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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유행병의 사례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20년 8월 호

글 리처드 코니프


과연 우리는 위험이 지나간 뒤에도 우리가 배운 교훈들을 기억할까?


지난 3월 초 어느 일요일, 코로나19가 세계 전역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을 무렵 미국 해안경비대 소속의 연안 감시선 파이크호가 캘리포니아주 해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람선 그랜드 프린세스호를 향해 가고 있었다. 연안 감시선에는 재난 대응 의료진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유람선의 승객 3500명 중에서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로부터 분류해 해안으로 데려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파이크호에서는 세계 곳곳의 ‘위험 지역’에서 수십 년을 보낸 노련한 감염병 전문가 마이클 캘러핸(57)이 의료진과 함께 대기하고 있었다.

1720년경에 간행된 <천연두 정요>라는 일본어로 쓰인 필사본에는 천연두 발진을 뚜렷하게 묘사한 그림이 있다.

해가 지기 직전에 파이크호는 그랜드 프린세스호에서 내린 부속선으로 다가갔다. 캘러핸과 대원들은 뱃멀미를 하고 있었고 방호 장비로 완전히 무장하고 있어서 귀도 반쯤 들리지 않고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차례대로 부속선에 뛰어올랐다. 그런 다음 유람선의 사다리에 올라탄 뒤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선체를 타고 올라갔다.

그 순간에 전 세계 또한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잊힌 세계일 것이다. 유행병뿐 아니라 세계적 유행병은 우리가 처음 지구 전역으로 퍼져나간 이후 늘 인류에게 피해를 입혀왔다. 세계적 유행병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들을 남겼다. 위험한 상황이 지나간 후 우리가 기진맥진한 채 안도하는 가운데서도 이 교훈들을 기억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코로나19 같은 새로운 세계적 유행병을 통해 우리가 서로를, 특히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쉽게 감염시킬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접촉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어떻게 우리를 억지로 갈라놓는지, 격리된 생활이 얼마나 절망적이며 아픈 사람들이 종종 어떻게 비참하게 홀로 죽기도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사태를 통해 마이클 캘러핸처럼 목숨을 걸고 질병과 싸우는 소수의 용감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항상 의지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800년대 후반에 사진작가 앤드루 프링글이 현미경을 사용해 결핵균과 탄저균 등 세균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이 사람들은 과거에 세계적 유행병이 창궐할 때 관례를 무시하거나 중요해 보이지 않는 작은 단서들을 살펴보거나 예상하지 못한 의견에 귀를 기울인 인물들이다. 이들은 멀리 있는 어느 음침한 동네나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 이곳에서도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20년 8월 호 중]

http://www.natgeokorea.com/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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