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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Dec 22. 2023

지금 다시 팀장

다가 올 새해의 예견된 수난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조직을 정리해 보자"

  

  의욕이 넘치는지 악으로 버텨내고 있는지 모를 상사가 언제나 희망을 놓지 않으며 하는 말이다. 회사 분위기는 점점 안 좋아지고 많은 사람이 떠났고 남은 사람은 무기력하다. 하루종일 앉아서 뭘 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어수선하다. 어떤 아이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르겠다. 여기저기 돈, 돈, 돈 거리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바보야, 중요한 건 사람이야'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시스템이 좋고 말고를 떠나서 어차피 사람이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사람이면 더 좋고 당장 쓸 수 있는 사람이면 금상첨화다. 잘못 휘두른 칼자루에 많은 사람이 떠났다. 그 속에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도 있었고 묵묵하게 일 잘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 보는 눈 없는 사람에게 사람 복이 있을 리 없지.


  "지금, 올인해서 성공해도 문제예요. 누가 할 건데? 사람이 없는데..."


  솔직히 말하면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수없이 떠나간 사람의 자리에는 다른 사람들로 채워졌다. 숙련자를 자르고 초심자가 들어왔다는 사실만 다를 뿐이다. 이럴 거면 왜 잘랐나. 실력 있는 사람이 없다. 머릿수가 많으니까 "사람 많구먼"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거다. 돈에만 관심 있지 사람이 어떤지는 관심이 없다. 하긴 인재가 푸대접을 받으며 올리가 없지. 게다가 소문도 다 났고.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남은 사람들조차 무기력해졌다는 거다. 그리고 그 사실을 모르는지 모른 채 하는지 모를 행동들을 하고 있다. 존재의 의미가 없다.


  "내가 겸직을 해서는 안될 것 같아"


  상사는 곁으로 다가와 그렇게 얘기했다. 원래는 내가 갈 팀의 팀장을 실장이 겸직으로 있을 예정이었다. 이번에 드디어 진급을 하여 임원이 되었다. 아무래도 여기저기 챙길 게 많을 테니 맞는 말이다. 평소 내 생각도 다르지 않다. 회사에서 가장 쓸데없는 게 겸직이다. 자기 팀 하나 관리하기 힘든 사람들이 겸직을 하면 제대로 할리가 없다. 멀티플레이는 한 번에 여러 개를 망칠 뿐이다.


  "다시 팀장으로 복귀하네?"

  "네?"

  "그 뭐더라.. 그쪽 팀에 팀장이던데? 몰랐어? 나는 말해줬는지 알았지?"

  "어.. 그냥 자기가 팀장 하면 안 되겠다는 말만 하시던데요?"


  나에게 와서 "팀장은 내가 하면 안 되겠다"고 하는 말이 "네가 팀장 해라"로 해석될 수 있는 걸까. 사실 나보다 짬도 많고 실력도 괜찮은 사람이 있다. 나는 팀장 하기 싫어서 상사의 스카우트에 퇴사 카드를 써가며 옮겨왔다. 혹시라고 생각했고 설마로 마무리했었는데, 슬픈 예감은 언제나 적중한다.


  "아 왜.. K부장님도 계신데.. 집에 가야겠네"


  그렇게 앓는 소리를 내본다. 그리고 다음날. 상사는 조직도를 보냈다. 역시 내 이름이 있다. 전사 조직도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세부 조정이 끝났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확정. 3년 만의 팀장 복귀다. 회사 분위기는 그때보다 100배는 안 좋아진 듯하고 시스템은 다 무너졌고 경영자는 그런 거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쪼그라드는 회사를 더 죄면 더 쪼그라들 뿐이다. 회사는 배포를 잃은 지 오래다.


  많은 사람들이 팀장을 원한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그리고 적어도 여기서는 아니다. 팀장은 곧 커리어 단절을 의미한다. 그리고 팀장 패싱이 밥먹듯이 이뤄지는 곳에서 매니징을 배울 수도 경험할 수도 없다. 그냥 문서 기계, 욕받이가 되는 거다. 그래서 팀장이 싫었다. 기술로 먹고사는 엔지니어는 기술만 유지하면 몸이 움직이는 동안은 먹고살 수 있다. 어설픈 매니징은 회사에 목줄 걸리는 행위다. 간, 쓸개 빼놓은 충견이 되고 싶진 않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지금의 상사가 다른 이들과 조금은 다른 듯하기 때문이다. 때론 너무 이상적이기도 하고 FM인 부분도 있지만 대화를 나눌 수 없을 정도의 상대는 아니다.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부장 이야기 끝내고 정리하니 팀장이라니. 나는 '작가라는 세계'나 '사장이라는 세계'를 쓸 줄 알았다. 속으로는 느끼고 있었다. 단지 모른척 하고 싶었다.


  아직은 글로 승부 볼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 다시 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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