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계약직으로 시작

계급사회

by 김쓰새

나를 돌아보는 시절을 유치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내가 회사에서 얼마나 애써왔는지를 알 수 있다.
어릴 적 계곡에서 아빠, 작은 아빠 가족, 아빠 친구분들 가족과 함께 놀던 날이 있었다. 사촌 언니들과 다른 집 아이들은 쫑알쫑알 떠들며 웃어대지만, 나는 늘 쭈뼛거리기 일쑤였다. 행사에는 사회자도 있었고 노래방 기계까지 있었는데, 내 차례가 되자 사회자가 마이크를 내밀었다. 그 순간 나는 자지러지게 울음을 터뜨렸다. 모두의 시선과 마이크가 뾰족하게 다가오며 나를 위협하는 것만 같았다.


행사가 끝나고 아빠는 “너 때문에 창피했다”라고 했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다. 낯선 환경은 언제나 나를 주눅 들게 했다. 유치원 입학 후에도 한 학기 내내 울며 절반 이상을 결석했다.


그런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는 조금 달라졌다. 잠깐의 직장 생활과 커뮤니티 활동으로 말수가 늘었고, 사람들 앞에 서는 일도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나의 나섦에는 피와 땀, 눈물이 스며 있었다는 것을.


나는 막연히 믿었다. 대기업에 들어가면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처음엔 덤벙대다가도 곧 억척스럽게 큰일을 해내는 내가 될 거라고.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연말이면 수백 장의 의료비 신청서가 책상 위에 쌓였고, 그 와중에 송년회·송별회 같은 회식이 끊이지 않았다. 인사팀 신입이라며 얼굴 도장을 찍으라 했고, 나는 저질 체력으로 여기저기 모임에 끌려다녔다. 대학과 사회 모임에서 길러진 발랄함으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세 달의 수습 기간이 끝나자 나는 계약직이 되었다. ‘3개월만 하고 그만두자’ 다짐했지만, 이미 여러 모임과 사람들 속에 얽혀 쉽게 떠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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