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2016년 9월 호
글·데이비드 돕스 사진·브렌트 스터튼
의학 기술의 발달과 치료법의 확대로 실명을 퇴치하는 일이 더 이상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크리스천 가디노가 태어난 날부터 그의 어머니 엘리자베스는 아들의 눈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안구가 떨리고 갑자기 홱 움직이는가 하면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기 일쑤였다. 한쪽 눈은 안쪽으로 쏠려 있었다. 어머니가 젖을 먹일 때면 크리스천은 어머니를 올려다보지 않고 주변에서 가장 밝은 빛을 응시하곤 했다. 실내에서는 전등에, 야외에서는 햇빛에 시선을 고정했다. 심란한 일이었다.
크리스천을 처음 진찰한 안과의사는 이 가족을 미국 뉴욕에 있는 마운트시나이 병원의 전문의에게 보냈다. 전문의는 작은 전자감지기를 눈에 부착하고 섬광을 터뜨려 망막의 반응을 측정하는 망막전도(ERG) 검사를 실시했다. 건강한 망막이라면 시신경에 전기신호를 보내 ERG 검사기에서 출력되는 결과지에 꺾은 선의 편차가 크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천의 ERG 결과지에는 그런 표시가 없었다. 낙서처럼 희미하게 생기다 만 흔적들뿐이었다.
전문의는 크리스천이 레베르선천성흑암시(LCA)라는 망막 질환을 앓고 있다고 엘리자베스에게 말했다. 그렇잖아도 나쁜 그의 시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일은 결코 없을 터였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크리스천은 세상을 거의 보지 못할 것이고 시각 장애인용 지팡이 사용법을 배우고 나면 항상 그것을 짚고 다닐 처지였다.
2012년 12살의 나이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셰이시각연구소가 운영하는 진료소를 찾았을 당시 크리스천은 지팡이와 어머니의 손길이 필요했다. 하지만 올 1월에 그는 지팡이 없이 연구소 본관을 걸어서 통과했다. 이 10대 소년은 박사들과 의사들, 실험실 기술자들 그리고 나를 앞선 채 농담을 하고 수다를 떨며 복도를 통과했다.
“우와!” 건물의 출구가 가까워지자 그는 소리쳤다. 우리 앞에서 엄청나게 큰 회전문들이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어머니는 약간의 거리를 둔 채 뒤따라가고 있었다. 그는 혼자였다. 크리스천은 걸음을 멈추지도, 잠시 쉬어가지도 않았다. 그는 회전문의 열린 틈새로 차분히 걸어 들어가 그의 뒤에서 유리문 하나가 닫히고 또 다른 유리문이 부드럽게 열려서 앞쪽으로 길을 내는 동안 걷는 속도를 유지했다. 그는 햇빛 속으로 걸어 나갔다.
크리스천은 볼 수 있었다. 빛과 어둠, 강철과 유리 등 전에는 장애물이었던 모든 것이 이제 그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게 믿겨져요?” 몇 분 뒤 엘리자베스가 물었다. 그녀 앞쪽에서 크리스천이 진 베넷과 함께 걷고 있었다. 베넷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실에서 유전물질이 함유된 액체를 만들어 크리스천에게 시력을 찾아준 인물이다. “효과가 아주 빠르게 나타났어요.” 엘리자베스는 말했다. 한쪽 눈을 치료한 지 겨우 사흘 만에 크리스천은 그녀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들이 알게 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자, 이걸 좀 보세요. 기적 같은 일이에요.” 그녀는 도움 없이 걷고 있는 아들을 몸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2016년 9월 호 내용 중]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전자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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