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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용품

놀이가 아닌 스포츠로서의 탁구

by 느곰씨 오만가치

탁구대와 탁구라켓과 공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만날 수 있다. 탁구라는 종목이 당구대만큼 좁은 공간만 있으면 되고 (제대로 치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만) 꽤나 건전해 보이는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탁구는 레포츠보다는 놀이로 인식되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탁구 규칙을 꼼꼼히 따지면 노는데 뭘 그렇게 빡빡하게 구냐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길이 2.74m, 너비 1.525m 인 탁구대는 매소나이트 재질 혹은 유사한 재질로 만들어진다. 표면은 마찰력이 적어지도록 코딩을 하게 된다. 탁구대에는 높이 규정도 있는데 바닥으로부터 76cm여야 한다. 애석하게도 어린선수에게도 같은 규칙이 적용된다. 그래서 어린 선수들은 어른과 다르게 라켓을 높이 들고 경기하게 된다. 주니어는 주니어에 맞는 높이를 두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탁구대의 재질과 코팅의 차이 때문에 탁구공이 바운드되는 궤적이 달라지기도 해서 탁구선수들은 참가 대회에서 선정한 제품으로 훈련을 하게 된다. 탁구대 색은 녹색 혹은 파란색만을 허용하고 있는데 아마 공을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탁구 유니폼에도 흰색의 15% 이내여야 한다는 제한이 있다. 주황색 공을 쓸 때에는 상관이 없을 듯한데, 탁구인들 사이에서 주황색 공은 놀이용이라는 인식이 있는지 대부분 흰색 공을 쓴다.


유니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탁구 유니폼은 유혹 화려한 제품들이 많다. 한때 아디다스가 꽤나 정숙한 유니폼을 선보여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탁구장까지 입고 가는 유니폼이 유독 튀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기 때문이고 예쁜 것을 입고 싶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일 거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화려한 유니폼은 출시된다. 아무래도 가까이서 경기하기 때문에 상대의 시야를 흐트러뜨리는 효과가 있는 듯하다. 승리에 대한 열망은 부끄러움도 잊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탁구채라고 부르는 것은 목판인 '블레이드'와 고무인 '러버'를 접착제로 붙인 것이다.


블레이드는 5만 원 선부터 백만 원이 넘는 특주까지 다양하다. 블레이드는 두께의 85%에 나무를 써야 하고 내부에는 카본이나 유리 섬유 등과 같은 섬유 소재, 압축 용지 등을 넣을 수 있지만 전체 두께의 7.5% 또는 0.35mm를 초과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다. 그리고 타공과 같은 처리를 해서도 안된다. 결국 나무와 접착제 특수소재로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블레이드는 나무의 결수에 따라 5겹, 7겹, 9겹과 합판 등으로 불리며 특수 소재의 추가에 따라 5 + 2 겹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중심층에 두텁고 가벼운 판을 넣는 게 보통이며 양쪽에 대칭되게 소재를 덧대기 때문에 홀수로 이뤄진 블레이드가 대부분이다. 양쪽에 다른 소재를 쓰는 특수한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목재의 뒤틀림으로 인해 쓰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공링후이 특주가 그랬다고 하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공링후이 라켓은 양쪽 동일한 구성을 가진다.


1950년대 이전의 러버는 핌플이 바깥으로 향한 스펀지 없는 타입이었다. 초기 탁구에는 나무판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코르크를 붙여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영국의 Goode라는 사람이 잔돈 받는 그릇에 쓰이던 돌기가 있는 고무판을 붙여 우승한 것이 오소독스(OX) 러버의 시작이었다. 그 뒤로 스펀지가 생기고 돌기가 안쪽으로 향하는 핌플-인 러버가 대세가 되었다.


현재 탁구의 러버는 핌플이 바깥을 향하고 있는 핌플 아웃 러버와 안쪽을 향하고 있는 핌플 인 러버로 구분 지을 수 있다. 핌플 아웃 러버는 그 길이에 따라 롱 핌플, 미디엄 핌플, 숏 핌플로 나뉜다. 롱 핌플의 경우에는 구질의 변화를 추구하거나 상대의 회전을 이용하는 커트 주전형들이 주로 사용한다. 미디엄 핌플이나 숏 핌플의 경우에는 상대의 회전에 영향을 덜 받으면서 빠른 타이밍에 공격하는 전진 속공형들이 주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공격적인 수비수들도 숏핌플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래도 탁구의 꽃은 드라이브라서 대부분의 선수가 핌플 인 러버를 사용한다. 드라이브는 공에 회전을 주어 안정적으로 리턴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랠리가 드라이브로 이뤄진다. 하지만 여기에도 특별한 변종이 있는데 바로 안티 스핀 러버다. 스펀지를 가지고 있지만 댐퍼 역할을 하는 스펀지는 상대의 파워를 죽이고 미끄러지는 듯한 표면을 가진 러버는 상대의 회전을 그대로 돌려준다. 현재는 수요가 거의 없지만 희소성이 높은 용품이라 상대가 당황할 가능성이 높다.


러버의 두께는 접착제를 포함해서 4mm를 넘어서는 안된다. 러버는 블레이드보다 크게 부착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앞뒷면의 색깔은 달라야 한다. 러버의 종류가 많은 만큼 상대방의 용품을 색깔로 구분하기 위해서다. 그 외에도 자잘한 규칙들이 많지만 생략하기로 한다.


테니스와 마찬가지로 탁구 또한 랠리를 길게 가져가 다이내믹함으로 관중을 유도하려고 했다. 현재 공의 공의 크기는 40mm가 되었다. 셀룰로이드 소재였던 공은 화재 사건으로 인해 ABS타입으로 변경되었다. 서비스 게임을 줄이기 위해 서비스는 상대방이 볼 수 있도록 오픈 서비스를 하도록 규정이 변경되었다. 러버의 성능을 상승시키는 스피드 글루는 인체 유해 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 금지 되었다.


마지막 문장은 가장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다. 규정이 바뀌기 전에 탁구를 배웠다는 이유로 오픈 서비스를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좋다는 이유로 스피드 글루를 보란 듯이 경기장에서 바르는 사람들도 있다. 탁구가 레포츠로서 인정받으려면 규칙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승리를 위해 도핑하는 선수들과 무엇이 다를까 스스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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