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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도덕도 정답도 없는 영역에서 내 기준을 세우는 법

1. 투자에는 선악이 없다

[우연히 알게 된 주가조작 소식이 있다면?]

회사 동료로부터 우연히 특정 기업의 주가조작 계획을 들었다고 가정해보자. 그 정보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직감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불법적이고, 선량한 투자자들을 속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손실을 내가 알고 있는 부정한 정보로 가져가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위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투자에서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이란 무엇인가?


[가상화폐는 어떤가?]

가상화폐를 생각해보자.

찬성론: 중앙에서 관리하지 않아서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고, 순수한 시장경제에 맡겨진다.

반대론:

중앙 관리가 없다는 것은 거대자본의 시세조작이 더 쉽다는 뜻

익명성을 이용한 불법자금 유통 확산

루나코인처럼 하루아침에 증발할 수 있는 위험성

실체 없는 투기 광풍으로 서민들의 피해 양산

그렇다면 가상화폐 투자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일까? 시장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이런 부정적 시스템을 지지하는 행동일까?


[아파트 가격 폭등 시기의 부동산 투자는?]

2020-2021년 아파트 가격이 폭등할 때를 생각해보자.

집값 안정이 국가 경제와 서민 생활의 핵심 과제인 상황에서, 부동산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일까?

내가 집을 사면 다른 사람은 더 비싸게 사야 한다

투기 수요가 늘어나면 실거주 수요자들이 피해를 본다

사회적으로는 부동산 투기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손해를 봤다. 도덕적 고민을 하며 투자를 망설인 사람들이 오히려 경제적으로 뒤처지는 결과가 되었다.


[투자의 냉혹한 본질을 인정하자]

여기서 우리가 직면해야 할 현실이 있다:

투자는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의 손실이 다른 누군가의 이익이 된다. 주식 시장에서 내가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나보다 비싸게 산 사람과 나보다 싸게 판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투자에는 불법이 아닌 이상,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상대방의 손실을 나의 이익으로 환원하는 과정에서 도덕적 정의를 따지는 것은 어리석다.


29세 직장인 A의 고백:

"코인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다 돈을 벌고 있는데, 나만 도덕적 고민을 하며 빠져있을 이유가 있을까요? 결국 투자했고, 적당한 수익을 내고 빠져나왔어요. 그 돈으로 전세 보증금을 마련했죠."

32세 공무원 B의 경험:

"부동산 투기가 사회적으로 문제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결국 아파트를 샀어요. 도덕적으로 망설이는 동안 집값은 계속 올랐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사지 않는다고 해서 집값이 안 오르는 것도 아니었어요."

투자에는 선악의 기준이 없다. 있는 것은 수익과 손실뿐이다.


2. 그렇다면 투자란 무엇인가 - 나만의 정의가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다른 투자 정의를 가진다]

투자에 도덕적 기준이 없다면, 그리고 정해진 정답이 없다면, 결국 투자에 대한 정의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

"투자"라는 단어만큼 많이 남용되는 말도 드물다. 주식, 부동산, 코인, 금, 예술품, 와인, 명품 가방, 심지어 자기계발까지 모든 것이 "투자"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하지만 정작 투자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각자가 다른 정의를 가지고 있는 예시들을 보자:


34세 의사 C의 투자 정의: "투자란 내가 직접 일하지 않아도 돈이 돈을 벌어주는 것. 시간을 팔아서 버는 돈 말고, 자본이 자본을 증식시키는 행위."

27세 스타트업 직원 D의 투자 정의:
"투자란 미래 가치에 대한 베팅. 지금은 낮게 평가받지만 나중에 가치가 인정받을 것들에 돈을 거는 것. 주식이든 코인이든 부동산이든 상관없어."

