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40도를 육박하던 더위가 꺾였다.
올해의 절정도 지나갔다. 오랜만에 땀 흘릴 걱정 없이 출근했다.
처음 하는 일이라 어설픔도 있었지만, 그래도 모든 것이 비교적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다.
오늘은 점심도 별 탈 없이 먹었고, 맡은 일도 막힘없이 해내던 중 사무실이 웅성거렸다.
오늘은 본부에서 분기 실적이 좋았던 사람에게 상을 주고, 시상을 마친 뒤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는 날이었다. 나만 빼고 말이다. 나는 이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
심지어 나와 점심을 같이 먹는 동생조차 오늘 연극을 보러 간다는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다들 말하지 않기로 한 건지, 어쩐 건지 모르겠지만, 사람을 두고 아무 말도 없이 나만 덩그러니 두고 나갈 수 있는 걸까 싶었다.
지난 금요일부터 휴가로 자리를 비우긴 했지만, 이런 행사가 있고, 이런 이유로 몇 명은 못 간다는 식의 언질이라도 있었다면 몰라도 아무 말도 없었다. 오늘 하루를 마감하며 돌이켜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조금이 아니라, 꽤 많이.
그런데 모든 것은 오해였다.
금요일, 예매 티켓이 꽤 남아 내가 없는 사이에 “연극 보러 갈 사람”을 조사했던 것이었다.
나는 회사 단톡방을 보지 못했다.
연극 공지와 추가 모집 글이 있었음에도 응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내 사정이었다.
이 오해를 알게 된 순간, 내 이성과 감정의 균형이 생각보다 심하게 무너져 있단걸 깨달았다.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쳤고, 사고는 이성적이지 못했던 모양이다.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어도 이런 실수를 범하는 게 나란 사람인가 보다.
얼마전부터는 퇴근 후 루틴도 만들고 있다.
퇴근 후 두유와 반숙란 하나를 먹고 잠시 쉬면 저녁 8시가 된다.
매일 하겠다고 다짐한 사이클을 35분가량 타고, 부종에 좋다는 스트레칭을 하면 9시가 된다.
땀을 흘리고 씻으면 두피까지 시원하다.
씻고 나와 수면제를 미리 먹은 뒤, 책상에 앉아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을 읽는다.
오늘은 꼴랑 18페이지를 넘겼지만, 읽었다는 표시를 하고 책을 덮는다.
내일은 30페이지를 넘기자고 다짐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나는 느리더라도, 버거워도,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온 사람이다.
그래서 이제, 진심으로, 아주 깊이, 오랫동안 계속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