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유행하는 모피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2016년 9월 호

글·리처드 코니프 사진·파올로 마셰티


동물의 인도적인 사육 및 도살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모피와 가죽이 디자이너와 힙합 가수들 그리고 중국 부유층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발가락이 얼어붙는 듯 추운 2월 중순의 어 느 날, 우리는 약 23cm 두께로 얼어붙은 습지 위를 저벅저벅 걸어가고 있었다.

주로 미국 메인 주 북부 인근에서 60년째 덫으로 동물을 사냥해온 빌 맥코우스키가 얼음 사이로 튀어나와 있는 오리나무 가지들을 가리켰다. 그는 비버들이 첫 한파가 지나면 미루나무를 모으기 시작하고 그 위에 못 먹는 오리나무 가지를 쌓아 올려 미루나무를 얼음 아래로 파묻는다고 설명했다. 그 아래에서 녀석들은 겨우내 미루나무를 먹고 산다. 맥코우스키는 금속 장대로 얼음을 파헤쳤다.

“방금 기포 소리 들었어요?” 또 다른 장소에서 얼음을 깨던 맥코우스키가 물었다. 그는 얼음 구멍을 넓힌 후 뿌연 수면 위로 강철 장치를 건져 올렸다. 커다란 비버의 목에 단단히 조여져 있는 덫이었다. 방금 들린 기포 소리는 녀석이 마지막으로 내쉰 숨소리였다.

“초특급 담요를 건졌네요. 아주 훌륭한 가죽을 지닌 비버예요.” 맥코우스키가 말했다. 그가 계산한 바로 이 비버의 가죽은 기껏해야 25달러 정도에 팔릴 것이다. 하지만 맥코우스키는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과거의 수많은 사냥꾼과 덫사냥꾼들이 그랬듯 만족감을 나타냈다.


콜롬비아의 농장에서 한 일꾼이 목 뒤에 한 번의 칼집을 내 도살한 안경카이만의 가죽을 벗기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동물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은 더 이상 별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한때 ‘모피를 입느니 벌거벗고 다니겠다’라는 구호를 내세운 광고에 등장했던 일류 모델들이 이제는 모피를 입는다. 15~20년 전에는 모피를 “만지는 것을 두려워했던” 패션 디자이너들도 “이 금기를 떨쳐버렸다”고 캐나다 노바스코샤 주의 밍크 농장주 댄 멀렌은 말했다. 오늘날 모피 산업 종사자의 상당수는 모피 사용을 강하게 반대했던 운동가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었다는 점을 순순히 인정한다. 농장주들이 사육하는 동물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피업계의 상황이 변했다고 말한다. 물론 운동가들은 이에 이의를 제기한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모피를 입는 것을 개인 선택의 문제로 간주하는 듯하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죽은 밍크가 표지를 단 채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가죽을 벗기는 기계로 향하고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2016년 9월 호 내용 중]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전자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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