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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탁구 입문

레슨 시작

by 느곰씨 오만가치

회사에서 탁구를 계속 치다 보니 더 잘 치고 싶어졌다. 그래도 동아리 활동도 했는데 잘 치고 싶었다. 그리고 탁구에 대한 욕구도 스멀스멀 올라왔다.


회사 근처에 탁구장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바로 앞까지 갔는데 철문으로 닫혀 있었다. 어떤 분위기인지 살짝 엿보고 들어가고 싶었는데 문을 열자마자 주목받을 것 같아서 차마 열지 못했다. 괜히 발을 들여놨다가 마음에 들지도 않는데 나오질 못할 것 같아 무서웠다. 나는 심각한 I가 맞나 보다.


그러고 며칠이 지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탁구장이라는 간판을 발견했다. 바로 집 앞에 있었는데 알아채지 못하다니! 괜히 반가운 마음에 기분이 업되었다. 운동을 핑계 삼아 아내에게 탁구장에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퇴근 후 탁구장으로 향해서 10시가 가까워지면 집으로 돌아왔다. 주말을 빼고 계속 다니니 아내의 눈치가 보인다. 회사에서도 늦게 오는데 같이 있을 시간이 몇 시간이 채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내는 즐거운 거 하라며 별 말은 하지 않았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트레이닝 복에 농구화를 신고 탁구장으로 향했다. 두 번이나 분실하고도 다시 산 프리모라츠 카본을 들고 탁구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유리문이었고 경쾌한 탁구공 소리가 연신 나니 기분이 점점 좋아졌다. 뻘쭘하게 들어서니 회원들이 나를 쳐다본다. 탁구를 치고 싶어 왔다고 했고 관장님과 몇 마디 나누고 레슨을 받기로 했다. 그리고 마음의 준비도 없는 상태로 레슨을 시작했다.


학교 다닐 때 조금 배웠다고 하니 포핸드 롱을 시켜 보시더니 냅따 풋웍을 섞는다. 풋웍은 탁구에서 공을 치기 위한 스텝을 밟는 연습이다. 끊임없이 뛰어야 한다. 15분 남짓한 레슨이지만 그동안 운동을 안 했기 때문에 숨이 금방 턱밑까지 찬다. 헥헥거리니 체력이 너무 약해라고 관장님이 말을 한다. 하지만 풋웍이라는 녀석은 쉽게 익숙해지는 게 아니다.


그렇게 벌써 2주가 지났다. 동아리 때 배운 것들이 쓸만했는지 나의 진도는 꽤 빠르게 나갔다. 드라이브와 풋웍을 섞는 단계까지 와 있다. 그리고 매일 같이 체력이 약하다고 지적받았다.


아니! 그렇게 뛰고 안 힘들면 그게 선수지 사람인가.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이 지긋한 분이 끊임없이 뛰면서 레슨을 받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 밖에 올 수 없어 40분가량을 한 번에 받으시는데도 지침이 없다. 알고 보니 소방대원이라고 하셨다. 그제야 그 체력이 수긍이 갔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레슨이 끝나면 숨을 진정시키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걸어서 들어갔다가 기어서 나온다는 우스개 소리가 현실이었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괜찮아졌다. 드라이브와 풋웍이 섞는 것은 포핸드 롱과 풋웍을 섞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레슨을 마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할 뿐이다.


드라이브를 배우고 나서는 스매싱이 나빠졌다. 스매싱은 공을 때리는 것이고 드라이브는 공을 거는 것이기 때문에 타격법이 다르다. 확실하게 뜨지 않으면 약간이라도 회전을 걸어주는 것이 안정적인 편이다. 그래도 주 무기였던 스매싱이 잘 안 되니 의기소침해진다.


포핸드 자세가 망가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거울 앞에 섰다. 피곤해서 그런 건지 나쁜 버릇이 생긴 건지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스윙을 끝까지 하지 않는 점, 테이크 백이 늦어지는 점을 발견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발'이 문제인 것 같다. 레슨 때야 정해진 규칙대로 공이 오기 때문에 여유가 있지만 게임은 다르다. 항상 리듬을 타고 있어야 하는 발이 멈추게 되면 아무래도 따라가기 힘들게 된다. 최근에 피로누적으로 인해 리듬을 타지 않은 것이 이유인 것 같다.


줄넘기를 해야 하나라고 잠깐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라도 탁구장에 안 가면 불안한 기분이 드는데 어떻게 쉴지 걱정이다. 마치 핸드폰을 집에 두고 온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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