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라이 사라지는 감정에 대한 표현
<송스틸러>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봤다.
가수 선우정아는 표현할 수 없는 깊이 있는 목소리가 매력적인 가수지만 그 진한 감정선 때문에 분위기가 맞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여운의 크기가 다르다. 그리고 스피커보다는 헤드셋으로 듣는 편이 좋다. 얼마 전에 가수 김범수가 깜짝 게스트로 나와 <도망가자>를 불러 즐겁게 들었었다.
이번에는 레드벨벳의 웬디가 <남>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바로 선우정아가 <남>을 불렀다. 웬디도 잘 불렀지만 '독주 같다'는 웬디의 표현이 알 것 같은 선우정아의 무대였다.
사라지는 우리, 지워지는 우리
몇 번을 듣고 나니 파고드는 슬픔에 온몸에 '찡~'함이 전달된다. 그리고 그 부분이 바로 "사라지는 우리, 지워지는 우리"라는 가사에서였다.
여기서 우리는 인칭대명사가 아닌 그냥 낱말 그 자체 혹은 그 단어가 품고 있는 의미 그 자체라고 느껴졌다. 우리라는 존재의 사라짐을 얘기하는 것 같아서 아프다. 놓치고 싶지 않아 애썼는데도 어찌할 수 없음이랄까. 김소월의 시 <초혼>이 생각났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
울어도 소용없다는 가사는 이제 맘이 떠났으니 어쩔 수 없다고 들었지만 계속 듣다 보니 우리의 사정이 운다고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사랑이 힘들었음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힘들었을 두 사람이 세상과 안녕을 얘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단순한 두 사람의 지칭이 아니라 두 사람이 켜켜이 쌓아온 감정과 추억을 얘기하는 것 했고 "돌아서면 남"이라는 것에서 사라져 버리는 모든 의미를 상징하는 듯했다. 그런 것이 사라지고 지워지는 것이 이별이었다.