30세 공무원 E의 투자 정의: "투자란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것.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는 방어적 행위. 크게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

35세 자영업자 F의 투자 정의: "투자란 내 사업과 생활에 도움이 되는 모든 것. 새로운 장비, 기술 습득, 인맥 관리, 심지어 건강관리도 투자야. 수익률로만 판단할 수 없어."

28세 프리랜서 G의 투자 정의: "투자란 재미있는 게임. 공부하고 분석하고 예측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 돈을 벌면 좋고, 잃어도 배우는 게 있으니까 그것도 의미 있어."


모두 다른 정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모두 틀렸다고 할 수도, 맞다고 할 수도 없다. 각자의 상황과 가치관에 따른 선택일 뿐이다.


[투자 정의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선택]

같은 상황에서도 투자에 대한 정의가 다르면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상황: 비트코인이 급등하고 있는 시기

C의 선택 (자본 증식 관점): "변동성이 너무 크고 예측 불가능해서 투자가 아니라 투기야. 안 해."

D의 선택 (미래 가치 베팅 관점): "블록체인이 미래 기술이니까 장기적으로 가치가 있을 거야. 투자해."

E의 선택 (인플레이션 방어 관점): "달러 가치 하락 시기에 대안 자산으로서 의미가 있어. 소액 투자해."

F의 선택 (실용적 관점): "내 사업에 직접적 도움이 안 되니까 관심 없어."

G의 선택 (재미 관점): "기술 분석하고 차트 보는 재미로 해봐야지."

똑같은 비트코인을 두고도 완전히 다른 판단과 행동을 보인다. 누가 옳고 누가 틀렸을까? 정답은 없다.

3. 투자 정의의 스펙트럼 - 당신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보수적 정의 vs 진보적 정의]

투자에 대한 정의를 스펙트럼으로 나누면 이렇다:

극보수 정의: "안전한 수익만 투자"

원금보장 상품만 인정

예금, 적금, 국채, 금

"투자는 잃지 않는 것이 최우선"


보수 정의: "검증된 자산에만 투자"

역사가 오래된 자산 위주

우량주, 부동산, 선진국 ETF

"급하지 않게 안전하게"


중도 정의: "분산된 포트폴리오 투자"

안전 자산과 위험 자산의 조합

주식 70% + 채권 30% 식의 분산

"위험과 수익의 균형"


진보 정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

신기술, 신산업 중심

성장주, 테마주, 신흥국

"큰 수익을 위해 큰 위험 감수"


극진보 정의: "모든 기회를 투자"

코인, NFT, 신생 산업까지

레버리지, 파생상품 적극 활용

"기회는 위험한 곳에 있다"

어떤 정의가 옳은가? 정답은 없다. 각자의 상황과 성향에 따라 다른 정의를 선택하는 것이 맞다.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투자 정의의 차이]

같은 나이, 같은 소득이라도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투자 정의가 달라진다:

30세 대기업 직장인 H:

안정적 월급 + 퇴직금 보장

정의: "원금보장 위주로 안전하게"

선택: 적금 70% + 안전 ETF 30%


30세 프리랜서 I:

불안정한 수입 + 사회보장 없음

정의: "공격적으로 자산 증식해야 함"

선택: 성장주 50% + 코인 20% + 부동산 30%


30세 의사 J:

고수입 + 전문직 안정성

정의: "세금 절약하면서 장기 증식"

선택: 해외주식 ETF + 부동산 투자


30세 공무원 K:

중간 수입 + 연금 보장

정의: "인플레이션만 이기면 충분"

선택: 물가연동채권 + 배당주 ETF


각자의 상황이 다르니까 투자 정의도 달라야 한다. 남의 정의를 따라할 이유가 없다.


