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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Dec 20. 2023

브런치에 대해 다시 고민 중

브런치 널 어떻게 해야 하니?

  카톡으로 날아든 메시지에는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이 선정되었다고 적혀 있다. 일하다 슬쩍 보며 일 년이 다 갔음을 느꼈다. 많이 쓰고 공모전에도 도전해 보자는 것이 올해 목표였지만 브런치북에 도전했으니 목표는 달성한 것일까? 열심히 하지 않았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괜히 언짢다.


  처음에는 꽤나 솔직하게 적었다. 에세이는 진정성이 중요하다나 뭐라나. 그런데 솔직함이란 마음의 솔직함을 얘기하는 거지 신변잡기를 얘기하는 것은 아닌 듯했다. 괜히 신상 정보만 주절주절 했던 것 같다. 친구의 조언을 따라 글을 전부 걷어들여 새로 발행했다. 옛날 생각이 나서 괜히 추억 돋았다. 회사 분위기가 엉망이라 예전 생각이 계속 난다. 옛날 생각 자꾸 나면 망한 거라는 데... 첫 번째 직장이었고 마지막 직장이 되었으면 했는데 어쩌면 인생 2막을 시작하기 전에 다른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처음 적을 땐 욕심이 없었다. 소설을 쓰자니 뭔가 계속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설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계속 비문학을 읽게 된다. 과학과 역사. 문학도 종종 읽지만 파고들만큼 읽지는 않았다. 소설보다 비문학 쪽 책을 써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실제로도 <총균쇠> 리뷰를 하려고 벽돌 같은 역사책만 열 권 가까이 읽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기획 중이라고만 해야겠다.


  그러면서 작법 연습은 해야 할 것 같아서 에세이를 썼다. 내 얘기니까 내 일기장 들춰보는 재미가 있었다. 의식하려 하지는 않았지만 부장의 '라떼' 이야기가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편집자 눈에는 새로운 콘셉트나 아이디어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책은 내가 기획해야 하지만 우선 쓰는 게 먼저라는 생각에 아이디어를 계속 뒤로 미뤘다. 


  두 번을 고쳤으니까 꽤나 공을 들인 건 사실이다. (재미가 없을 뿐) 고쳐 쓰면 글이 좋아지는구나라는 경험을 한 게 좋았다. 그걸로 만족해야지. 제목은 조금 더 어그로가 필요한 것 같았다. 글 연습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제목을 대충 달았던 것 같다. 일단 클릭을 유도해야 읽든지 말든지 할 거니까. 그러니까 이번 브런치북은 기대하지 않는 게 맞다.


  그래도 예의 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글을 놔뒀다. 그리고 오늘 전부 거둬들였다. 브런치라는 공간은 광고 배너를 붙일 수도 없고 크리에이터 딱지를 얻어야 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여서 사실 고민이 된다. 브런치 작가만 되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막상 일 년 정도 해보니 브런치 자체도 기획이 필요한 듯하다. 그리고 이번에 만들어진 크리에이터 제도는 그것을 더욱 부추기는 듯하다. 


  하나만 해라!


  그래서 사실 고민이 좀 된다. 우선 에세이는 전부 거뒀다.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맞게 일관성 있는 글쓰기가 필요할 듯해서 그 부분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야겠다. 연말이라 조직 개편이라 부산스럽다. 뭔가 새로운 일을 맡을 것 같아서 따로 공부도 하고 있어 시간 쪼개기가 더 어렵게 되었다.


  인생도 하나만 해야 하나.


  새해에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발행 속도를 늦추더라도 일관된 주제의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그리고 ebook도 함께 발행해야겠다. 새해가 얼마나 더 바빠질지 모르겠지만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라도 조금씩이라도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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