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라티노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7월 호

글 엑토르 토바 사진 칼라 가셰, 이반 카신스


라티노, 미국의 미래를 만들어가다


이스마엘 페르난데스는 미국 아이다호주에 있는 도시 와일더에서 자랐다. 이곳은 인구 1700명에길쭉한 야생 홉과 짤막한 자주개자리 들판으로 둘러싸인 작은 도시다. 페르난데스는 19살의 나이에 시의회 의원으로 당선 됐다. 2015년 처음 의회에 출석한 그는 와일더 시청에 있는 낮은 연단 위로 올라가 다른 네 명의 시의원 옆에 나란히 앉았다. 이때 현장에 있던 지역 언론사 기자가 다른 사람들이 전혀 몰랐던 사실을 눈치챘다. 명패에 적힌 시의원 다섯 명의 이름에 전부 스페인식 성이 있었던 것이다. 이 기사는 곧 미국 전역에서 화젯거리가 됐다. 전체 인구의 82%가 비히스패닉계 백인인 아이다호주에서 사상 최초로 히스패닉계 출신들이 시의회 의석을 전부 가져간 것이다.


마리아치 네그레테가 캘리포니아주 컴튼에서 열린 생일잔치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멕시코에서 건너온 농장 일꾼인 부모님 밑에서 1996년에 태어났다. 그는 사람들에게 ‘라티노’라고 불리며 자랐다. 20세기 말부터 널리 사용된 이 용어는 쿠바와 과테말라 출신의 이민자, 푸에르토리코와 페루에 뿌리를 둔 미국 출생의 시민 등 다양한 히스패닉계 민족을 총칭하는 단어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20세기 후반 농장에서 일하기 위해 아이다호주 와일더로 이민을 온 라티노들은 현재 와일더 인구의 76%를 차지한다.


“와일더는 작은 도시입니다. 조용한 곳이죠. 아침 일찍이든, 저녁 늦게든 사방으로 넓은 밭과 일꾼들을 볼 수 있어요. 라티노가 많고 그중에서도 멕시코인들의 후손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페르난데스는 와일더를 방문한 외부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미국의 다른 도시도 날마다 와일더와 조금씩 비슷해지고 있다. 미국에서 라티노 인구는 1970년 이후 여섯 배 증가해 2016년에는 574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인구조사국 통계에 의하면 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8%를 차지하는 수치다. 이곳의 토박이들이 한 세대 전과 비교해 동네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하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그 원인은 라티노가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그들을 말한다. 라티노들은 미국 인구 집단의 변화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라우라 세르메뇨가 출산 후 친척 집에서 40일 동안 보살핌을 받으며 몸을 회복하는 기간인 ‘쿠아렌테나’가 끝난 것을 아들과 함께 축하하고 있다.




라티노 인구의 증가로 21세기 중반이면 미국은 ‘소수 민족이 과반수를 이루는’ 국가가 될 것이다. 급격한 인구 집단의 재편으로 미국 사회에는 분노와 갈등이 빚어졌고 기회주의적인 정치인과 논평가들은 미국의 인구 집단이 다양해지면서 백인이 피해를 보는 것처럼 묘사해 이 현상을 부채질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이런 현상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라티노를 거친 조직 폭력배, 영어를 배우는 데는 관심이 없고 일자리만 뺏어가는 도둑, 불법으로 미국으로 넘어와 아이들을 낳고 시민권자인 아이를 내세워 눌러앉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이민자들에 대한 거부감은 보수층을 집결시켜 트럼프가 대통령이되는 데 일조했다. 미국의 불법 이민자 1100만여 명 중 대부분이 라티노다.

와일더에 사는 라티노 대부분은 백인 이웃과 계속 잘 지내왔으며 2016년 트럼프가 당선된 후에도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한다. 멕시코 출신의 이민자들이 없으면 농업 중심인 이곳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와일더에서 환영을 받는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8년 7월 호 중]



http://www.natgeokorea.com/magazine/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위기에 처한 바닷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