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곰씨 오만가치 Jun 04. 2024

나의 역사를 쓴다는 것

에세이리스트가 된다는 것

  돈을 벌어야 된다는 강박 때문일까. 표현하고자 하는 영혼의 폭발일까. 


  지금 한국은 여전히 '쓰기 열풍'이다. 그 속에는 에세이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에세이는 원래도 많이 출판되었지만 최근에는 너무 많이 발행된다는 느낌이 있을 정도다. 에세이는 그 자체로 서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적다 보면 꾸러미를 만들 수 있기에 쉽게 접근이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일기보다는 덜 비밀스럽지만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자신의 이야기랄까.


  나는 사실 에세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에 수필이라고 불리던 에세이와 다르게 요즘 에세이는 신변잡기가 많고 독자를 위한 다기보다는 자신을 위해 쓴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자기 계발에 집중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에세이가 그렇게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힘들게 사는 인생에 숨의 환기 정도로 읽었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 다치바나 다카시


  우연히 만난 다치바나 다카시 교수의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이란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지인이 강추하는 책이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의 삶을 기록하는 방법이라는 부제를 가진 책이었다. 구매만 해두고 읽어보지 못하다가 시간이 조금 지난 뒤 읽을 수 있었다.


  다카시 교수가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모은 이 책은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간단한 설명과 함께 참가자들의 글을 소개한다. 다카시 교수는 개인의 역사는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세계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역사가 모이면 방대한 세계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은 개인에게도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내 인생은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에 답하는 건 쉽지 않다. 너무나 추상적이고 애매해서 그리 간단하게 답할 수 없다. 그럼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것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인생이란 이 세상에 태어난 한 사람에게 시시각각 일어나는 '일련의 사상의 흐름'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다 보면 내 인생은 무엇이었는지 답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에세이를 적을 수 있다는 건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인생에 관심을 보이고 활자로 표현하는 일이다. 그것은 자신이 제대로 살아왔다는 자신감일 수도 있고 잘 살아냈다고 하는 위로가 될 수도 있다. 내 안의 나를 끄집어내어 독자들에게 내보여 자랑하거나 위로받는 일, 혹은 그런 공감으로 상대를 위로할 수 있는 일. 그것이 에세이의 역할이 된다.


  자서전과 에세이는 분명 다를 거라 생각한다. 에세이는 자서전의 단편을 떼어내어 하나의 주제에 맞게 서술하는 것이다. 자서전이든 에세이든 분명 자기만의 스토리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진솔해야 한다. 인생 2막 앞에 서 있는 나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사회에 나와서 나는 어떤 내가 되었는지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전 14화 글쓰는 거, 그냥 하는 거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