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은 한평생 조국의 독립과 민족 부흥을 위해 헌신한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서거한지 88주기가 되는 날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일평생 정직을 개인의 덕목을 넘어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가치로 강조했다. 도산은 나라 없는 시대를 살았지만 국가의 흥망은 제도 이전에 사람의 태도, 그중에서도 정직에서 출발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 특히 정치권을 둘러싼 현실을 보면 이 가치는 상실된 것처럼 허망하기만 하다. 어른들도 이런데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이 보기엔 이 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도산은 정직을 단순히 거짓말 하지 않는 소극적 태도로 보지 않았다. 그는 정직이 무너지면 공동체의 신뢰가 붕괴되고 민주주의 역시 껍데기만 남게 된다고 강조하며 정직을 모든 도덕의 기초로 여겼다.
실제로 도산은 “나라의 힘은 군사나 재물에 있지 않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격에 있다”고 강조하며 독립 이후의 조국이 부패한 사회가 되는 것을 누구보다 경계했다.
"독립 이후의 조국이 부정부패와 거짓 위에 세워진다면 진정한 민주 국가가 될 수 없다"
이러한 철학은 젊은 인재를 기르는 흥사단 운동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도산은 청년들에게 애국심과 더불어 정직과 책임을 요구하며 흥사단이 단순한 독립운동단체가 아니라 정직·책임·봉사를 핵심 가치로 한 인격 수양 운동을 병행한 단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독립 이후의 조국이 부정부패와 거짓 위에 세워진다면 진정한 민주 국가가 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된다.
작은 거짓을 허용하는 순간 큰 부패는 필연적으로 따라온다는 것이 도산의 신념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정치 현실은 도산의 기준에서 보면 깊은 성찰이 필요한 상황임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2024년 12월 3일 발생한 불법 비상계엄 이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 된 이후 관련자들의 재판 과정을 보면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기는 커녕 거짓으로 일관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정치권을 둘러싼 각종 공천 비리와 도덕성 논란도 특정 정당이나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정치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의 허위·과장 발언, 이해충돌 논란, 권한을 이용한 특혜 의혹, 책임을 회피하는 거짓 해명은 국민주권 정부 출점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비리가 드러난 뒤에도 진정성 있는 사과나 책임 있는 사퇴보다 진실 게임을 벌이고 법적 책임만을 따지는 태도가 우선되는 모습 역시 시민들의 정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정직은 강요나 처벌로만 실현할 수 없으며 지도자의 솔선수범과 시민의 자각이 함께 가야
정직의 위기는 정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성과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쟁 문화,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인식, 걸리지 않으면 괜찮다는 사회적 관용은 거짓과 부패를 일상화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학교와 사회에서 정직과 공정의 가치를 배우는 청소년들은 일상회되고 반복적인 뉴스를 통해 정반대의 모습을 접한다. 거짓 해명에도 자리를 지키는 정치인, 책임보다 진영 논리가 앞서는 정당의 태도는 정직해도 손해만 본다는 왜곡된 메시지를 사회 전체에 전달할 우려가 크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오늘을 살았다면 아마도 법과 제도의 미비보다 사람들의 태도를 먼저 물었을 것이라 단언한다. 도산은 정직을 강요나 처벌로만 실현할 수 없으며 지도자의 솔선수범과 시민의 자각이 함께 가야 한다고 주창했다. 지도자가 거짓을 말해도 아무 일 없이 넘어가는 사회에서는 정직을 가르칠 도덕 교과서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정직한 사회는 이상적 구호가 아니다. 투명한 정보 공개, 이해충돌을 막는 제도, 책임 있는 정치 문화와 함께 “거짓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작동할 때 가능하다. 도산 선생이 강조했던 정직은 과거 독립운동의 덕목이 아니라 오늘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소 조건이다.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곳곳의 거짓과 부패가 반복되는 우리 사회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질문은 더 또렷해진다. 정치권은 과연 정직한 사회를 만들 의지가 있는가. 그리고 그 정직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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