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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Nov 09. 2023

쓰고 싶은 것, 읽고 싶은 것

읽히고 싶다면 독자가 읽고 싶은 글을 써야지

  처음에는 소설을 쓰려했다. SF가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인문과 사회로 독서가 틀어져 버렸다. 


  왜?


  독서를 시작한 이유를 돌아보면 사실 글을 쓰기 위한 건 아니었다. 커피를 마시다가 불쑥 회식 중에 불쑥 나오는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말이 맞지 않음에도 제대로 반박 할 수 없었다. 직급으로 찍어 눌렸지만 그래도 발악 정도는 해보고 싶었다. 논리 정연하게 얘기하면 적어도 시비같이 말을 걸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쉬운 방법이 있었다. 그런 자리에 안 가면 되었다. 


  논쟁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걸 <개소리에 대하여>라는 책을 읽고 나서 알았다. 어떤 논리로도 그들을 설득할 수 없다. 그들의 말 자체에 논리가 없기 때문에 논리로 반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냥 같은 얘기만 계속해서 할 뿐이다. 그래서 피하는 게 최선이었다. 그래도 사회적 관심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해가 가지 않으면 책을 샀다. 얼마 전 홍범도 장군을 비롯해서 독립 영웅을 무시하는 일이 생겼을 때에도 책을 사고 또 읽었다. <홍범도 장군> 뿐만 아니라 <러시아 혁명사>도 샀다. 빨갱이의 기원이 되는 파르티잔에 대해서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폭격한느 모습을 보고는 <중동 전쟁>이라는 책을 샀다. 글을 쓰고 싶었는데 나의 독서는 점점 사회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래도 뭔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쓸려고 하니 결국 내 얘기밖에 쓸게 없었다. 그래서 회사 생활 얘기를 썼다. 인정받기 위해서 살았던 삶에 재미라고는 그다지 존재하지 않았다. 나만 아는 얘기 다른 사람들 읽고 싶을까 싶었다. (사실 나도 시시콜콜한 얘기를 즐겨 읽지 않는다) 그렇다고 보기 드문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래도 뭔가를 써야겠다는 생각에 썼다. 


  가만히 보면 우리나라에서 독서를 가장 많이 하는 사람들은 40대 여성들이다. 에세이가 가장 많이 출판되고 또 가장 많이 읽힌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다. 그리고 유독 여성 작가가 많은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여성만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이 분명 있을 거다. 그렇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그녀들의 코드를 맞추는 건 더 힘들 것 같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창작의 날씨>에 에세이 한 편을 올려 봤다. 원래도 조회수가 잘 나오지 않는 플랫폼이지만 만 하루동안 한 번의 클릭도 없었다는 건 무언가 변화가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제목에서 어그로를 끌지 못한 점이 가장 클 테지만 평범한 직장인의 이야기를 굳이 시간 들여가며 읽을까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마침 <프랑수아즈 사강>의 에세이를 읽었다. 워낙 유명한 작가지만 나와는 초면이다. 작품을 만난 적이 없는 작가의 에세이는 그렇게까지 마음을 움직이지는 않았다. 말미에 각 잡고 쓴 듯한 문장에서 '역시 프로 작가다'라는 느낌은 들었지만 공감이 되거나 반하거나 감동받지 않았다. 프로 작가의 이야기 또한 이런데 나의 에세이가 특별할 수 없다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의 이야기는 나와 내 주변 사람에게만 특별한 것이다.


  결국 나를 알리는 일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가슴 절절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꽃길만 걸었던 사람도 아니다. 내 인생에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포인트는 없다. 그러면 결국 나라는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강원국 작가의 글쓰기 강연에서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읽고 싶게 만드는 작가'가 되는 거라 했다. 인간적으로 서로 얽히게 되면 자연스럽게 궁금해질 거다. 에세이 말고 다른 걸 먼저 해야 한다는 걸 얼마 전부터 느끼고 있다.


  대중적이지 않은 걸 좋아하는 나지만 그래서 구하고 싶은 책들도 대부분 절판이 되곤 했지만 적어도 글로 소득을 추구한다면 대중적인 것에 소홀하면 안 된다는 걸 안다. 금수저도 아니고 굶어 죽어도 문학적 신념을 지키려는 사람도 아니다. 평범하게 좋은 거 하며 살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에 대중적이어야 한다. 잘 팔리는 것 같은 것을 팔아야 한다.


  이제는 사업으로서의 글쓰기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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