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친구말 경제용어

유상증자

CJ가 유상증자를 해서 주가가 떨어졌대.
유상증자가 나쁜 건가?



우선, 주식은 기업을 찢어서 판 거야.

주식을 팔지 않으면 회사가 전부 내 거잖아?

근데 주식회사가 되다는 것은, 회사를 주식만큼 찢어서 팔아야 하는 거지.


주식을 팔고 나면 엄격하게는 나의 영향력은 주식을 가진 만큼이야. 하지만, 상당수의 주식을 가지면 전부를 가진 것과 별 차이 없이 영향을 가질 수 있어. 그래서, 주식을 찢어서 팔아도 회사를 좌지우지할 만큼은 오너가 갖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

IPO : 기업공개 - 주식을 처음에 찢어서 파는 것을 기업공개라고 해.


그리고, 이미 찢어서 팔았던 회사를 더 찢어서 파는 것을 유상증자라고 해.

돈을 받고(유상) 주식을 늘리는 것(증자)이지.

주식을 찢어서 팔면 회사에 새로운 돈이 들어오겠지?

그래서 회사는 돈이 필요할 때 유상증자를 해.


하지만 잘 나가는 회사가 돈이 필요하다면, 채권을 발행해서 돈을 빌리는 것이 일반적이잖아?

채권이 아니라 기업을 더 찢어 팔아서 돈을 마련한다는 것은 추가로 채권 발행이 어렵거나 너무 큰돈이 필요한 경우일 거야.

그래서, 유상증자는
돈을 빌릴 구멍이 없을 만큼 힘든 경우라고
판단되는 근거가 되는 거야.


이게 기존의 소액 주주에게는 기분 나쁜 일이야.

처음에 그 기업을 100개로 쪼개서 팔았을 때 내가 10개를 가지고 있다면 점유율이 10%인데, 유상증자로 100 개가 늘어나면 나는 200개 중에 10개를 5%를 가진 게 되는 거야. 기존의 주주는 가만히 앉아서 기업의 점유율이 줄어드는 거지.

하지만, 대주주는 점유율이 줄어도 기분 나쁠 것이 별로 없어. 수치상으로 점유율이 줄어도 절대 금액이 커서, 새로 발행되는 주식으로 대주주의 영향력을 위협할 점유율을 갖기는 더 힘들기 때문이야.



CJ CGV 가 돈을 투자받아서
더 잘할 수도 있잖아?


그렇지. 유상증자를 한 돈으로 시설을 늘리거나 기술개발을 해서 더 나아질 수도 있기 때문에 유상증자가 꼭 주가를 떨어트리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CGV는 새로 투자받는 돈은 시설이나 운영보다 빚을 갚는데 더 많이 쓸 거라고 공시를 했어.

공시확인은 DART.fss.or.kr

회사를 더 찢어서 판 돈으로 1,000억은 시설에, 900억은 운영에 그리고 3,800억은 빚을 갚는데 쓰겠다는 거야. 얼마나 빚이 많길래 투자받아서 빚을 갚으려는지 찾아봤어.

 

재무제표 확인은 DART.fss.or.kr

1년 안에 갚을 빚이 1조 2,521억이고, 1년 이후에 갚을 빚이 2조가 더 있더라고.

종목 검색은 0150 창

빚의 절대 금액이 많지만, 빚이 회사가 가진 돈보다 많은 경우(부채비율 200% 이상)가 CGV만 있는 것은 아니야. 여기에 번 돈으로 이자를 못 갚는 경우(이자보상배율 1 이하)도 146개나 있어.


그런데, CGV가 새로 받을 투자금의 67% 이상을 빚을 갚는데 쓰려는 계획은 문제가 되는 것 같아. 갚지 않아도 되는 투자자의 돈을 모아서, 갚아야만 하는 빚을 줄이는 것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 거지.

공시전 6월 20일 14,300원대의 CGV는 일주일 조금 넘은 6월 30일에 9,300원대로 30% 넘게 빠진 것을 보면, 많은 사람이 이런 식으로 회사를 판돈을 이렇게 쓰는 것으로는 CGV가 잘 되길 어렵다고 보는 것 같아.


하지만, 보이는 대로 보면 곤란한 면도 있어. '주주배정'이라는 방식은 기존의 주주에게 새로운 주식을 살 기회를 먼저 준다는 뜻이야. 새로 발행되는 주식을 대주주가 싸게 가장 많이 매입할 기회라는 거야.

대주주가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매입 이후에 가격을 다시 올리지 않을까?


지금 CGV의 상황이 잘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위험이 있는 회사는 많아. 더구나 대기업은 이 정도 재무상태로 망하기도 쉽지 않지.

유상증자가 주가를 떨어트리고 있지만, 빚이 줄어드는 회사의 주식을 대주주와 같이 싸게 살 수 있는 상황일 수도 있어.


내가 대주주인데, 싸게 보유 주식량을 늘리고 빚과 자산의 구조를 바꾸고 싶을 때…

정의롭진 않지만, 불법이라고 하기에 애매한 방법유상증자를 이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지금은 나쁘다지만, 뉴스에 좋은 소식 몇 개면 다시 금방 올라가지 않을까? 물론 그 소식의 진위는 중요하지 않아. 대기업은 그냥 좋은 것 같은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하잖아.


망해가는 CGV 같지만 신주가 발행되고 나면 다시 주가가 오를 수도 있으니, 유상증자가 꼭 악재라고 보는 것보다 전체적인 흐름과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