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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조각들, 커다란 골칫거리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9년 5월 호

글 로라 파커  사진 데이비드 리츠와거


갓 태어난 치어가 먹이 대신에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들을 먹고 있다. 치어가 사라지면 큰 물고기의 수가 줄어들 것이며 이는 먹이사슬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얼마 전 나는 미국 하와이주의 오아후섬 해안에서 남서쪽으로 750m 떨어진 태평양 바다에 스노클링을 하러 갔다. 오아후섬 측면에 있는 이곳 해역은 수심이 급격히 깊어지는 지형이어서 우리가 소형 선박을 타고 스노클링을 할 장소로 가는 동안 선박 아래로 보이던 바닥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보통은 와이아나에산맥이 이곳 해역을 무역풍으로부터 막아준다. 그러나 그날은 바람 때문에 파도가 살짝 일렁거려 내가 보고자 했던 해수면의 얇은 기름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유기 입자가 풍부한 이 기름층에서 치어들은 영양분을 섭취하고 생후 첫 몇 주간의 위험한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왼쪽에 있는 것은 물고기 먹이고 오른쪽에 있는 것은 플라스틱이다.



기름층 속에 얼굴을 묻자 새끼 물고기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란의 난환낭이 햇살을 받아 밝게 빛나며 작은 손전등처럼 물속을 떠다니고 있었고 무당벌레만 한 치어들이 쏜살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헤엄쳐 지나간 남방해포리고기는 10센트짜리 동전 크기의 물고기지만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커 보였다. 우리 아래로는 30cm 길이의 새가라지가 무리를 이뤄 자신보다 몸집이 작은 모든 생물들을 먹어 치우고 있었다. 


페트리 접시 위에 그려진 격자판은 NOAA의 기술자들이 시료를 살펴보고 또 가운데 줄 왼쪽의 바로 바깥쪽의 남방해포리고기(가칭)처럼 아주 작은 유기체를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날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소속된 해양학자 재미슨 고브(40)와 어류생물학자 조너선 휘트니(37)가 나를 안내해줬다. 두 사람은 이 정신없는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3년 가까이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산학에서 어류의 치어 단계는 ‘블랙박스’와 같은 존재다. 즉 수정란에서 치어로 변하는 과정에 대해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치어는 몸집이 매우 작고 연약해서 연구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녀석들 중 절대 다수가 결코 성어로 자라나지 못한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치어들이 무사히 성어로 성장하느냐에 전 세계 어류 개체군과 녀석들을 섭취하는 동물들의 생존이 달려 있다.


NOAA의 연구진이 하와이주 연안에서 한 번에 8분씩 그물을 던졌다가 건져올리면 생물(왼쪽)과 플라스틱(오른쪽)이 대량으로 딸려온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9년 5월 호 중]

http://www.natgeokorea.com/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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