4. 가치관이 정의를 결정한다

[돈에 대한 근본적 태도의 차이]

투자 정의는 결국 돈에 대한 근본적 태도에서 나온다:

돈 = 안전감을 주는 것

잃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함

확실한 것만 선택

투자 정의: "원금보장이 최우선"


돈 = 자유를 주는 수단

경제적 자유 달성이 목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큰 수익 추구

투자 정의: "공격적 증식이 필요"


돈 = 게임의 점수

돈 버는 과정 자체를 즐김

승부욕과 재미를 중시

투자 정의: "흥미로운 게임"

돈 = 도구일 뿐

돈 자체보다 목적이 중요

실용성과 효율성 중시

투자 정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


25세 대학원생 L의 변화:

"처음에는 돈이 무서웠어요. 장학금으로 받은 돈이라 1원도 잃기 싫어서 적금만 했죠.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적금으로는 오히려 돈을 잃고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지금은 ETF로 투자하고 있어요."

35세 자영업자 M의 접근:

"저에게는 투자도 사업의 연장선이에요. 내 가게 매출에 도움이 되는지, 업계 트렌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가 기준이죠. 그래서 관련 업종 주식에 투자하고, 부동산도 상권을 보고 투자해요."


2. 투자 vs 투기 vs 저축의 진짜 차이

[시간과 목적으로 구분하는 법]

세 가지 행위를 구분하는 핵심은 시간 관점과 목적이다:

저축 (Saving)

목적: 원금 보장과 소액 이자

시간: 단기~중기 (6개월~5년)

기대: 확정적 수익 (연 1-4%)

위험: 원금 손실 위험 거의 없음

적합한 상황: 비상금, 단기 목표 자금


투자 (Investment)

목적: 장기적 자산 증식

시간: 장기 (10년 이상)

기대: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익 (연 5-8%)

위험: 중간 과정의 변동성은 감수

적합한 상황: 노후 준비, 장기 재산 형성


투기 (Speculation)

목적: 단기간 고수익

시간: 단기 (몇 개월~2년)

기대: 고수익 (연 20% 이상)

위험: 원금 손실 가능성 높음

적합한 상황: 여유 자금으로 한정


30세 직장인 C의 구분 후 변화:

Before (혼재된 상태):

적금에서 고수익 기대 → 실망

주식에서 원금보장 기대 → 불안

코인을 "장기투자"라고 착각 → 큰 손실


After (명확한 구분):

비상금: 예금 (원금보장 우선)

노후준비: ETF (장기 관점, 변동성 수용)

재미삼아: 개별주식 소액 (오락비 개념)


"같은 돈을 쓰더라도 목적이 명확하니까 스트레스가 확 줄었어요."


[각각의 역할을 인정하는 자세]

머니 컴파스의 핵심은 저축, 투자, 투기를 모두 인정하되, 각각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저축의 가치:

심리적 안정감

유동성 확보

확실한 목표 달성


투자의 가치:

장기 구매력 유지

인플레이션 방어

점진적 자산 증식


투기의 가치:

학습과 경험

오락과 흥미

운이 좋으면 큰 수익


중요한 것은 각각에 적절한 비중과 기대를 부여하는 것이다.

31세 D의 배분:

저축 60% (안정성 중시 성격)

투자 35% (노후 준비 필요)

투기 5% (재미와 학습 목적)


26세 E의 배분:

저축 30% (유동성 확보)

투자 50% (젊음을 활용한 장기 관점)

투기 20%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


정답은 없다. 자신의 성향과 상황에 맞는 배분이 답이다.


3. 왜 모든 금융상품이 "투자"라고 말하는가

[판매자의 관점에서 보는 "투자" 마케팅]

금융회사들이 모든 상품을 "투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명확하다. "투자"라는 단어가 주는 긍정적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저축"이라고 하면:

수익률이 낮다는 인상

소극적이라는 느낌

재미없다는 이미지


"투기"라고 하면:

위험하다는 인상

도박 같다는 느낌

부정적인 이미지


"투자"라고 하면:

똑똑하다는 인상

미래 지향적이라는 느낌

성공과 연결된 이미지


34세 F의 경험:

"은행에 갔는데 직원이 '요즘 예금만 하시면 손해예요. 투자하셔야죠'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뭐가 좋냐'고 물으니까 펀드를 추천하는데, 자세히 보니까 수수료가 연 2%나 되는 거예요. 예금 금리가 3%인데 수수료가 2%면, 결국 1% 이하로 수익이 나와야 예금과 비슷한 거잖아요. 그런데도 '투자'라고 포장해서 파는 거죠."

