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알이 깨지다

알이 깨지다

by 김쓰새

누군가는 말했다.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고.
그렇다 해도 나는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왜 그토록 움직이지 못해 안달이었을까.
매일 아침 영화 관객 수를 집계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오전이 지나면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면 배급사에서 내려온 일을 처리했다.


주말도, 휴일도, 명절도 없는 나날이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1월 1일이었다.

학생일 땐 당연히 쉬던 날이었지만,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아직 아침도 오지 않은 새벽에 집을 나서야 했다. 자욱한 안개가 몸을 스치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자 뜨겁게 달아올랐던 폐가 서서히 식었다.

이상하게도 그게 괜찮았다. 하체는 따뜻하고 머리는 시원해야 좋다 하지 않던가.
그런 아침의 지하철역은 평소보다 더욱 쨍한 회색을 띠었다. 간간이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겐 아지랑이처럼 열기가 따라다녔다. 그 풍경을 설명할 단어는 단 하나였다.

‘을씨년스럽다.’

회사에는 난방기기도 없었다. 사무실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석유난로 뚜껑을 열고,

배달된 기름통을 기울여 기름을 부었다. 콸콸콸콸, 기름이 흘러들어가면 난로는 천천히 불을 삼켰다. 하지만 방 전체가 따뜻해지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그 기다림 속에서 하루가 시작되곤 했다.
난로가 필요 없는 계절이 오면, 이번에는 사무실 사람들이 돌아가며 감기를 앓았다.
고생이 고생인지, 안쓰러움이 안쓰러움인지 알 수 없었는데,
주변에서 자꾸만 내 알을 쪼아대듯 날카롭게 신경을 건드렸다.
나는 그곳이 따뜻하고 좋아서 버티고 싶었지만,
틈이 점점 벌어지더니 결국 밖으로 튕겨나오고 말았다.

그리고, 이직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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