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고양이 러버콘 살해사건 범인 '집행유예' 선고에 동물자유연대 반발
지난 6월 27일 밤 11시 57분경 인천 중구 신흥동에서 길고양이 한마리가 한 남성에 의해 안전고깔(러버콘)에 감금당한 채 무참히 폭행당해 살해당한 일이 있었다. 동네 주민들이 지어 준 고양이 이름은 삼색이였다.
삼색이의 목덜미를 잡은 이 남성은 러버콘에 넣어 감금한 채 맨손으로 가격하고 수차례 짓밟았다. 이 장면은 인근 CCTV에 그대로 담겼다.
삼색이의 사체는 다음날 인근 화단에서 발견됐다. 경찰에 체포된 이 남성은 범행 동기에 대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고양이가 손을 할퀴어서 그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사건이 알려지자 고양이 학대에 대한 공분이 일었다. 사람을 보며 꼬리를 치켜세우고 반갑게 다가가던 고양이가 불과 5분 만에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등장했고 시민 2만여 명이 참여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지난 8월 6일 이 남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이를 넘겨받아 11월 12일 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인천지방법원, 피고인에게 집행유예 2년 선고... 동물자유연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하지만 인천지방법원이 12월 10일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 동물학대방지 예방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한 사실이 알려지자 동물단체들이 "아무 죄 없는 생명을 극도로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한 범죄에 비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지나치게 가벼운 판결"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동물자유연대는 16일 성명을 내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인천지방법원을 향해 "잔혹한 동물학대 범죄를 외면한 인천지방법원 재판부의 무책임한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는 "본인과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길고양이를 붙잡아 러버콘으로 감금한 뒤 주먹으로 수차례 전력을 다해 폭행했고 라이터를 이용해 방화를 시도했으며, 자신의 체중을 실어 짓눌러 결국 고양이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후 사체를 들고 기념사진까지 촬영했다. 이는 미필적 고의를 넘어선 명백하고 의도적인 잔혹 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동물자유연대 "담당 검사실의 항소 제기를 강력히 요청한다"
동물자유연대는 특히 이번 판결이 올해 7월 시행된 동물보호법 위반 범죄 양형기준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결정이라며 "인천지방법원이 그간 판사별·재판부별로 제각각이던 동물학대 판결을 바로잡고 생명 보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반영하기 위해 어렵게 마련된 기준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규탄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올해 초 동물을 죽이면 징역 4월~1년 또는 벌금 300만~1200만 원을 기본 양형으로 하고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면 징역 2월~10월 또는 벌금 100만~1000만 원을 기본 양형으로 권고하는 양형기준 초안을 마련해 7월부터 시행됐다. 이 기준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특별 가중 인자가 많아 권고 형량 범위의 상한을 절반까지 가중하게 되면 동물보호법에 규정된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까지도 가중될 수 있다.
피고인은 사실상 즉각적인 자유가 허용됐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선고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담당 검사실의 항소 제기를 강력히 요청한다"며 상급심에서 정의로운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