[상품별 진짜 정체성 파악하기]

금융상품들의 마케팅 문구와 실제 성격을 비교해보자:

적금/예금:

마케팅: "안전한 투자의 시작"

실제: 저축 (원금보장, 확정금리)


펀드:

마케팅: "전문가의 투자 노하우"

실제: 투자 + 높은 수수료


변액보험:

마케팅: "보장과 투자 동시에"

실제: 보험 + 비효율적 투자 (펀드보다도 높은 수수료, 복잡한 구조)


개별주식:

마케팅: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

실제: 투기~투자 (나의 욕심은 투기인가 투자인가)


부동산:

마케팅: "안전한 실물투자"

실제: 사업 (관리 필요) + 투기 (가격 변동) + 소비 (거주 목적)


코인:

마케팅: "미래 화폐에 대한 투자"

실제: 투기 (극도의 변동성, 불확실한 가치)


28세 G의 깨달음:

"상품 이름에 속지 말고, 실제로 내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투자'라고 해서 다 좋은 게 아니라, 내 목적에 맞는지가 핵심이더라고요."


4. 수익률의 함정: 진짜 수익과 가짜 수익

[수익률 광고의 트릭들]

금융상품 광고에서 가장 크게 써붙이는 것이 "수익률"이다. 하지만 그 수익률들 대부분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수익률 광고의 대표적 트릭들:

최고 수익률만 강조

"최고 연 15% 수익!"

실제: 특정 기간, 특정 상품만의 기록

세전 수익률로 표기

"연 8% 수익"

실제: 세금 15.4% 차감하면 6.8%

수수료 제외하고 계산

"연 6% 수익"

실제: 연 2% 수수료 차감하면 4%

물가상승률 무시

"연 5% 수익"

실제: 물가상승률 3% 고려하면 실질 2%

cherry picking

"지난 3년 연평균 12% 수익"

실제: 10년으로 확장하면 3%


30세 직장인 K의 실제 경험:

"펀드 가입할 때 '연평균 8% 수익'이라고 했는데, 3년 후 정산해보니 실제 받은 건 연 2% 정도였어요. 수수료, 세금, 중도 환매 수수료 등등을 다 계산하니까 그렇더라고요."


[실질 수익률 계산하는 법]

진짜 수익률을 계산하려면:

명목 수익률 - 각종 수수료 (판매, 보수, 환매) - 세금 (15.4% 또는 지방세 포함 15.4%) - 물가상승률 (연 3-4%) = 실질 수익률

실제 사례 계산:

광고 수익률: 연 8% 실제 계산:

수수료: 연 1.5%

세금: 8% × 15.4% = 1.23%

물가상승률: 3%

실질 수익률: 8% - 1.5% - 1.23% - 3% = 2.27%


32세 L의 깨달음:

"수익률 광고를 보면 일단 절반으로 생각하고 시작해요. 그리고 수수료와 세금을 꼼꼼히 따져보죠. 그러면 대부분 예금과 큰 차이가 없더라고요."


5. 개념 상자: 복리의 현실성

많은 재무설계에서 "30년 복리로 16억원"같은 계산을 제시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상적 계산: 월 200만원 × 30년 × 연 5% 복리 = 약 16억원

현실적 고려사항:

연 5% 복리 수익률을 30년간 지속하기는 매우 어려움

세금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구매력은 크게 증가하지 않음

30년 후 16억원의 숫자가 커져도 삶의 질에 실질적 변화를 주지 못할 수 있음


더 현실적 접근: "30년 후 현재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로 기대 수준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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