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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Aug 18. 2023

취미로서의 글쓰기

나를 위로하는 시간

  글을 쓴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꽤나 곤욕스러운 일 일수 있지만 나에게는 그렇게까지 저항감이 있지는 않다. 오히려 글을 쓰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불안정한 생활을 담보하는 듯했기에 또 다른 즐거움인 공학을 업으로 삼았다. 꽤나 힘든 일이기도 했지만 일 자체가 주는 기쁨이 있었다. 고됨 뒤에 따라오는 짜릿함에 중독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글쓰기와 출판의 꿈은 늘 가지고 있었고 공학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한때는 사진을 찍으며 코멘트를 다는 행복을 누렸고 탁구를 배울 때에는 <레슨일지>를 적었다. 덕분에 작은 사진 공모전에서도 입상하고 탁구업체로부터 서포터도 받았다. 글을 쓴다는 혜택을 톡톡히 맛보며 살아왔다. 글을 쓴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일에 질렸다기보다는 회사에 질렸을 무렵, 글을 쓰며 사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업 작가의 불안정성을 많이 들어 한참 돈 들어갈 것이 많은 지금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 다 키워놓고 직장도 마땅치 않게 되면 그땐 아내와 둘이 소소하게 살아갈 정도는 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밥벌이에 별로 도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책까지 모두 섭렵하기 시작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니 느낀 점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남기는 김에 돈을 벌면 더 좋지 않을까란 생각에 블로그도 열었다. 그렇게 북로그, 북스타그램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말하는 걸 즐기지도 잘하지도 못하는 나지만 북튜버도 꿈꾸게 되었다. 번뜩 생각나는 상호도 생각나 출판사 등록도 했다. 사실 직장인 중복 취업 금지라는 게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괜찮겠지. 아직은 회사가 나를 꽤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오만한 자신감...)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 일상이 되다 보니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해 주는 일도 많아졌다. 한동안은 그게 너무 신나서 무리해서라도 받아서 읽었지만 생각보다 좋은 책을 만나는 게 쉽지는 않았다. (물론 좋은 책은 스스로 이벤트에 줄 서기도 했다) 내 글을 쓰기 위해서 출판사에서 제공해 주는 책에 대해 반려하는 일이 많아졌다. 프로가 되려면 역시 <돈이 되는 글쓰기>를 해야 하니까. 그리고 프로가 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책을 읽을 때에는 세상에 왜 이렇게 많은 에세이가 나올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공학도 같은 습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남 일에 관심 없는 INFP라 그런 듯) 에세이를 읽으면 내 감정이 소비되고 내가 힘들어질 뿐 남는 게 그렇게 많지 않았다. 에세이를 읽더라도 전문직종 종사자나 문학가의 에세이를 주로 읽게 되었다. 근데 막상 글을 써보려고 하니 에세이부터 써지게 된다. 일기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에세이니까.


  소설가들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꽤 시간이 지난 뒤에 쓰는 경향이 있지만 작가의 삶을 살지 않은 사람에게 에세이는 가장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삶 그 자체가 서사고 플롯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며 이런저런 글쓰기 연습을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나도 나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적게 되었다. 


  글쓰기가 위로가 된다는 말은 직접 써 내려가면서 알게 되었다.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뒷다마를 까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과 많이 닮아 있다. 글쓰기는 고상한 뒷다마다. 예쁜 감정 쓰레기통이기도 하다. 소심한 나는 글에 마구 쏟아내면 마음이 조금 진정된다. 그러면서 내 행동에 대해 복기도 해본다. 그때 나는 그런 행동을 한 게 옳았을까. 이렇게 사는 건 괜찮은 걸까. 꽤 힘들었던 최근 몇 달을 잘 견뎌내고 있다.


  예쁜 사랑은 추억이 되지만 쓰레기는 영감을 준다. 어쩌면 쓰레기 같았던 기억은 나에게 돈을 벌어다 줄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많은 에세이들이 고통을 승화시켜 베스트셀러가 되곤 하니까. 그래도 회사의 부조리함만을 널어놓은 글을 적을 때면 누워서 침 뱉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내 아버지 욕은 나만 할 수 있는 것과 같지만 그래도 항상 좋은 기억 속에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다. 


  프로는 작가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닌 대중이 원하는 글을 써야 한다고 한다. 아직은 그 정도의 수준은 아닌 듯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글로 옮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 속도를 내면 프로의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 취미로서의 글쓰기는 직업으로서의 글쓰기가 될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직업으로서 글쓰기를 하게 되더라도 '취미로서의 글쓰기'는 잊지 말아야 할 듯하다. 글로 나를 위로할 수 없으면 다른 이도 위로할 수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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