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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도박을 위해 아프리카를 떠나는 사람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9년 8월 호

글 신시아 고니  사진 아이토르 라라 신글 신시아 고니  사진 아이토르 라라시



아 고니  사진 아이토르 라라 호

해마다 수만 명에 이르는 아프리카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유럽으로 향한다. 그들 중 다수가 하나의 고통을 더는 대신 또 다른 고통을 겪게 된다.





유수프가 스페인 남부의 레페라는 마을을 거닐면서 안면이 있는 아프리카인들을 마주칠 때마다 가볍게 인사를 건넨다. 그들은 세네갈과 나이지리아에서 온 사람들 그리고 부르키나파소와 코트디부아르에서 온 남성들이다. 유수프는 현재 이 마을에 있는 버려진 도축장에서 살고 있다. 그는 프랑스어에 능통하며 스페인어 구사 능력도 뛰어나지만 자신과 같은 말리 출신의 동포를 만나면 밤바라어로 대화를 나눈다. 밤바라어로 말할 때는 더 깍듯이 예절을 갖춰야 한다. 친척들은 모두 안녕하신가요? 네. 모두 잘 지냅니다. 가족도 모두 안녕하신가요? 네. 그들도 잘 지냅니다. 부인도 안녕하시지요? 잘 지냅니다. 유수프는 도축장 안에 마련된 이주민 쉼터가 잘 운영되도록 돕고 있다. 그는 쉼터 휴게실에서 새로 온 사람들과 함께 앉아 그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한다. 그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쉼터의 운영을 돕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야망을 가진 한 남자가 매일 아침 수치심과 싸우는 기분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의 착한 아들 또는 남편 또는 친구인 한 남자가 대륙 저편에 남기고 온 사랑하는 이들에게 수화기 너머로 거짓말을 하며 느끼는 감정 말이다.



오늘 들어온 사람은 라사라라는 말리 출신의 남자다. 그는 임시로 마련된 부엌에 놓인 탁자에 앉아서 휴대전화를 봤다가 상체를 숙여 양팔에 얼굴을 파묻기를 반복했다. “아직 수확철이 시작되지 않은 터라 일을 못 구했대요.” 유수프가 말했다.



라사라가 스페인에 온 지는 8개월이 됐다. 스페인에 14년째 체류 중인 유수프는 레페를 ‘교차로’라고 부른다. 이는 이곳이 쉬어가는 곳이자 다른 길과 만나는 곳이라는 표현이다. 세계적으로 이주 현상을 부추기는 요소가 늘어나면서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이주자들이 몰려오리라고 상상할 수 없었던 곳들이 이주자들의 교차로로 변해가고 있다. 유수프는 평범한 작은 농업 도시 레페에서 자신과 똑같은 경험을 한 라사라 같은 젊은 남성들의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들었는지 헤아려봤다. 즉 먼 타지에서 본국으로 생활비를 부쳐주면서도 그곳에서 윤택한 생활을 즐기고 있는 먼 친척에 대한 소식을 자꾸 들려주는 이웃들 때문에 집을 떠나야겠다고 처음 결심하게 됐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들은 스페인으로 이주해 농장에서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취업 허가를 얻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해 부양 가족들을 만나러 비행기를 타고 주기적으로 고향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비록 북쪽의 국가들로 잇달아 밀입국하기 위해 1000유로가 넘는 돈을 지불하고 모로코에서 갑판이 없는 배를 타고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 국가인 스페인으로 건너는 등 이민법을 어기는 행위를 하더라도 말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9년 8월 호 중]

http://www.natgeokorea.com/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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