습니다. 문제는 도박의 대부분 돈을 벌어주지 않잖아요.

꾸준히 도박을 하는 사람을 위험하다고 하는 것은 지금은 돈을 따고 있어도 수익을 안정적으로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투자로 시작한 주식이나 부동산이 도박으로 변질하면 손실을 보더라도 운을 기대하며 팔지를 못합니다. 주식이 손실 중인데 원금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만 있다면, 그 투자는 이제 합리적인 결정을 벗어난 도박이 된 것입니다.


오로지 돌아가기만을
아니 돌려놓기만을 갈구하지..
- 조피디 '날 잊어 2' 중..


투자에서 위험이란 '만약 A의 경우라면, 손실을 본다.'에서 A를 위험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나 내가 모르는 것은 위험이 아니라 그냥 모르는 것입니다.

어찌 될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risk가 크다고 오해하고, high risk high return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조언이라면 피하세요. 왜 손해가 되는 상황이 오는지를 모르면서 투자하면 그것은 도박도 아니라 그냥 돈을 버리는 것입니다.



투자가 도박이 되면 무서운 것이 어떤 상황에도 포기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투자는
얼마나 수익이면 그만하실 건가요?
혹은 얼마나 손실이면 그만하실 건가요?

평경장 - 누나 돈 찾으면 화투 끊을 수 있겠니??
고니 - 다섯 배는 더 벌어야죠
평경장 - 못 끊으면 손가락이라도 자를래?
고니 - 네

이때만 해도 고니에게도 화투는 투자였을지도 모릅니다.


평경장 - (손가락 보며) 안 잘랐나?
고니 : 생각해 봤는데요 에...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이거고.. 에..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악셀 한번 밟아봐야 되는 것 아닙니까?

목표 수익을 달성해도 마무리를 못하는 모습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기술을 쓰다가 걸리서 귀가 짤리고,
기술을 아이쓰니까네 이게 짤맀나.
근데, 별거아이야. 니도 곧 이렇게 될끼야

손실 마무리를 못하는 모습도 우리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운으로 얻는 수익은 빠르게 올라올수록 만족보다 기대를 갖게 합니다.


수익에 만족이 있다면 도박도 브레이크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수익도 손실도 운으로 결정되는 도박에는 만족보다 기대가 큽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든 상황에
만족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어요.


헤겔은 우리의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우리는 불만을 느낀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능력보다 높은 기대는 우리의 본능인 것 같아요.

자기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마음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투자는 언제나 만족할 수 없는 것일까요?


실화를 각색한 영화 몰리스게임 중 승리의 포커만 치던 할런

포커에서 수익을 얻는 방법은 위험한 도박을 피하고 가능성이 높은 일에 투자를 반복하는 지루한 플레이어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도 승패에 흥분을 하면 같은 포커가 도박이 되어서 전재산을 잃게 되었습니다.


투자는 만족을 목표로 하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수치적 목표를 침착하고 지루하게 달성하는 작업이라서, 많은 사람들은 곰이 100일간의 쑥과 마늘을 먹는 과정처럼 느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이 투자입니다. 만족스러운 성과를 기대하며 손실을 확정하지 못하는 투자라면, 그 투자는 자기가 조절하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지금 수익도 손실도 끌려가고 있다면,
꼭 목표를 수정하여 대응할 계획이 필요합니다.
아니면..
도박의 운을 위해 기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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