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20년 6월 호
글 린 올슨 l 사진 로버트 클라크
어떤 이들은 영웅이었고 어떤 이들은 희생자였다. 또 다른 이들은 세계를 점령하고자 했던 파시스트들을 위해 싸웠다. 전쟁이 끝나고 75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세대가 사라져가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생생한 기억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75년 전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파괴적이며 치명적인 전쟁이 끝나가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그 악명에 걸맞은 결과를 낳았다. 미국, 소련, 영국, 중국 그리고 각국의 소규모 추축국들로 구성된 연합국이 독일, 일본, 이탈리아 그리고 몇몇 다른 추축국들과 맞붙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전쟁이었기 때문이었다. 약 7000만 명의 남녀가 군대에 복무하면서 역사상 가장 큰 군사 작전에 동원됐다. 하지만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목숨을 많이 잃은 사람들은 민간인들이었다. 6600만여 명의 사망자 중 70%에 달하는 약 4600만 명이 민간인이었고 그중에는 홀로코스트에서 살해된 유태인 600만 명도 포함된다. 그 밖에도 수천만 명이 집과 고국에서 쫓겨났으며 그중 다수가 그로부터 여러 해 동안 난민촌에서 지냈다.
이 전쟁의 여파는 그 규모만큼이나 엄청났다. 이 전쟁은 우리가 70여 년 동안 알아온 세계의 기틀을 잡았다. 핵무기의 시대가 열렸고 이스라엘이 탄생했으며 세계를 양분하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초강대국들이 출현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유엔과 나토 같은 국제 동맹이 형성됐는데 모두 이런 끔찍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전쟁과 그로부터 비롯된 결과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옅어졌다. 이와 동시에 직접 전쟁을 겪은 증인들의 수가 줄고 있다.
그러나 몇몇의 마지막 생존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겠다며 흔쾌히 나서준 덕에 우리는 값진 선물을 받았다. 그들의 눈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자신들의 지역사회 밖의 세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이들은 전쟁 때문에 익숙한 환경에서 끌려 나와 다양한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됐고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고난을 겪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20년 6월 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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