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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May 31. 2024

글쓰는 거, 그냥 하는 거지

고슴도치의 세상 나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부터 나는 늘 뾰쪽한 사람이었다. 아마 그전부터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뾰족한 가시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고슴도치 같다고 할까.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원하지 않는 권유를 받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거절을 잘 못할 것을 알았기에 더 뾰족했던 거 같다. 나는 상처받고 싶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겁 많은 사람 같다.


  언젠가 글을 쓰는 게 쓸데없는 짓 같이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글 쓰는 게 귀찮은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글은 썼는데 'Send' 버튼을 누르지 않는 일이 많았다.


에이, 뭘 이런 얘기하면 피곤하기만 하지

  그러곤 뒤로 가기를 눌렀다. 나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귀차니즘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공격적인 댓글도 싫었다. 


  한 동안 카페 운영진을 했었다. 카페의 주인은 있었지만 그의 비전이 좋아서 열심히 활동했다. 의견도 많이 냈다. 하지만 그곳도 회사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결정권은 결국 권력에 의해 기울었다. 나는 늘 반대하는 사람이었고 문제도 그렇게 생겼다.


출처 : 나무위키


  그렇게 반대했는데 결국 저지러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운영진이었기에 책임을 함께 져야 했다.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라고 간단히 생각할 수 없었다. 내가 동의하지 않은 일 때문에 내가 사과해야 했고 내가 비난받아야 했다. 


  아마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 누군가를 챙기는 글이나 댓글을 잘 쓰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그동안 상처가 나를 지배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글 쓰는 일을 하지 않으면 생각이 얕아지는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은 지식만 익히면 되니까 더욱 편협해진다. 철학적 생각은 필요 없다. 기술이라는 건 지혜와는 다르니까. 그러다 보면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은 약해진다. 상식이 얕아지고 논쟁을 기피하게 된다. 내가 믿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잘 안된다.


  다시 글을 열심히 적고 있다. 사실 남들이 내 얘기에 그렇게까지 집중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세상 사람 대부분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기 바쁘기 때문이다. 그런 소리들 중에 끼여 고함 한 번 쳐본다고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쓴다. 


  마음은 예전보다 단단해진 것 같은데.. 귀찮은 건 해결이 안 된다. 천성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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